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시민” 현수막 Ⓒ노무현재단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이 표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용하며 유명해졌습니다. 평범한 시민이 늘 깨어있어 정치에 직접 참여해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그의 철학을 상징하는 표현인데요. 보수 정권이 반민주적인 행보를 보일 때 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의 구호로도 쓰였습니. 하지만 현재는 ‘깨시민’이라는 약칭 혹은 멸칭으로 불리며, 진보 진영에 대한 조롱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특정 용어의 의미가 정치에 의해 변질되는 현상이 종종 있습니다. 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woke’라는 표현입니다. 직역하면 ‘깨어있다’는 의미로, 우리나라의 ‘깨시민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woke’는 현재 미국 보수 세력에 의해 매우 효과적인 정치 선동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표현이 어떻게 미국 정치를 달구게 됐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Woke’의 기원: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이념

일단 ‘woke’라는 표현은 문법적으로 정확하지 않습니다. ‘woken’, 혹은 ‘awaken’이 바른 표현인데요. 문법이 정확하지 않은 형태로 사용되는 것에도 사회적 맥락이 있습니다.

‘woke’라는 표현은 미국 흑인 방언(African-American vernacular English)으로, 20세기에 인종차별 대항 운동을 펼쳐왔던 흑인들로부터 비롯됐습니다. 2014년 ‘Black Lives Matter’(줄여서 BLM,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는 뜻) 운동이 일어나며 ‘woke’는 더욱 확산돼, 2017년엔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됐습니다.

마샤 퍼지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이 2018년 선거운동 중 “Stay Woke, Vote” 티셔츠를 들고 있는 모습 Ⓒ마샤 퍼지 하원의원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