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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권력' 조성주를 만나봤습니다

애정클
애정클
- 24분 걸림 -

조성주

세 번째 권력 공동운영위원장
전 정의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정치발전소 이사장

진보정당 정의당이 위기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은 2.37%에 그쳤습니다. 국회 의석은 6석에 불과합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두 거대정당의 틈바구니에서 기를 펴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어디에 붙냐에 따라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과 ‘국민의힘 2중대’라는 지적을 동시에 받습니다. 제3당으로의 정체성은 희미해져 갑니다.

진보정당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최근 정의당 재창당 모임 ‘세 번째 권력’의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은 조성주입니다. 그는 “양자택일의 정치를 벗어나기 위해, 민주주의 세대의 정당을 만들기 위해, 진보정치 밖 제3시민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자”라고 말합니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함께하는 세 번째 권력은 “절제와 공존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정치, 성역 없이 논쟁하고 기득권에 도전하는 미래정치”를 새로운 정당의 노선으로 제시합니다.

학생운동을 거쳐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서 활동한 조성주 위원장은 진보정치에서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기성 진보정당인과 다른 목소리를 내온 조성주를,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정치발전소에서 만나 90분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성주가 정치를 보며 느끼는 감정

❤️나는 정치가 가능성의 예술이어서 좋다.

"정치가 창의적인 공간이라 좋아합니다. 가능성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곳이에요."

💔 나는 정치가 개인의 행복과 여유를 주는 직업이 아니어서 아쉽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정치인 개인에게 별로 행복함을 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취미생활 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어렵게 만드는… 그래서 다른 출구를 찾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 나는 변화의 가능성을 만드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 제 화두예요. ‘어차피 안 돼’라고 생각되는 걸 바꾸는 게 정치이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운동과 정치 사이에서

운동과 정치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정치가 운동보다 반응이 훨씬 빨라요. 처음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내가 오늘 어떤 작업을 하면 그게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운동은 다소 지루하게 축적해나가는 과정이라 반응이 빨리 오지 않거든요.

또 운동에서는 ‘내가 옳은 입장에 있다’, ‘바람직한 대안을 갖고 있다’라고 확신하고 주장하게 되잖아요. 정치를 하면서는 ‘나만 옳은 건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고 느끼기도 했어요.

운동과 정치, 각각의 보람은 무엇인가요?

운동에서는 제가 대변하고 싶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퍼뜨릴 때 보람을 느꼈어요. 주목받지 못하던 문제를 사회 의제로 끌어올릴 때 큰 보람을 느꼈죠.

정치는 운동보다 보람된 순간 자체는 적어요. 어떤 성과를 만든다는 게 정치에서 더 어려워서요. 운동에서는 사회에 묻혀 있던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성과거든요. 정치에서는 내가 뭔가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성과가 없고, 어마어마한 허무함으로 돌아오죠.

하지만 정치는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정치가 운동보다 창의적인 영역이에요. 정말 안 풀릴 것 같은 상황에서 어떤 가능성을 여는 기분이 들 때, 보람을 느껴요.

정치인의 중요한 자질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상상력균형 감각. 정치는 무엇이든 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에 상상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정치에서는 선과 악, 정의와 불의가 없을 때가 대부분이에요. 딜레마적인 상황이 많죠. 그 딜레마를 푸는 건 결국 상상력이에요.

새로운 도전, 세 번째 권력

최근 ‘세 번째 권력’ 출범식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한 게 화제가 됐는데요. 특히 이준석 전 대표를 부른 것을 두고 기존 정의당 지지층 사이에선 반발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위원장님께서는 페이스북에 “배울 게 있는 정치인이어서 초청했다”고 밝히셨는데요.

세 번째 권력 출범식을 기획하면서 축사를 누구에게 부탁하면 좋을까 했을 때 제일 먼저 거론된 인물이 이준석, 박지현이었어요. ‘진영정치’, ‘상대를 악마화하는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못 부를 사람은 없다는 게 저희 생각이었어요.

이준석 전 대표가 페미니즘을 공격하고 그런 방식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 그러나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이라는 한국의 보수정당 안에서 광주 5.18과 제주 4.3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온 건 존경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정치적으로 적이어도 배울 게 있다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요. 생각이 가장 다른 사람을 불러 이야기를 듣는 게 정치에요. 당연히 생각이 100% 일치하진 않겠지만 1%의 공통점만 찾을 수 있어도 만나야 해요. 그런 측면에서 (이 전 대표의 말이) 지금 저희가 가장 들을 만한 이야기라고 판단했어요.

세 번째 권력은 거대양당의 틀을 깨려는 시도인데, 진보당이나 녹색당 등 다른 진보정당과의 연대는 모색하지 않으셨나요?

지금 진보라 불리는 곳들을 묶어내는 것은 한국 정치의 의미 있는 행위가 아니에요. 오히려 퇴행적이라고 봐요. 결국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거거든요.

진보정당의 역할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대표되지 않던 한국 사회의 왼쪽에 있는 목소리를 대표하는 거였어요. 그 목소리를 한국 정치에 들여오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어요. 문제는 그 목소리가 진짜 권력의 중심까지 못 간 거죠. 그 지점에서 진보정당은 실패했죠.

그래서 세 번째 권력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떠나자고 말하는 거예요. ‘진보’라는 타이틀조차도 저는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보정당으로서 왼쪽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은 이제 유효기간이 다 됐어요.

“진보라는 타이틀도 버릴 수 있다”라는 메시지는 기존의 지지자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잖아요. 오히려 집권가능성을 더 떨어뜨리는 방식은 아닐까요?

정의당을 지지하는 진보적 지지층이 무너졌기 때문에 정의당에 위기가 온 거잖아요. 지지층은 이미 떨어져 나가 있는 것 같아요. 진보라는 의미를 재구성해서 완전히 새로운 정당으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돼요. 지금의 토대 위에서 정의당을 복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봐요.

복원이 어렵다는 것은 그동안 몇 번의 선거에서 증명됐어요. 기존에 정의당을 찍어주던 사람들은 주로 지역구를 민주당에 투표하고 비례대표를 정의당에 찍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예전에는 정의당에 비례대표를 찍어주다가 정의당이 민주당 대오를 흐트러뜨린다고 느끼면 지지를 철회하는 거예요. 심지어 ‘조국 사태’ 등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면서 일반 유권자들도 더는 비례대표로 정의당을 찍어주지 않아요. 민주당과 차이가 없다고 보는 거죠.

출범식에서 “재벌·검찰·기업을 거대악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된다”라고 하셨어요. 이에 대해 정의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데요.

“어떤 거대한 악이 있고, 그것을 척결하면 사회의 정의가 실현된다.” 87년 체제는 이 문장으로 설명되는 것 같아요. 검찰, 재벌 같은 거악 때문이라고 여겨지는 문제는 그들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풀리는 겁니다. 사회의 복합적인 문제들 사이 균형을 맞출 때 해결되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성전자 주식이 올라야 나도 대한민국도 부자가 된다고 생각해요. 자본주의 사회니까 당연히 사람들이 재벌 주식을 살 수 있죠. 하지만 삼성이 노조 탄압하고 잘못된 경영을 하면 처벌해야 한다, 이런 것들에 동의해야 하죠. ‘주식 오르면 재벌 총수 사면할 수 있다’ 시민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사회가 거악을 척결한들 좋아질까요?

저는 거악 척결의 논리가 오히려 그들을 강화한다고 봐요.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을 거악으로 규정하고 개혁한다고 했던 게 검찰 대통령을 만들었잖아요.

거악 척결의 논리는 이렇게 왜곡돼있어요. 이거야말로 가장 나쁜 방식의 정치적 레토릭이에요. 일종의 맥거핀, 또는 위장된 갈등이죠. 재벌과 검찰이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닙니다. 문제가 있지만 그들을 악으로 규정해서 척결해야 한다는 논리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거죠.

보수정당을 악으로 규정하는 사람들은 정의당이 표를 분산시켜서 거악 척결의 걸림돌이 된다고 보기도 하잖아요.

죄송하게도 세상이 그렇게 구성돼있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여기서 저쪽을 척결하기 위해서 단결해야 한다고 하면 저쪽도 똑같이 얘기하고 있을 거거든요. 쳇바퀴 돌듯 서로를 악이라고 얘기하면서 다원적 목소리들을 누르고 있어요. 거악 척결에 집중해야 하는데 여성, 이주 노동자의 권리 이야기를 왜 지금 하냐는 식이죠. 그런 논리에 빠지는 게 지금의 기득권 정치가 가장 바라는 방식이에요. 그렇게 했을 때 더 많은 시민들이 정치에서 질려서 떨어져 나갈 거라고 보는 거죠.

세 번째 권력이 말하는 자유주의적 다원성은 선악의 구분을 해체한 대화와 타협을 추구하잖아요. 이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처럼 완전히 세계관이 다른 사람들이 부딪치는 의제요. 정의당이 줄곧 추구해온 의제를 세 번째 권력의 방향성으로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자유주의적 다원성은 일종의 윤리의 문제지 그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봐요. 우리가 어떻게 공존하고 어떻게 절제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죠. 자유주의와 다원성을 강조했던 건 포퓰리즘 때문이에요. 차별금지법은 다원성으로의 흐름을 대표하는 의제인데, 포퓰리즘과 권위주의가 이를 다시 억압하고 있어요. 민주주의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자유주의와 다원성이 필요해요. 민주주의는 다수 지배의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원성에 대한 위협으로 돌변할 수도 있어요. 그게 포퓰리즘이기도 하고요.

차별금지법 같은 이슈에서 타협하는 건 가능하다고 봐요. 저는 우리 사회가 차별금지법이 충분히 통과될 만한 사회였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반대 의견이 있다면 법이 통과되는 것보다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는 게 훨씬 중요하죠. 제가 좋아하는 정치학자 로버트 달이 ‘헌법을 바꾸는 것보다 헌법에 대한 우리의 해석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고 얘기했듯이.

사실 차별금지법은 상징에 불과해요. 그것이 실질적으로 차별의 시선을 해결해 줄 거라고 보지 않아요. 그럼에도 차별금지법은 제정돼야 해요. 얼마든지 타협의 지점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수 쪽에서도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만 있지 않을 거예요.

차별금지법은 원안 통과가 핵심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잖아요. 타협은 나쁘게 보면 후퇴니까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정의당 원안이 민주당, 국민의힘과 타협한 형태로 통과돼 비판받았고요.

“통과됐지만 너무 후퇴해서 의미가 없다.” 이런 평가에 전 동의하지 않아요.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아니고 큰 진전이 있었다고 봐요. 지난달 29일에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첫 구속이 나왔어요. 정치는 원하는 만큼의 한 발을 다 갈 수 없어요. 누군가에게는 끊임없는 후퇴일지라도 조금씩 갈 수밖에 없어요. 사울 알린스키가 말했듯 ‘타협은 승리의 다른 말’이에요. 힘이 있는 사람만 타협할 수 있거든요.

집권의 꿈을 잃은 정의당의 위기, 진단과 해법

정의당이 어느 순간부터 노동운동과 유리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어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동운동과 가까우면 진보냐, 저는 이것조차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봐요. 한국의 노동조합이 정말 진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해요. 문재인 정부 동안 노동조합 조직률이 4%p가 올랐어요. 어마어마하게 오른 겁니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100만 명이 넘었어요. 한국노총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불평등이 나아졌나요? 아니거든요. 모순이 있는 거예요.

노동조합 구성원들의 소득 수준을 보면, 대부분 상위 20%에 들어가 있어요. 이 사람들의 소득이 계속 올라가는 게 정말 불평등을 완화하는 걸까요? 민주노동당부터 정의당까지 진보정당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지 못했어요.

노조에는 노조의 역할이 있죠. 조직률도 더 올라가야 해요. 하지만 노조의 요구를 대변하는 것이 곧 사회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세 번째 권력의 방식이) 오히려 노동에 훨씬 가깝다고 봐요. 저희가 말하는 노동시장 불평등의 핵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기존의 노동조합으로선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기존 지지층의 해체는 정의당이 페미니즘에 초점을 두면서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하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거대양당과의 접점을 늘리는 건 노동자와 더 멀어지는 길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레토릭의 근간에는 “정의당 같은 진보 정당 하나쯤 있어야지”라는 생각이 있다고 봐요. 정의당은 지금처럼 어려운 노동자들이나 대변하면 되지 무슨 권력을 얘기하느냐, 그 이야기예요. 정의당 내부에도 그게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진보정당의 역할은 어려운 사람들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지는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거였어요. 그러기 위해서 집권하는 게 목표였고요. 어느 순간 그 야망을 포기한 거죠.

정의당이 노동자를 대변하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겐 그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어요. 저는 노동시장 개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얘기하지 않죠. 정의당이 지역구 표는 못 얻고 비례투표만 받아서 5석 정도 얻는 정당으로 계속 있고 싶다면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저는 진보의 꿈이 그렇게 작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작은 꿈을 꿀 거면 정당을 하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진보의 가치를 재구성해 진짜 권력의 공간으로 뛰어들자고 얘기하는 거죠.

중간에 교섭단체라도 해보면서 정당이 성장하는 과정이 있었다면 달랐을 텐데, 워낙 계속 어려웠어서 상상력이 제한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세 번째 권력의 방식이 정의당과 민주당의 차이를 좁히는 것은 아닌가요? 정의당의 ‘우클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와요.

그건 지금의 민주당이 어디에 서 있는가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보통 우리가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정의당, 민주당, 국민의힘 이렇게 있다고 보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봐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의당 오른쪽에 있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러니까 지금 정의당에서 우클릭해도 민주당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빈 곳이 나타나는 거예요. 저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의당과) 전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해요. 포퓰리즘과 신권위주의죠.

세 번째 권력이 정의하는 현재 정당의 성향 분포와 세 번째 권력의 위치 ⓒ세 번째 권력 유튜브 채널

구원이 아닌 변화를 위한 정치

정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넷플릭스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요. 정치에 관심을 안 가지는 게 더 좋아요. 정치인들은 마치 정치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처럼 굴고 있지만, 정치가 구원을 주거나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구원은 종교의 영역이죠. 다만 정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에게 조건을 만들어줄 뿐이에요. 정치는 변화를 만들 수 있고, 그 변화가 많은 사람들의 가능성을 발현해주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관심을 덜 가져야 정치를 더 합리적이고 차분하게 볼 수 있어요. 저도 사실 정치 기사를 일부러 잘 안 봐요. 그래야 정치에 대해 훨씬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정치에 질렸거나 원래 관심이 적은 사람을 정치로 끌어들이는 게 세 번째 권력의 목표인데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도발적인 이야기지만, 지금 한국 정치의 문제는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가요?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 없는 나라가 더 정치가 잘 되는 나라가 아닌가 싶어요. 사람들이 정치에 과몰입해 있어요. 아마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정당일 거예요. 그중 다수는 이름만 올려놓고 있을지라도요. 이게 진짜 정치 참여 같지도 않아요. 일상적 분노와 증오를 정치라는 이름을 빌려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지, 민주주의 정치에서의 시민 참여는 아니에요.

이렇게 부정적 감정을 선동하는 방식의 정치에서 소외된 목소리가 훨씬 많아요. 침묵하는 다수죠. 그 사람들한테 꾸준히 이야기하는 방법밖에 없어요. 세 번째 권력조차도 진영 정치에 휩쓸리면 그 사람들이 더 실망할 것 같아요. 물론 이런 원론적 답변 말고 기획이 필요해요. 장혜영 의원이 말한 것처럼 일종의 정치 운동을 해야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차기 총선보다 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

프랜시스 매컬 로젠블루스와 이언 샤피로의 <책임 정당>이라는 책에서 그런 표현을 하더라고요. 좋은 정당은 차기 선거보다 장기적 이익을 고려하는 정책을 펼치는 정당이라고요. 세 번째 권력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외화될진 미지수지만, 어쨌든 차기 선거와 더불어 우리 공동체의 중장기적 이익을 고민하는 정당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정당이어야 차기 선거에서도 다르게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의당 안에서도 변화를 일으켜야 하지만, 세 번째 권력에 가입해 주신 분들 3분의 1 정도는 당원이 아닌 분들이에요. 과거 진보정당에 실망해서 떠나갔던 분들이 다양하게 관심을 표명해 주세요. 정의당 안팎에서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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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클

애증의 정치클럽 팀이 함께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