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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에서 정치를 말해야 하는 이유

카림은 정치에서 타자에 대한 혐오가 양산되는 것은 타자를 진정으로 마주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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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애증의 정치클럽 🍂건조 에디터입니다.

애정클이 유료화 서비스를 시작한지 어느덧 2주째입니다. 새로운 콘텐츠는 어떠셨나요?

유료화를 준비하며, 애정클의 방향성을 두고 많은 논의가 오갔습니다. 그간 애정클을 만드는 사람들과 제작 과정에서의 고민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애정클 팀에게도 독자분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격주 금요일‘에디터노트’를 발행하고자 합니다. 2주간 제작한 콘텐츠의 비하인드 스토리, 구독자 분들이 남겨주신 피드백, 그간 다뤄온 이슈의 업데이트를 담아볼 계획입니다. 에디터노트에 담긴 구독자 의견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제시해주셔도 좋습니다. 구독자분들이 다양한 관점을 나누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보내드리는 레터가 ‘에디터노트’의 첫 번째 장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지난 2주간의 애정클 콘텐츠

구독자분들께선 이런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 자원순환에 대해 잘 정리해줘서 좋았어요. (김세현 님)
  • 정치학교,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 참 부족한 시스템이네요. 더 커져서 전국 지점을 내면 지방에 있는 저도 부담 없이 할 수 있겠어요. (석진환 님)

🍂에디터 스토리

석진환 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반전도 지방으로의 확장을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정치학교 1기 수강생 중에선 매주 기차를 타고 오가며 출석한 사람도 있었다는데요.

그럼에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건 반전의 철학입니다. ‘공적 공간’을 경험하는 것이 설득과 대화의 정치에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스튜디오 반전’을 독립된 공간으로 마련한 것도 이를 위해서입니다.

반전 운영진은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졸데 카림의 저서 <나와 타자들>을 통해 ‘공적 공간’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카림은 정치에서 타자에 대한 혐오가 양산되는 것은 타자를 진정으로 마주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하는데요.

다양한 구성원들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에선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보증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생기는데, 이를 해소하고자 타자에 대한 적대를 온라인에서 또는 머릿속에서 확산시킨다는 겁니다.

카림은 그러므로 혐오를 걷어낸 정치의 가능성은, 구성원들이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타인과 접촉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졸제 카림 <나와 타자들>

반전 운영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엔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가장 친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금지’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저의 경험을 돌아보니,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당장 애정클 팀 안에도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마주쳤다면 서로의 정체성을 소재로 한 멸칭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다릅니다. 그만큼 정치적 의견도 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대화는 종종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하는 것에 그칩니다. 합의하지 못하고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을 내세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언제나, 서로의 입장이 만들어지게 된 맥락을 읽게 됩니다. 이해는 하지 못하더라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합의의 선이 그어져 있곤 합니다.

돌이켜보면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같습니다. 상대의 존재를 끊임없이 물리적으로 인식하고, 공간에 베인 감정과 신뢰를 느꼈기에 부딪히면서도 서로를 베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정치 이야기는 금지’인 사회에서, 우리가 타인의 정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곳은 화면 뿐입니다. 이런 환경에선 정치는 곧 싸움이 되는 게 당연합니다. 물론 많은 상황에서 정치는 싸움이어야만 합니다. 부당한 권력을 비판하고, 나의 존엄과 권리를 인정받으려면 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치를 싸움으로 볼 때, 문제 해결은 뒷전이 될 수 있습니다. ’woke’라는 표현을 소개하며 언급했듯, 손해를 보면서까지 상대를 이기려 하는 파괴적인 갈등만 이어지는 겁니다.

정치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룹니다. 그 중에는 자원순환처럼 모두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일도 있습니다. 이처럼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분명한 경우, 그 방법을 두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정치는 그 과정에 연루된 다양한 집단의 편익을 조정하거나, 가장 나은 해결책을 주장하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이 단계에서 다뤄집니다. (다음 주에 [쓸모있는 정치플리]에서 다룰 ‘통합놀이터’ 문제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정치를 매개로 한 오프라인 만남을 확산시키는 게 우리 정치를 변화시키는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저에게도 애정클에서의 대화는 드문 경험이었습니다. 애정클이 구독자분들의 일상에 그런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전과의 만남을 통해 즐거운 고민이 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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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바라볼 때 나오는 날카로운 분석을 좋아합니다.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다정함을 글 쓰는 동력으로 삼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애정클에서 애(愛)든 증(憎)이든, 정치를 대할 때면 쉽게 끓어오르는 마음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최근엔 일상을 가꾸고 나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