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습니다. 사망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인이 학부모 민원으로 힘겨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사건을 계기로 교권 침해를 경험한 초등학교 교사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등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를 보호할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교사들을 이토록 힘겹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요? 교권 침해,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요?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2년차 신규 교사인 서초구의 초등학교 교사가 18일 교내에서 숨졌습니다. 학급 내 학교폭력 사건으로 수차례의 거센 학부모 민원을 받았다는 동료 교사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반면 학교 측은 고인의 학급에서 신고된 학교폭력 사건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찰과 교육 당국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수사 중입니다.

22일, 사망한 교사의 추모 집회에 모인 5천여 명의 교사들은 사건의 진상 규명과 함께 교권 보호를 위한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최근 시행한 설문조사에선 초등 교사 중 99.2%가 교권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교권 침해, 얼마나 심각하길래?

교사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교권 침해 유형은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입니다. 근무 시간 외에도 교사의 개인 연락처로 학생에 관한 무리한 요구를 하는 학부모들의 사례가 다수 제기됐습니다. 교육부는 처벌 가능한 교권 침해 유형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포함하고, 학부모가 교사에게 연락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사의 학생 지도를 더 움츠러들게 하는 것은 학생•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입니다. ‘의심’만으로 신고가 가능한 아동학대 특례법이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한 악의적 신고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급증한 교사의 아동학대 신고 중 53.9%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 학대로 책임을 묻지 않는 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입니다.

교사에게 향하는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해 교사의 업무 범위 자체를 줄이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애초에 교사가 민원에 직접 대응하지 않도록 학교 내 공식 민원 창구를 개설하자는 제안입니다. 아동의 직접적인 훈육 역시 미국처럼 교사가 아닌 별도의 행동조정관이 맡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를 교사가 아닌 다른 담당자가 떠안게 될 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을 우려가 있습니다.

교권 추락이 학생 인권 때문이라고?

정부는 이번 사건을 비롯한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가리킵니다. 조례에 학생의 책무나 훈육 규정이 없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까지 학생 인권 침해로 몰아가는 경우가 늘었다는 겁니다. 수업 중 휴대폰을 사용한 학생에게 교사가 주의를 주면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생인권조례의 ‘사생활 침해 금지’ 조항을 들어 항의하는 식입니다.

학생인권조례를 처음 시행한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에 학생과 학부모의 책무 조항을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의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관련 고시에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을 규정할 계획입니다.

한편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근본적인 교권 보호책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교권 침해 발생률은 비슷합니다. 학생 인권의 보장이 반드시 교권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정작 교사 보호의 책임이 다하지 못한 건 학교와 교육 당국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교권 침해가 발생하면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서 징계를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 중 교보위가 열린 비율은 불과 2.2%였습니다. 교육부는 피해 교사가 요청하면 교보위를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교원지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by 에디터 청새🐦

* <이번 주 정치,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코너는 한 주 쉬어갑니다. 더위 잘 이겨내시고, 저희는 더욱 풍성한 콘텐츠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