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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지 않아도 우울하다면

벗어나고 싶은 동시에 개입하고 싶은 이 마음. 이 복잡한 마음을 달래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건조
건조
- 10분 걸림 -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애증의 정치클럽 🍂건조 에디터입니다.

한 달 만에 돌아온 에디터노트입니다. 격주 금요일 발행을 예고했습니다만, 콘텐츠 발행 일정에 변동이 있어 뒤늦게 돌아왔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꾸준한 주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4주간의 애정클 콘텐츠


장애인권법센터김예원 변호사(7/21), 정치 콘텐츠 커뮤니티 폴티최하예 대표(8/4)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구독자분들께선 이런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 지난 에디터노트 오프라인에서 정치를 말해야 하는 이유의 스토리와 구성이 너무 좋았습니다. (수진 님)
  • 에디터노트에서 제 생각을 언급해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순한 제 감상평이 사고의 확장으로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석진환 님)
  • 김예원 변호사님 인터뷰가 정말 좋네요! 존경합니다. 관심 있던 분인데 덕분에 변호사님 생각을 잘 이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대호 님 외)
  • 종전선언과 관련해서 나온 숄티 대표의 격양된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한반도 평화행동과 종전선언에 대해 알아봐야겠습니다. (천인혁 님)
  • 잼버리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드네요. 정치하시는 분들, 조별과제 참 힘들죠? 멱살 잡고 끌고 가는 한 명만 있었어도 어떻게든 과제를 끝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제이유 님)

올 봄 진행했던 조성주 세번째권력 공동운영위원장 인터뷰에 의견을 남겨주시기도 했습니다.

  • 현재 각 정당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에 대한 의견은 들어볼 만 하지만 ‘타협’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타협안으로 통과되고 분명 소득이 있지만, 타협안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게 문제입니다. 차별금지법도 타협했다가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차별금지법에서의 타협은 성소수자를 지우는 것일 텐데, 기독교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타협’이 아니라 포장이죠. (천인혁 님)
    애정클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의견 제시는 늘 환영입니다! 오늘 소개드린 의견에 대해서도 피드백창을 통해 의견을 남겨주시면, 다음 에디터 노트에서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편하게 찾아주세요!
    *보내주신 의견은 에디터의 편집을 거쳐 소개됩니다. 내용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독성을 위한 편집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의견은 합쳐서 제시되기도 합니다.

🍂에디터 스토리

에디터노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는 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힘이 솟고 있습니다💪

우울해서 뉴스를 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매일 뉴스를 보는 게 일인 사람으로서 평소에도 공감하는 일이지만, 특히 지난 한 달 동안은 저 역시 그러고 싶은 마음에 괴로웠습니다.

사람이 죽거나 죽이는 사건이 매주 일어났습니다. 사회와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발생한 일들이었습니다. 비극적인 사건들 앞에서 정부는 사과도 애도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제 무능으로 인해 벌어진 다른 일들을 수습하느라 바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마저도 부실했습니다.

그러던 중 정말로 뉴스를 ‘차단’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7월의 마지막 주, 몽골로 일주일의 휴가를 다녀왔는데요. 인터넷이 제대로 되지 않아 늘 켜두는 속보 알람마저 오지 않았습니다. 눈 앞엔 광활한 자연 뿐인, 일상과 완벽히 분리된 여행지였습니다.

직접 찍은 몽골의 초원과 하늘

첫 3일은 더없이 평온했습니다. 지평선을 보는 게 일과의 전부였으니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4일째부터 어쩐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끝없는 초원을 달리다 보면 한국이라는 사회가 이 지구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도 잊을 것만 같았습니다. 처음엔 그 감각이 너무나 좋았는데, 자꾸만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속한 세상의 일로부터 등을 돌려 얻은 즐거움이 오히려 저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때의 불안감은 결국 내가 그 세상에 속해있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가면 글을 쓰기 위해 밀린 뉴스를 봐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도 아니었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는 알량한 정의감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속한 세상의 일이 지금 내 삶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목격하지 못해 생기는 불안감이었습니다.

여행이 즐겁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매일매일이 유쾌하고 뭉클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불안감이 마음 한 켠에 박혀 저를 내내 따라다녔습니다. 인터넷이 되는 지역에 들어갔을 때, 곧바로 뉴스 알람을 확인하고 무력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낀 것이 생생합니다.

<애증의 정치클럽>이라는 이름을 정할 때 했던 얘기가 떠오릅니다. 정치를 보는 감정은 결국 애증이다. 사랑과 증오라는 파괴적인 두 감정이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좋은 정치를 위해선 정치를 바라보는 시민들이 필요하다. 이들이 지치지 않을 수 있게 돕는 미디어를 만들자.

문득 저에게 정치에 대한 애증이란 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떤 세력과 의제에 대한 호오 이전에, 정치와 내 삶이 맺는 관계에 대한 애증이 있습니다. 벗어나고 싶은 동시에 개입하고 싶은 이 마음. 이 복잡한 마음을 달래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희망이라는 말은 진부하고 모호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장은 그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가는 가운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부디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희망을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전합니다.

지난 7월 20일, 폴티 최하예 대표를 인터뷰하며 참석한 ‘대구싶은 정치토크’ 현장입니다. 대구에서 5개 정당의 정치인이 모여 자신의 정치 철학과 대구 정치의 현주소를 논한 자리입니다. ‘보수의 성지’ 대구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인데요. 객석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대구싶은 정치토크' 토론자들. 좌측부터 신원호 기본소득당 대구시당위원장, 김태우 국민의힘 대구시의원, 임아현 청년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임호영 녹색당 당원, 정대현 민주당 수성구의원. ⓒ이다웍스

우리가 연결되어 있기에 무력감을 느낀다면, 해결책은 더 단단한 연결에 있을 겁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이 배로 끌려 올라갑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갈수록 숨이 모자랄 뿐이던 그때, 니모의 아빠가 모두에게 한 방향으로 헤엄치라고 외칩니다. 모든 물고기가 아래로 헤엄치자 배가 기울고, 그물이 끊어지며 물고기들은 풀려납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옆 사람에게 함께 헤엄치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어항 안에서라도요.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희망은 조금 더 선명해지곤 합니다. 김예원 변호사폴티와의 대화가 그랬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경험이 전해진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몽골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풍경도 전해드리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동행인이 찍은 몽골의 홍고린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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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바라볼 때 나오는 날카로운 분석을 좋아합니다.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다정함을 글 쓰는 동력으로 삼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애정클에서 애(愛)든 증(憎)이든, 정치를 대할 때면 쉽게 끓어오르는 마음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최근엔 일상을 가꾸고 나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