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g in
  • 구독하기

‘헬스부장관' 김재섭

애정클
애정클
- 27분 걸림 -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구 갑 당협위원장

<애증의 인터뷰> 세 번째 주자는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구 갑 당협위원장이다.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풍채가 예사롭지가 않았던 그의 별명은 ‘헬스부장관'! 여의도에서 ‘3대 500’을 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라는데… 헬스인으로서 기성 정치에 새로운 문제의식을 불어넣겠다는 그의 다짐을 들어봤다.

김재섭이 정치를 보며 느끼는 감정

❤️ 애(愛) : “나는 정치가 우리가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

“예전에 한 축구선수도 그런 이야기를 했잖아요, "답답하면 네가 뛰던가"(웃음). 저도 결국 정치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 증(憎) : “나는 정치가 ‘정치인 만을 위한 정치’가 되는 것이 아쉽다…”

“(현재 국민의힘 내홍의 본질은) 권력 투쟁, 차기 공천이겠죠. 저는 그 이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거창한 명분 자체가 있을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에요. 오늘 국회로 넘어간 종부세 완화, 이런 건 우리 쪽에선 완화해야 된다, 저쪽에는 안 된다며 싸우는 명분이 있죠. 이념과 경제 관념의 차이로 싸우는 거니까요. (···) 노선 투쟁도 아니고 이른바 ‘윤핵관’, ‘윤핵관 호소인’들과 그들이 당을 장악하려 시도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로 나뉜 거예요.”

💪 각오 : “나는 우선, 운동하는 사람을 위한 정치인이 되고 싶다.”

“(코로나19로) 제일 피해를 많이 본 업종 중에 하나가 헬스장이에요. 영업제한 정도가 아니라 영업정지를 받았거든요. 제가 지도부 회의 때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헬스장 관련 발언을 했는데, 그게 헬스 커뮤니티에 뜨게 되면서 처음으로 그렇게 많은 응원 문자랑 전화를 받았어요. 처음으로 보람이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운동을 평생 해왔고, 어려서는 또 운동 선수를 하고 싶어 했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제대로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치인은 저밖에 없어요.”

❤️ LOVE

정치인이 되시기 전에 정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나요?

대한민국 사람들은 대부분 다 정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비호감이 있죠. 실제로 정치를 하는 저한테도 마찬가지로 일반 정치와 무관한 시절에 살았던 때 정치에 대해서 막연한 혐오감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예전에 한 축구선수도 그런 이야기를 했잖아요, "답답하면 네가 뛰던가"(웃음). 저도 결국 정치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답답함에서 시작해서 뭔가 내가 직접 정치를 해봐야겠다 한 건가요?

제가 정치에 입문했던 때가 2019년, 2020년이었어요. 평생 보수 정당을 지지했고, 보수적인 사람으로서 제가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이 없다는 건 굉장히 불행한 일이었어요. 당시에 보수 정당이라고 불릴 수 있는 자유한국당의 모습들을 보게 되면, 사실은 제가 생각하기엔 극우 정당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되게 '후진'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거든요. 그런 면에서 현실 정치를 해야 되겠다는 것보다는 새로운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러니까 저 역시도 현실 정치를 너무 모르는 사람이었죠.

원래 ‘같이오름'이라는 청년 정당을 먼저 꾸리셨잖아요.

그때가 2019년에서 2020년 초반이었고, 청년 정당은 아니었고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됐었던 것뿐이죠. 청년을 표방하지 않았어요. 다만 당시에 자유한국당이나 새로운보수당 입장에서는 청년 정당처럼 보이니까, 외부에서 청년 정당으로 정의를 했던 거죠.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근데 어떻게 그런 정당을 만들어야 될 필요성을 느끼셨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드셨는지 궁금해요.

몰랐으니까 할 수 있었던 거죠. 알았으면 안 했을 거예요(웃음). 우리나라 정당을 만드는 허들이 되게 높아요. 사람을 5천 명 정도를 시도당 5개를 만들어서 각각 1천 명씩을 모으면 정당이 만들어지는데, 저는 "지역별로 천 명씩 모으면 되는 거지 뭐가 어려워?" 이런 순진한 생각이었고, 그게 얼만큼 어려운 일인지를 몰랐던 거죠. 어쨌든 꾸역꾸역 3천 명에서 4천 명 정도를 모은 상황에서 (당시 자유한국당에) 통폐합이 된 거예요. 그때 여러 신생 정당을 대상으로 한 통폐합 제안이 있어서, 저도 그 가운데 하나가 됐어요.

직업 선택에 있어 명확한 계기가 있는 사람들도 있고, 자연스럽게 그 일을 하게 된 사람들도 있잖아요.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의 길을 가게 된 재섭 님은 그 중 어디에 가까운가요?

자연스럽진 않아요. 정치는 다른 일이랑 좀 달라서 경계가 별로 없어요. 정치를 하거나 안 하거나죠. 중간에 준비라는 게 별로 없어요.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이긴 한데 다들 급하게 영입되는 방식으로 정치를 시작하게 돼요. 젊은 사람이 정당에 들어가서 훈련하고 토론하고 배우고 학습할 기회가 거의 없어요. 갑자기 통폐합이 되면서 홀랑 그 정당에 들어가게 된다든지, 아니면 외부에서 활동하던 저명인사가 갑자기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영입이 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영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은 중간 지대라는 게 없는 거죠.

제가 현실 정치에 쉽게 뛰어들었던 결정적인 계기로는 김종인 위원장의 역할이 컸어요. 2019년에 (정당 설립 추진 전에) 김종인 위원장이 제게 정치를 한번 해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그래도 저 양반 정도가 얘기하는 거면 뭐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했어요. 그분은 그냥 던지셨던 것 같은데. (웃음)

처음에는 답답함에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그때 당시에야 뭐 거창한 아젠다들이 있었죠. “왜 우리나라의 노동 구조는 이렇게 되어 있느냐, 기업 규제는 왜 이렇게 많으냐, 연금은 왜 아무도 개혁을 못하고 있느냐, 그냥 하면 되는 거지!” 오히려 정치를 너무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삼성 같은 기업을 만들기 전에 내가 무엇을 팔지 정해야 하는데, 삼성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무엇을 팔지를 찾아본 거죠. 큰 아젠다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과정들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잘 몰랐어요.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지고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비대위원이 되면서 언론과 현실 정치를 보면서야 제가 뭘 해야 되는지 알았어요.

무엇을 해야 한다고 깨달으셨나요?

정치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제 생각에는 본인의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2020년 말에서 2021년 초에 (코로나19로) 제일 피해를 많이 본 업종 중에 하나가 헬스장이에요. 영업제한 정도가 아니라 영업정지를 받았거든요. 헬스장 사장님이나 체육관 협회를 찾아가서 상황을 물어보니까 심각하더라고요. 매출은 계속 추락하는 상황에서 영업까지 못하니까.

제가 지도부 회의 때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헬스장 관련 발언을 했는데, 헬스장 문 열어달라고 하는 게 얼마나 큰 이슈가 되겠어요? 당시에 언론사 딱 두 곳에서 기사로 다뤄줬어요. 큰 언론사들도 아니었어요. 그것도 제가 부탁에 부탁을 해서 친한 기자 두 분이 기사를 내주신 건데, 지금까지 제 이름으로 나간 기사 중에 제일 많이 본 기사가 그걸 거예요. 그게 헬스 커뮤니티에 뜨게 되면서 그렇게 많은 응원 문자와 전화를 처음 받았어요. 처음으로 보람이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운동을 평생 해왔고, 어려서는 또 운동 선수를 하고 싶어 했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제대로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치인은 저밖에 없어요.

’당사자성’이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국회에 들어가 있는 구성원들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환경을 잘 알고 있으니까 말 그대로 잘 먹히더라고요. 제가 말했을 때 가장 많이 힘이 실리는 건, 결국 체육과 관련된 내용들이에요. 어려서부터 그 제도의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었는데, 정치적인 아이템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멋있어 보이지 않으니까 안 한 것 뿐이었죠.

대한민국에서 실내 체육 시설에 등록해 운동하시는 분이 천만 명 정도예요. 사회가 노령화되면서 의료 비용도 많이 들게 될 건데 보건복지 패러다임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아직까지 예방의학보다는 치료에 방점이 찍혀 있다보니까 앞으로도 의료 비용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그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정치적인 힘이 있어야 돼요. 제가 정치를 해야 되는 이유는 그겁니다.

체육인 외에도 청년 정치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계신데요. 청년 정치인이기에 가질 수 있는 관점의 차이가 있나요?

정치에서 젊다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다 다르다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생각하는 방식, 사고 구조, 대화하는 방식, 공유하는 문화, 생각하는 정치적 방향성, 정치적 이념. 다 달라요. 어느 특정 분야에서 젊기 때문에 다른 게 아니고 그냥 다른 사람들이에요. 물과 기름처럼. 그러니까 맨날 싸우는 거예요.

그래서 세대 정치를 많이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내가 기름이기를 포기하고 물이 되겠다고 선언하면 젊은 사람도 물이 될 수 있죠. 근데 기본적으로 물과 기름 같은, 유화제를 넣지 않으면 섞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정당의 의사소통 구조 이런 것들도 당연히 젊기 때문에 달라 보일 수 있겠죠. 이상해 보이고.

당협위원장 직책을 맡으셨는데, 당협위원장이 좀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하는지 일반 시민들에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당협위원장이 정당이나 정직원들이 수행하는 역할이나 실제 지역 현안에 관련해서 하는 일들을 좀 간단히 말씀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쉽게 얘기해서 국민의힘이라는 회사가 있으면 저는 도봉구 갑이라는 대리점 사장인 거예요. 그게 가장 적합한 비유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적어도 도봉구 갑, 그러니까 제가 있는 창동, 쌍문동에서는 책임자인 거죠. 특히 많이 파는 대리점이 있잖아요? 영업을 잘한다든지, 아니면 본사에서 잘 들여오기 어려운 물품을 산다든지, 그건 대리점주의 역량인 거죠. 도봉구 갑에 속해 있는 구의원들과 시의원들은 당협위원장들이 공천을 하거든요. 이번에 제가 공천한 모든 사람들이 다 당선됐어요. 도봉은 사실 (국민의힘에게) 어려운 지역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말 그대로 물건을 잘 판 거죠. 그런 역할이라고 보시면 돼요. 말씀하신 대로 저희한테 물건이라고 그러면 저희가 지향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성 이런 거일 텐데, 거기에 소구력이 있었다는 거겠죠. 거기를 가장 잘 알리는 것 많은 주민들을 설득하는 게 저희 같은 당협위원장들이 해야 될 일인 거죠.

좀 더 지역에 특화된 ‘상품’을 팔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그 지역 '대리점'의 일이 될 것 같아요. 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발굴하고 또 해결하시나요?

기본적으로 시장의 흐름과 굉장히 밀접한 문제에요. 도봉에서 꽤 유효하게 통용되고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하면 부동산 정책일 거예요.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값이 너무 많이 올랐고 실제로 서울의 가장 끝 부분, 변두리라고 불렸던 노원, 도봉 쪽의 아파트값도 마찬가지로 다 뛰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손바뀜이 많이 있었고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 사항도 높아졌어요. 오래된 낙후 지역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재건축 재개발을 기본적으로 선호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걸 열심히 배웠죠.

저 같은 당협위원장은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제도를 바꾸거나 어떤 실력을 행사하기는 굉장히 어렵죠. 오히려 지역에 있는 현안들이 올라오면 제가 공천을 했었던 시·구의원들한테 부탁을 할 수 있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면 초등학교 앞에 신호등이 있는데 “차량 통행이 굉장히 위험하다, 이걸 좀 바꿨으면 좋겠다” 하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어요. 어느 땅을 일부 빌려야 된다든지 이런 것들은 직접 구청장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구청에 있는 직원들과 협의를 할 수도 있고, 구의원들이 협의를 할 수도 있어요. 때로는 A 구의원과 B 구의원의 지역의 경계에 있어서 역할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당협 차원에서 교통 정리를 할 필요도 있어요. 이런 일들을 지금 제 수준에서 할 수 있고요. 만약에 제가 국회의원이 되면 법을 만들어서 제도를 변경한다든지 아니면 어느 쪽에 특정 예산을 가져온다든지 이런 것들을 추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 HATE

정치에 대해서 가장 염증을 느끼셨던 순간은 언제고, 정치에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치에 대한 염증은 하루에 한 15번 정도 느끼죠(웃음). 원래 맨날 좋다가 나쁘면 나쁜 게 커 보이는 법이고, 맨날 나쁘다가 가끔 좋으면 좋은 게 커 보이는 법이에요. 그래서 좋은 게 큰 것처럼 많이 얘기했지만, 정치는 디폴트가 염증입니다. 지금 국민의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죠. 이준석 대표에 대한 호불호나 정치 평가를 떠나서, 한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서 굳이 당헌 당규를 바꾸고 법원의 판결을 우회하는 게 법치주의를 표방하는 보수 정당이 할 일인가 하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이합집산하며 소신 있는 목소리를 못 내는 현역 의원들을 보면 배지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요.

현재 국민의힘 상황의 본질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권력 투쟁, 차기 공천이겠죠. 저는 그 이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거창한 명분 자체가 있을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에요. 오늘 국회로 넘어간 종부세 완화, 이런 건 우리 쪽에선 완화해야 된다, 저쪽에는 안 된다며 싸우는 명분이 있죠. 이념과 경제 관념의 차이로 싸우는 거니까요. 그런데 지금 비대위로 차기 지도부 띄우자는 얘기에 무슨 대의명분이 있겠어요.

노선 투쟁도 아니고 이른바 ‘윤핵관’, ‘윤핵관 호소인’들과 그들이 당을 장악하려 시도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로 나뉜 거예요. 윤핵관들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핵관’으로 묶을 수는 없어요. 색깔도 다양하고, 다들 이준석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에요. 워낙 윤핵관 쪽이 세력화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반대하면 전부 ‘이준석 측’ 이 돼버리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거든요. 저는 지금 국민의힘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모습들을 비판하는 입장이고 그런 의미에서 이준석 측으로 묶이지만, 이준석 대표와 정치적인 지향점이 많이 달라요.

지향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아주 예전부터 보수를 지향하셨다라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그런 입장에서 보수라는 이념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한민국 현실에 집중해본다면, 이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가르는 제일 중요한 차이경제 정책보다는 대북 관계, 대중·대러·북중러 관계와 같은 외교관계에 있어요. 그 외에는 사실 차이점이 많이 희미해요. 저는 굉장히 강경한 대북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이에요. 지금은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한 반감과 관련해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죠.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가 미국과 얼마나 친선 관계를 잘 유지할 것이냐, 북한 또는 중국과의 줄타기를 어떻게 잘할 것이냐 이런 문제로 좀 바뀌었지만, 저는 외교적 노선이 확실하게 미국으로 가 있거든요. 그런 면은 확실히 국민의힘과 잘 맞고요.

경제 정책에 있어서는 사실 전향적인 내용들도 많이 얘기했어요. 재분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시장의 자유라는 것을 놓쳐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이건 기업의 자유랑은 달라요. 민주당에서 제가 시장의 자유를 이야기하면  왜 돈 잘 버는 기업한테 자유를 주냐는 식으로 공격하는데, 시장의 자유와 기업의 자유는 관련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이걸 혼재하는 경우가 많아요.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도 이제는 환경, 젠더 같은 새 시대의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씀하신 게 인상적이었어요. 재섭님이 생각하시는 새로운 보수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보수 정당이 새로운 아젠다에 대해서 둔감한 집단인 건 아니에요. 어떤 정치적 이슈가 떨어졌을 때 (진영에 따라) 관점의 차이가 있는데요. 환경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것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야 되는 거죠. 다만 접근 방식이 다른 거죠. 저는 보수 정당에서도 당연하게 인권, 환경 등 진보 정당들이 많이 다뤘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이슈에 대해 진보 정당이 더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하긴 하죠. 하지만 지금 말씀하신 환경, 젠더 문제는 이미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로 나와 있기 때문에, 보수 정당도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어요.

진영에 따라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달라지겠지만 문제 의식은 공유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죠. 제가 환경에 대한 이해가 깊진 않아 조심스럽지만, 환경이라는 추상적인 정치적 아젠다를 현실 정치로 가져오게 되면 가장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문제 중 하나로 원전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가 있겠죠. 저는 지금 상황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원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소형 원전을 얼마나 보급할 것인가. (보수가) 시장의 힘을 믿는다는 게 이런 거죠. 우리가 기술 지원을 하게 되면 기술자들이 모여서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그걸 통해서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거예요. 반면 민주당의 접근 방식은 일단 못하게 하고 억제하는 거예요. 보수는 순리대로 가되 정 뭔가 해야 할 때 정부가 조금씩 개입하자는 식이라면, 진보는 일단 막아요. 저는 무언가를 못 쓰게 하는 것보다 원전을 쓰는 게 실제로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서 원전 찬성론자인 거죠.

지금 말씀해 주신 내용은 보수라는 이념에서 파생됐다기보다 보수 정당이 어떤 이슈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지게 되느냐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슈를 떠나서 보수가 중시하는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의 보수 정당에는 보수주의, 공화주의, 자유주의 등 여러 이념이 혼재돼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끼고 있는 보수 정당의 특징은 ‘순리대로 살자’라는 원칙인 것 같아요. 너무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말자. 부동산 값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두자. 수요 공급이라는 원칙이 있는 건데, 오른다고 그러면 차라리 공급을 더 하자. 이런 태도가 그나마 지금의 보수 정당을 설명해주지 않을까요.

지금 청년 세대가 생각하는 보수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보수의 차이가 크다고 보시나요?

엄청난 차이가 있죠. 기성세대 보수는 일단 반공 이념이 워낙 강하고요. ‘자유'에 있어서도 기성세대는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개념으로서의 자유에요. 국가의 억압에 대한 자유, 내지는 철저하게 기업 또는 시장의 자유를 이야기한다면, 요즘 젊은 세대가 지향하는 자유의 가치는 개인의 자유에 훨씬 더 가깝죠. ‘나 터치하지 마, 나 내버려 둬, 대신에 경쟁만 공정하게 해줘.’ 둘 다 자유를 말하지만 사실 내용은 다른 거죠.

상대적으로 젊다는 이유만으로 기성 세대 정치인들과 큰 차이점을 가진다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그런데 어떤 측에서는 청년들 내부의 다양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해요. 실제로 청년들 간 갈등이 굉장히 심하기도 한데요. 이런 상황에서 보수와 진보의  청년 정치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뭘까요?

모든 분야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민주당의 젊은 정치인들을 보게 되면 공통점이 많아요.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 정치인들은 리그가 달라요. 기성세대가 주요하게 다뤘던 정치적 이슈랑 지금 주요하게 다루는 정치적 이슈가 너무 달라요. 전방위적으로 토론이 잘 안 돼요. 우리끼리만 토론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젠더 문제가 왜 중요한지 몰라요. 저만 해도 20대 남성들이 느끼는 역차별 문제에 둔감했어요. 기성세대는 이에 대해서 전혀 문제의식이 없어요. 이준석 대표는 그걸 잘 이해하고 있던 사람이죠.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살아갈 날이 앞으로 길어야 30년인 사람과 10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사람의 접근 방식이 같을 수가 없어요.

🍷 CLUB

마지막으로 정치인이 아닌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건 투표일 거고요. 관심 있는 정당의 당원이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당원이 된다는 건 배지 하나, 카드 하나가 생기는 게 아니라 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거거든요. 정치인들이 당의 주인이 당원이라고 하는 얘기를 괜히 하는 게 아니에요. 당원들이 뽑는 사람, 당원들이 정하는 정책, 당원들이 정하는 룰, 이런 걸로 당이 움직이거든요. 어떤 당에서 어떤 정치인이 마음에 든다, 또는 저 정당이 추구하는 방향이 마음에 든다면 당원이 돼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죠. 신문 읽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이죠. 첫 번째가 투표, 그 다음이 당원 되기.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애증의 인터뷰

애정클

애증의 정치클럽 팀이 함께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