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체포됐는데 여당 지지율은 올라갔다?!
이유가 뭘까요...
지난 15일 오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마침내 체포되었습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세계 정치사에서도 보기 드문 ‘체포된 현직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어요. 윤 대통령은 체포 이후 묵비권을 행사해 왔는데요, 18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영장실질심사에는 직접 출석하였습니다.
한편, 어제(17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39%, 민주당의 지지율이 36%를 기록했는데요.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여당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높은 결과가 나온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의 여론은 분명 정반대였죠. 민주당 48%, 국민의힘 24%로 야당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았는데요, 불과 몇 주 사이의 큰 변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국민의힘의 극우화
- 지난 담소에서 나누었듯, 계엄 사태와 탄핵 이후 보수 세력은 극우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며 움직여왔습니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가 음모론적 세계관에 갇혀 계엄 사태를 일으켰지만, 여러 여당 의원 또한 이에 동조하며 지지자들을 결집해 왔습니다.
-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전광훈 목사의 집회 현장에 여러 차례 등장하여 극우 층 지지자들에게 호소했으며, 김민전 의원은 스스로 백골단이라 칭하는 이들의 기자회견을 주선하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인 이상휘 의원은 가짜뉴스를 확대 및 재생산하며 중국과 야당 대표를 향한 혐오를 부추겼고, 심지어 고의로 조작한 사진으로 지지자들을 추어올렸습니다.
- 이들은 '불법 체포 영장’이라는 거짓 프레임으로 윤 대통령의 체포를 막아서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이 만료되던 6일, 44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체포 저지를 위해 한남동 공관으로 모였습니다. 그리고 15일 체포 당일에는 35명의 여당 의원이 윤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인간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수상한 여론 조사, 띄우는 언론들
- 지난 1월 5일, 갑자기 “윤 대통령 지지율 40%”라는 헤드라인이 여러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서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를 받아 3일과 4일 ARS 방식으로 실시한 조사였습니다.
- 탄핵 직전 지지율 11%를 기록했던 윤 대통령이었기에, 만약 사실이라면 역동적인 변화를 나타내는 수치였습니다.
- 우선 성립할 수 없는 말입니다. 여론조사에 있어 대통령 지지율이란 직무 수행 평가인데,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었기에 엄밀히 따지면 지지율 조사란 있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갤럽은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해당 문항(대통령 지지율)을 빠뜨려왔습니다.
- 해당 조사의 질문을 보면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생님께서는 윤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언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의 해킹 및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의혹 해소를 위해, 선관위 선거시스템에 대한 공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필요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선생님께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생님께서는 윤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언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의 해킹 및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의혹 해소를 위해, 선관위 선거시스템에 대한 공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필요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선생님께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질문자의 노골적인 의도가 들어갔다고밖에 해석될 수 없습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편향적 질문 세 개가 이어지다 보니, 평균적 견해를 가진 사람은 전화를 끊고 이탈할 확률이 크고, 동의하는 사람들만 끝까지 대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범인은 고성국
- 2025년 1월 1일,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에 업로드된 쇼츠 영상의 제목입니다: "대통령 지지율 40퍼 되면 탄핵 기각이다”
- 앞선 여론조사 내용은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로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서 실시한 조사였습니다. 고성국은 아시아투데이의 주필입니다.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로 1월 3~4일 진행된 조사에서 직무 정지 중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가 나온 것입니다.
- KOPRA 역시 2022년, 2023년 총 24건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중 14건이 고성국TV 의뢰 조사였습니다.
- 고성국TV는 그동안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비상계엄의 정당성 등을 끊임없이 주장해 왔습니다. 해당 발표는 여러 매체로 퍼지며 강성 지지층을 고무하였고, 1월 6일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한남동 관저에 모인 것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갤럽의 결과는?
- 이후에도 엉터리 여론조사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가장 공신력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갤럽의 1월 17일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의 지지율(39%)이 민주당(36%)을 앞지르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의견은 57%, 반대 의견은 36%였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직전 조사(1월10일)와 비교해서 탄핵 찬성(64%)은 줄었고 반대(32%)는 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 한편, 조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시 ‘정권 교체’ 의견(48%)이 ‘정권 유지’ 의견(40%)보다 높았습니다.
어떤 해석이 있을까?
-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까지 일어났지만, 박근혜 탄핵 정국 때 보수 진영이 붕괴한 것에 비해 보수 진영이 입은 타격이 덜한 것 같다는 평가입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보수 정당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박근혜의 잘못'이 곧 '보수의 잘못’으로 해석되었지만, 대선 직전 영입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개인 일탈로 받아들여진다’고 해석했습니다.
- 보수 진영에서는 민주당의 강공에 대한 역풍이라는 평가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여론 변화의 핵심은 중도층의 불안감에 있으며, 민주당이 불안감을 해소하기는커녕 심화시키며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평했습니다.
- 하지만 보수가 과다표집 되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일례로 탄핵 직후 조사에서는 진보 성향 응답자가 36%, 보수 성향 응답자가 24%였지만 1월 셋째 주에는 진보 성향은 26%로 줄고 보수 성향은 34%로 늘어났습니다. 다만, 슬로우뉴스의 이정환 대표는 “특정 성향의 유권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응답한다는 건 그것 자체로 여론의 반영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분명한 점은 보수층이 현재 더욱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위기를 느낀 보수 세력이 결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문제는 앞서 언급한 극우화입니다. 차기 대통령 후보 선호도에서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31%)를 이어 2위(7%)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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