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총선기획단을 꾸리며 내년 4월에 있을 총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12월 12일)은 한 달 가량 남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선거를 어떻게 치를 건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국회는 후보지를 나누는 선거구도, 선거 방식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제를 정해야 하는 법정 시한(4월 10일)을 어긴 지는 이미 7개월이 넘어갑니다.

선거제를 정하는 데 정당들이 왜 이리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걸까요? 지난 21대 총선을 치른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데는 다들 동의하지만, 어떻게 바꿀지는 정당 별로 계산이 복잡하기 때문인데요.

각 정당이 내세우는 선거제도는 뭘까요? 이들의 입장을 바꿀 새로운 변수는 없을까요?

지난 총선은 어떻게 치렀나

📜지역구: 소선거구제

• 한 선거구당 국회의원 1명만 뽑습니다. ‘안정적인 승자독식’ 체제입니다.
• 1등만 뽑히기 때문에, 인지도 높은 거대정당의 후보가 선출되기 쉽습니다. 소선거구제에선 양당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 현재 253개의 선거구에서 253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습니다.

📜 비례대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 비례대표제는 병립형과 연동형으로 나뉩니다. 병립형은 한국이 지난 총선 전까지 택했던 방식입니다. 지역구 투표에서 갖게 되는 의석 수와 상관 없이, 비례대표 17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눕니다.
•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지역구에서 못 채우면, 부족한 의석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겁니다.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석이 적은 소수 정당에게 유리합니다.
• 지난 총선에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비례대표 47석 중 17석은 병립형으로, 30석은 50% 연동형으로 뽑았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뭐가 문제였나

1️⃣ 너무 복잡하다

• 의석을 나누는 계산식이 너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유권자는 물론 각 정당들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2️⃣ 위성정당 ‘꼼수’

• 소수정당에 더 많은 의석을 가져다주는 제도의 취지는 거대양당의 위성정당으로 무너졌습니다.
• 위성정당은 큰 정당에서 선거용으로 만드는 정당입니다. 비례대표 후보자만 내는데, 지역구 의석이 없으므로 정당 득표율을 얻는 족족 비례대표 의석을 얻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위성정당은 원래 당으로 흡수됩니다.
• 처음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에 반대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먼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통합당의 꼼수에 대응하겠다는 명분으로 위성정당 격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했습니다.

선거제 논의 경과

• 법에 따르면 올해 4월 10일까지 총선 선거구가 정해져야 했습니다. 국회가 선거제를 정하지 못해서, 선거구도 아직 미정입니다.
• 국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를 만들어 선거제 개혁안을 논의했지만, 7월 회의를 끝으로 중단됐습니다.
• 7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 당에서 2명씩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꾸렸습니다. 두 당이 밀실 담판을 통해 선거제도 개편을 매듭짓겠다는 겁니다.

지금 각 당의 입장은 뭔데?

✅ 잃을 게 없는 국민의힘

“21대 총선 이전으로 돌아가자” ⇒ 병립형, 비례대표 47석 유지

• 20대 총선처럼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따로 계산하자는 겁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부작용은 해결하지만, 다당제 실현이라는 취지도 함께 사라집니다.
•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 국민의힘은 합의에 실패해 현행 준연동형제로 총선을 치르게 될 경우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에 열려 있습니다. 현행 선거제도를 수정하지 않아도 크게 잃을 게 없다는 겁니다.

✅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

“명분인가 실리인가, 고민 중”

⇒ (1안) 현행 준연동형, 위성정당은..?

• 지난 총선 이후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세우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반성과 개혁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준연동형을 유지하며 국민의힘만 위성정당을 세우면, 민주당은 의석 수 배분에서 불리해집니다. 약속을 지킬 건지, 의석을 지킬 건지 선택해야 합니다.
• 민주당 이탄희 의원 등 일부는 현행 제도를 유지한 채 위성정당 금지법을 만들자고 주장합니다. 이탄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총선 후 2년 내에 위성정당과 합당하면 국고보조금을 절반으로 깎습니다.

⇒ (2안) 병립형, 대신 비례대표 늘리자

• 위성정당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단, 비례대표를 47석에서 60석으로 늘리고 3개 권역별로 배분하는  조건입니다.
• 전국을 북부·중부·남부로 나누고, 권역별로 정당 득표율을 따로 계산해 의석을 나누는 안입니다. 인구가 적은 중부·남부 권역에도 비례대표를 동일하게 나누면 지역을 대표하는 의석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 속 타는 정의당

“위성정당 꼼수는 그만” ⇒ 현행 준연동형

• 정의당은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것에 강력하게 반발합니다. 민주당 안처럼 권역별로 나누는 것에도 회의적입니다. 영남 권역에선 민주당, 호남 권역에선 국민의힘의 의석이 더 늘어날 뿐이라는 겁니다. 비례대표가 100석 이상으로 늘어나야 찬성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녹색당·진보당·민주노총 중심의 노동계와 선거연합정당을 만들 계획입니다. 결국 현행 제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범진보 세력을 연합해 어떻게든 득표율을 높이려는 겁니다.
• 그러나 당내에선 총선용 위성정당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주축인 당내 모임 ‘세번째 권력’은 정의당을 비판하며 신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각 당이 고민 중인 변수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내부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양당은 상황을 지켜보며 선거제 계산에 반영하는 중인데요.

✅ 조국 신당

• 조국 전 장관은 지난 6일 ‘비법률적으로 명예를 회복할 길’을 생각 중이라며 총선 출마를 시사했습니다. 단순 출마가 아니라 신당을 차릴 가능성도 계속 제기됩니다.
• 조국 신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내면 야권 표가 분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분열을 원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조 전 장관은 총선에서 민주당을 필두로 한 승리를 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 현행 준연동형제가 유지될 경우 조국 신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총선 당시 열린민주당의 사례가 제시됩니다. 당시 민주당의 공식 위성정당은 더불어시민당이었지만, 친문재인 정당을 표방한 열린민주당 역시 총선 이후 민주당과 합당했습니다.
•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조국 신당 창당 가능성에 불씨를 지폈습니다. 현행 준연동형이 유지되면 조 전 장관과 함께 전국구 비례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민주당에선 두 사람의 사법 리스크를 우려하며 언급을 꺼리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송 전 대표 역시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 이준석 신당

• 이준석 전 대표도 국민의힘을 나와 신당을 차릴 것을 사실상 공식화했습니다. 창당 준비 중인 금태섭 의원,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등을 만났습니다.
• 국민의힘 주류 세력과 갈등을 빚은 만큼 ‘반윤석열’ 정서를 내세울 가능성이 큽니다.
• 신당 베이스캠프로는 대구를 택했습니다. 보수 정당의 본거지이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대구·경북 지지율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 국민의힘은 이준석 신당이 미칠 여파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신당이 수도권 의석을 분열시켜 국민의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이준석 신당이 2016년 ‘국민의당’ 창당과 유사한 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시 ‘반문재인’을 내세우며 탈당한 안철수 의원 등이 호남을 중심으로 38석을 차지했습니다.

노란봉투법, 방송3법 통과

• 여야의 찬반 갈등이 심한 두 법안이 지난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야당이 밀어붙인 결과로,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을 말합니다. 노동자가 파업으로 과도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말리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입니다.
• 방송3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바꿔 정치권의 영향을 줄이려는 법안입니다.

하루만에 달라진 KBS

• 박민 KBS 사장이 취임한지 하루만에 시사 프로그램과 뉴스 앵커들이 대거 교체됐습니다.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는 편성이 삭제되기도 했습니다.
• 진행자가 교체된 프로그램 다수는 여당에서 ‘편파 방송’으로 지적해온 것들입니다.
• KBS 노조는 제작진과 협의 없이 개편이 진행됐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국힘의 눈치싸움

•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 의원들의 서울 출마를 요청한지 2주째입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이 권고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호영, 장제원 의원은 아예 수도권 출마 의지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 그러다 어제, 인요한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자신이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 혁신위와 당 지도부 사이 갈등이 고조되기만 하는 상황에서 혁신위는 결국 힘을 발휘하지 못할 거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