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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혁명가' 데이비드 김

애정클
애정클
- 26분 걸림 -

데이비드 김

미국 민주당 캘리포니아 34구 하원의원 후보

얼마 전 재미한인 하원의원 후보 5명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초선》이 개봉했다. 그중에서도 중심이 된 인물은 캘리포니아 34선거구에 출마했던 데이비드 김(David Kim) 후보다. 아직 개표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AP통신은 그의 패배를 확실시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그의 득표율은 무려 48.8%. 상대 후보가 몇 배의 정치자금을 동원한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과다. 데이비드 김은 이번 선거에서 대중 유권자들의 소액 기부를 받는 '풀뿌리 선거운동'으로 선거 캠프를 꾸렸다. 모든 사람을 위하고 싶은 ‘주민 중심’ 정치인, 데이비드 김을 한국 방문 중에 만나봤다.

데이비드 김이 정치를 보며 느끼는 감정

❤️ 나는 정치가 주민들이 중심이라면 너무 좋(겠)다.

💔 나는 정치가 대기업들과 힘있는 사람을 위해서 일하니까 아쉽다 속상하다...

💪 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꿈들을 실제로 향해 갈 수 있도록 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 LOVE

정치인이 되기 전엔 정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나요?

어렸을 땐 정치는 늙은 백인 할아버지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와는 먼 일이라고 여겼는데요. 2017년도에 케네스 메히아(Kenneth Mejia)라는 젊은 정치인을 돕는 봉사를 하게 됐어요. 필리핀계 미국인인데, 이번에 제가 나갔던 캘리포니아 34구 하원의원으로 출마했었어요. 어느 날 우연히 케네스의 선거 홍보 문자를 받았는데요. ‘나는 26살 공인회계사인데, 정부가 너무 구려서 선거에 나간다. 정부는 유권자들을 위해서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어요. 그걸 읽으면서 ‘다 맞는 말이지만, 왜 26살에 선거에 나갈까? 경험을 더 쌓아야 할 텐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접 만나보니 정말 비전이 있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어요. 미국의 많은 사람들이 ‘시스템이 망가졌다(the system is broken)’고 말하는데요. 케네스는 ‘시스템이 우리에게 반하도록 설계됐다(the system was built against us)’고 표현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저도 그분과 함께하고 싶더라고요.

당시 케네스는 녹색당에서 출마했는데요. 아직까지 미국에서 녹색당 하원의원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어요. 일부 시의원은 있지만요. 심지어 저희 지역은 민주당 지역이에요. 90% 정도가 민주당을 찍고, 녹색당 소속 유권자는 0.8%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그런데 케네스가 본선에서 녹색당 소속으로 28% 정도를 얻었어요. 민주당 유권자들의 3분의 1이 민주당 하원 의원을 뽑지 않고 케네스를 뽑은 거예요. 저도 케네스를 위해 녹색당 1년 동안 녹색당 당원으로 활동했어요. 이번에 상대 후보였던 지미 고메즈(Jimmy Gomez)의원이 이걸로 저를 공격하기도 했죠. 참고로 케네스는 올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서 LA 시 감사관으로 당선됐어요. LA에서 세 번째로 높은 자리에요.

그 선거 이후에 케네스가 너무 지쳐서 하원의원 재출마를 하지 않으셨어요. 민주당으로 나가면 이길 수 있을 텐데 왜 안 하냐고 제가 설득했는데,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대신 나가게 된 거예요.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시기 전엔 변호사 일을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 당시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로스쿨 졸업 후 LA 검찰에서 잠깐 일했어요. 10년 전 쯤인데, 당시에 법조계가 되게 어려웠어요. 제가 있던 검사장에서도 구조조정으로 저를 내보냈어요. 그래서 급하게 직장을 구하다 보니 노동법 다루는 사무실에서 무급으로 일하게 됐어요. 하지만 방세도 내야하고, 소득이 필요하니까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우버(Uber), 리프트(Lyft) 운전을 했어요. 운전하고 집에 와서 2, 3시간 자고 변호사 사무실로 갔어요.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지역 유권자들의 삶을 잘 이해할 수 있어요. 대부분이 저소득층이거든요.

그러다 운 좋게 제 사무실을 따로 차려서 미국 연예계에 진출하고 싶은 아시안 연예인들을 위해 법률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했어요. 그 사무실을 팔아서 소니(SONY)에 음악 고문 변호사로 들어갔어요. 소니에 다닐 땐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사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사는 동네는 정말 가난해요. 주 7일 일하는 사람, 투잡, 쓰리잡 뛰는 사람이 많죠. 그렇게 다른 세상을 오가다 보니 죄책감이 들기도 했어요.

소니를 나와선 완전히 다른 법을 다뤘어요. 이민 소송법이요. 불법 체류자로 계시는 분들이 미국에서 나가게 되면 갈 데도 없고 모르는 것도 많잖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변호를 했어요. 그리고 미국에는 아동보호법이라는 법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아이가 멍이 들었다거나 하면 학교 선생님이 부모님을 고발해요. 아동과 부모를 분리시켜야 한다고요. 고발되는 부모 대부분이 흑인, 멕시칸, 동양인이에요. 백인들은 전혀 없어요. 고발되면 법원에 가야 하는데, 변호사가 없으면 아이들을 6개월 동안 못 봐요. 재판에서 판사가 요구하는 걸 안 하면 아이들을 완전히 빼앗기게 돼요. 그런 부모들을 위한 국선 변호사 일을 했어요.일을 하다 보니 부모와 분리된 아이들이 또 부모가 되고, 그들이 또 아이들을 뺏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거죠. 그런 일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게 됐죠.

미국 정치와 한국 정치의 가장 큰 차이는 인종 문제라는 쟁점의 유무인 것 같아요. 미국에서 유색인종으로서 정치를 한다는 것에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신지 궁금해요.

제가 로스앤젤레스에 사니까 다른 지역보다는 인종 이슈가 덜한 것 같아요. 로스앤젤레스에는 히스패닉이 엄청나게 많아서요. 지역 정치인들의 반 이상이 히스패닉이에요. 오히려 히스패닉이나 백인이 아닌 사람이 정치에 나가면 특이하다는 반응이 있죠.

그런 커뮤니티 안에서 어떤 정체성, 집단을 대표해야 한다는 감각을 느끼시나요?

백인이 주류인 지역이라면 그게 더 강할 거예요. 하지만 저희 지역은 65% 정도가 히스패닉이라, 제가 동양인이 더 대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 질 수밖에 없어요. 저희 지역에 동양인은 20% 정도 밖에 안 돼요. 그래서 저는 정치인의 대표성은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대표하는 유권자를 위해 일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어요. 상대 후보가 멕시칸이었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로 나가야 했죠. 그 후보는 멕시칸, 히스패닉을 위해서 싸운다고 하는데 왜 ICE(미국 이민세관집행국) 권한을 강화하는 안에 찬성 투표를 하고, 사립 교도소에 협조한다고 하는 건지 강조하고요. 이 후보는 이민법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 히스패닉을 위해 싸운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런 메시지로 갔죠.

인종적 소수자로서의 정체성도 있지만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도 갖고 계시잖아요. 정치에서 그 부분은 어떻게 작용했나요?

제가 2020년도까진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준비가 안 됐었거든요. 제가 2018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부모님과 얘기를 안 했어요.  커밍아웃에 대한 반응이 너무 심각해서요. 그래서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2020년도 선거에서 영화 <초선>을 통해 커밍아웃을 했죠. 한국 분들이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왜 진작 얘기를 안 했냐고 하시더라고요. 반응이 다양했어요. 원래는 제가 선거 하면서 한국 교회 10곳 정도를 돌아다녔는데요, 영화가 나오고 제가 성소수자라는 게 밝혀지니까 교회를 못 돌겠더라고요. 그래도 용기를 갖고, 목사님들한테 도움을 청했더니 놀랍게도 목사님 세 분이 응해주셨어요. 제가 성소수자인 걸 아시면서도요.

커밍아웃을 할 때도 성소수자들을 대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걸까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저는 목사님 아들로 커서, 부모님께서 항상 목소리 없으신 분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모습을 봤어요. 학교 다니면서 제가 학생회장을 했을 때도 조용한 학생들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주셨고요. 이 선거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들은 가난한 사람, 유색인종, 그리고 성소수자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 모두를 대표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정치에서 어떤 정체성의 대표가 된다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다른 아젠다들이 묻혀버릴 수도 있고요.

저희 선거 팀의 몇 명이 모든 게이 조직에서 지지를 받아오자고 하기도 했는데요. SNS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이모티콘을 달기도 하고요. 물론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나를 소개할 때 게이라고 강조하는 게 꼭 좋은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나를 그냥 게이로만 생각하거든요. 나의 능력, 경험, 아이디어, 비전은 보지 않고 게이라는 사실 하나만 생각하니까요. 그게 싫어서 제가 대놓고 게이라고 소개하진 않았어요. 인터뷰 때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했지만요.

지금 질문하시니까 떠오른 건데, 미국에서 동양인은 여러 편견에 시달리곤 해요. 조용하고 감정도 없고 리더십도 없는 ‘예스맨’으로 취급하곤 하죠. 심지어 성소수자 사회에서도 아시안 남성을 낮잡아 보는 편견을 느끼기도 해요. 그래서 많은 유권자, 후원자들이 제가 게이라는 사실에 놀라요. 저 같이 목소리를 내는 아시안 성소수자 정치인이 별로 없거든요.

💔 HATE

미국 정치의 문제들 중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대기업 돈을 안 받는 거예요. 정치인이 대기업으로부터 선거자금을 어마어마하게 받게 된 것(소프트 머니)이 약 30~40년 됐어요. 그리고 그 30~40년 동안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도 더 벌어졌어요. 다 연결되는 거죠. 정치가 대기업들한테 돈을 받고 그들에게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도 그렇게 된 거예요. 이번에 경쟁자였던 고메즈 의원은 200만 달러 이상의 대기업 돈을 받았어요. 선거운동자금에 제한이 없는 거죠. 저희 지역 주민이 70만 명이고, 등록된 유권자는 32만 명인데요. 32만 명한테 60~80장짜리 선거 전단지를 6~8개씩 보냈어요. 한 번 보내는데 18만 불 정도가 드는데, 그걸 6개 이상을 보냈으면 120만 달러가 넘게 드는 거죠. 그렇게 해서 자꾸 재당선이 되는 거예요. 우리처럼 대기업 돈을 안 받는 정치인은 게임도 안 돼요. 새로운 사람들이 정치에 도전하고 싶어도 대기업 돈 때문에 도전을 못 해요. 저는 팸플릿을 아예 못 보냈어요. 인건비로 자금을 다 썼거든요.

대기업들은 선거 때 자기가 원하는 정치인들이 이기게끔 돈을 쏟아부어요. 그러면 정치인은 당선 후 정부 재정을 대기업들한테 다시 쏟아부어서 보상하는 거죠. 주민들은 계속해서 가난해지고 생활임금은 오르지 않아요. 지난 10년 동안 저희 지역의 부동산 임차료와 생활비가 30~60% 정도 올라갔어요. 근데 시급은 하나도 안 올라갔어요. 돈이 저 위에서만 돌고 있으니까요. 우리 지역은 계속 가난하고, 경찰들의 폭행과 인종 차별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요. 대기업 돈으로 다시 당선될 수 있으니 유권자들의 지지에 연연하지 않거든요. 의원들이 투표로 잘리지 않으니 미국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거죠.

미국 정부 예산의 대부분은 주민들이 아닌 대기업에게 먼저 배정돼요. 기업 감세, 보조금 등으로 먼저 쓰여요. 그러니 주민들한테 쓸 돈이 없어요. 미국 언론사에서 버니 샌더스의 전국 의료보험 정책을 두고 미쳤다고 해요. 그럴 돈이 없다고요. 하지만 돈이 없는 건 미국 정치인들이 너무 일을 못하고 대기업과 합의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얘기를 하는 정치인이 별로 없어요. 미국 정치인들은 대기업 돈의 보호를 받으니 유권자의 지지에 얽매이지 않아요.

두 번째로 선호투표제 도입이 필요해요. 선호투표제가 도입되면, 10명의 후보에게 선호도에 따라 순위를 매겨 투표를 해요. 10위가 된 후보가 낙선하면 그 사람이 얻은 표를 순위에 따라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줘요. 그리고 똑같은 방식으로 9등 후보의 표도 나눠주면서 1위를 최종 산출하는 거죠. 이 제도가 도입돼야 할 것 같아요.

세 번째로 하원의원·시의원들이 유권자와 만나주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만나면 시비를 걸거나 이슈를 물고 늘어질까봐 만나주지 않거든요.제가 당선돼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책임대표법안 발의예요. 한 달에 한 번씩 이상은 모든 하원의원들이 유권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가지는 거죠. 스태프들에게 오피스 아워를 통해 유권자들을 만날 기회를 갖게 하고, 그들이 투표할 법안 목록을 유권자들에게 공유하게 하는 시스템이에요.

의원과 유권자가 얼굴을 맞대고 만나야 유권자의 삶에 어떤 이슈가 있는지 알 수 있고, 이걸 알아야 의회에 이슈를 잘 전달하고 법을 만들 수 있는데 전혀 그러지 않고 있어요. 의원들이 유권자가 아니라 당의 리더, 대기업, 워싱턴DC의 로비스트와 얘기해서 법을 만들어요. 유권자와 그 대표인 하원의원이 관계를 맺지 못해요. 유권자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거죠.

그런 동시에 유권자들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잖아요.

그렇죠! 제가 교회에 있을 때 공화당에서 팸플릿을 교회들한테 엄청 많이 보냈어요.《초선》영화에서도 얘기했는데, 교회에 보내는 팸플릿에는 민주당 후보 위에 악마를 그려요. 원래도 기독교인들은 대체로 공화당 쪽인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그게 더 심해졌어요. 최근에 콜로라도의 게이 클럽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잖아요? 범인의 아버지가 인터뷰를 했는데 “내 아들이 게이였을까봐 걱정했는데 게이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거예요. "나는 보수적 공화당원"이라고 말하면서요. 사람 6명 죽인 건 전혀 얘기하지 않고 인터뷰가 끝났어요.

저는 누군가가 공화당원이라고 비난하지 않고, 공화당원이 나쁘다고도 말하지 않아요. 그러면 주민들이 더욱 극단화, 양극화되니까요. 분열보다는 통합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 선거는 당내 경선이 없고, 당 상관 없이 상위 2명만 본선으로 넘어가는 정글 프라이머리(Jungle primary) 시스템인데요. 그래서 2020년, 올해 선거 모두 저를 포함해 민주당 후보 2명이 본선에 올라왔어요. 2020년도 경선 때는 다른 후보가 3명 있었고 그 중 공화당은 1명이었는데요. 저는 3명 모두에게 지지를 받았어요. 당시에 저는 공화당 분한테 지지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면 주민들도 분열된 사회에서 통합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 고메즈 의원이 그걸 가지고 공격을 하더라고요. 제가 MAGA Qanon(미국 내 극우 성향 트럼프 지지자 집단)이라고요. 공화당 후보 지지를 받아서 선거를 나갔으니 민주당 옷을 입은 트럼프 쪽 사람이라고 얘기한 거예요. 주민들을 또 갈라지게 만든 거죠.

선거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역시 자금이에요. 저희는 대기업 돈을 전혀 안 받아서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저희 지역에는 가난한 유권자들만 계신데 그 분들이 선거운동에 기부를 못 하시니까요. 게다가 저는 당선된 적도 없는데, 누가 선거 후원을 하겠어요? 우리가 앞으로 어떤 비전으로 나아갈지, 누구한테 공식 지지를 받았는지 말하면서 돈을 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자금 모으는 게 힘들었어요. 이번에 선거 자금의 70% 정도가 인건비로 나갔어요. 유권자들에게 홍보할 돈도 없었죠. 그게 참 안타까웠어요. 나중에 제가 다시 선거를 나가게 되면 어떻게 아이디어를 낼지 생각해봐야겠어요.

두 번째는 제가 마음의 상처를 받은 건데요. 미국의 AAPI(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연예인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있잖아요. 아시아인 혐오가 일어났을 때 그 사람들이 ‘우리가 정치에 더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어요. 언론이나 SNS에서는 그랬는데, 실제로 제가 몇분들 하고 대화를 해 보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하나도 없었어요. 어떤 분들은 다 쇼예요. 유명한 한국계 배우 한 분도 제가 직접 만나본 적이 있어요. 그 분이 저를 지지해준다고 매니저 연락처를 줬어요. 그래서 연락을 했더니 매니저가 지지 사진, 인용 다 안되고 저를 도와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의 아시안 1세대 부모들은 학교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할 때도 항상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고, A+ 받고 조용히 살면서 나중에 성공한 삶을 보여주는 게 이기는 거다’라고 해요. 이런 생각에 너무 익숙해졌어요. 연예인들도 그래서 그렇게 된 거죠. "나는 정치와는 먼 사람이야, 조용히 있어야지" 하고요. 흑인, 멕시칸, 백인 유명인들 보면 정치 참여를 굉장히 많이 해요. 마크 러팔로가 대표적이죠. 정치인들에게 지지를 표명하는 연예인들도 되게 많아요. 제 상대방이었던 하원의원 후보도 연예인을 많이 동원했어요. 제가 아시아인들한테 부탁하면 “미안해 데이빗, 난 정치하고 멀어” 이렇게 대답을 하고요. 그래서 아시아계가 (정치적으로)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앤디 김 의원이나 스트릭랜드 의원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반도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긴 했거든요. 어떤가요?

미국 법에 HR3446(한반도 평화법안)라는 게 있어요. 여기 사인하신 하원의원이 40명이 조금 넘어요. 전체 하원의원의 10% 정도도 안 되는 거죠. 그분들이 정말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40명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100명 이상은 채워야죠. 벌써 나온 지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4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면 그 문제가 그 사람들한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저는 벌써 많은 한국분들과 약속을 했어요. 당선되면 모든 의원들이 법안에 서명할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할 것이다. 그런 열정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데이빗 본인이 한반도 이슈에 관심을 계속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저는 한국 이민교회 목사님 아들로 태어나 한국의 역사나 정서에 많이 노출됐어요. 대학교 때도 북한에 대한 수업을 많이 들었고요. 한반도 이슈를 다루기 좋은 배경이 있어요. 청소년 때부터 아빠하고 한국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고요.

미국 이민 2세대들이 한반도 이슈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느끼는지도 궁금해요.

이민 2세대들은 '돈 케어(don’t care)'예요. 이민 1세대들은 신경을 많이 쓰세요. 아마 여기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관심이 많을 거예요. 그분들은 70, 80년대에 한국을 떠나서 한국에 대한 깊은 애착을 갖고 계시거든요.

🍷 CLUB

정치인이 아닌 사람이 내가 원하는 정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투표 말고 뭐가 있을까요?

투표하기 위해 후보들을 알아가면서 결정을 하잖아요. 그걸 혼자 알지 말고 자기 SNS에 공유하면 좋겠어요. 아는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정치에 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어요.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누구를 찍어달라고 하는 것보다 절친이 와서 말하는 게 더 와닿잖아요?  여러분 만의 투표 가이드를 만들어서 공유해보세요. 친구들이 그걸 읽고 "이런 부분은 아닌 것 같은데?" 생각하더라도, 정치에 1분이라도 더 시간을 들인다면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선 가족, 친구들 모였을 때 정치랑 종교 얘기는 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잖아요.

오히려 해야 돼요. 내가 통신비를 못 내는 것, 변기물이 안 내려가는 것, 일자리를 못 찾는 것이 다 정치와 연결돼있어요. 우리는 그걸 못 깨닫고 있어요.

정치가 중요한 걸 알아도 너무 복잡하고, 우리는 화나게 하는 일이 많으니 정치와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요. 정치를 보면서 지치는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요?

여유가 있으시다면 봉사활동을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꼭 정치적인 활동이 아니어도 돼요. 봉사를 하면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지어 하게 되잖아요? 동물보호단체라든지, 급식소라든지, 공부방이라든지. 어떤 것이든 잘할 수 있는 걸 하게 되는데요. 무엇이든 봉사활동을 시작하면 뭔가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있을 거예요. 내가 어떻게 성공할지, 어떻게 돈을 벌지, 그런 문제에만 신경을 쓰게 되니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모든 것엔 사회적 맥락이 있다는 것, 세상은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때만 돌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그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시 불씨를 살릴 수 있거든요. 정치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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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인터뷰

애정클

애증의 정치클럽 팀이 함께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