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이 대표의 혐의를 단정 짓기 어렵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적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지난 2년 동안 이어져 온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전환점을 맞았는데요. 구속영장은 왜 기각된 건지, 정치권의 각 입장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봤습니다.

체포동의안? 구속영장 심사?

국회의원은 헌법에 의해 국회 회기 중 체포되지 않을 권리(불체포특권)을 가집니다.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방해하는 정치공작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회기 중 체포하려면 1️⃣현행범이 아니어야 하고 2️⃣국회에서 검찰이 제출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합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출석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합니다.

구속 여부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됩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어도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다면 구속이 불가능합니다.

회기 중이 아니라면 체포동의안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 혐의 총정리

[2023년 2월 첫 번째 구속영장의 혐의]

⇒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 불구속 수사 중

• 대장동 개발사업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년,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사업 수익은 성남시(성남도시개발공사)가 1순위로 배당받고, 그 외 수익은 민간사업자들이 나눠 갖기로 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 수익이 커지자, 민간사업 ‘화천대유’과 ‘천화동인’은 단 7%의 지분으로 성남시보다 훨씬 많은 4040억원을 배당받았습니다. 이 대표가 수익 분배 구조를 짤 때부터 민간사업자들에게 유리한 특혜를 주고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대장동 닮은꼴)

2013년 성남의 위례신도시 개발은 대장동 사업과 마찬가지로 민간 사업자들에게 자본금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대장동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 중 3명이 위례신도시 사업에도 관여해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 성남 FC 후원금

이재명 대표가 기업들이 보유한 성남 땅의 용도변경 등을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 160억원을 내게 했다는 의혹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 계약에 따른 정상적 광고비라고 주장합니다.

[2023년 9월 두 번째 구속영장의 혐의]

⇒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가결 ⇒ 법원에서 구속영장 기각

•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8년, 경기도는 대북 협력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이를 지휘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쌍방울그룹 김성태 회장이 경기도가 내야 할 사업비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북한에 보냈다는 혐의입니다. 검찰은 쌍방울의 대북송금에 이 대표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백현동 개발사업

2014~15년 성남시 백현동의 아파트 개발사업에서 민간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입니다. 민간업자 김인섭 씨의 청탁을 받아 사업 부지의 용도변경을 해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를 배제했다는 것입니다.

• 위증교사 의혹

이재명 대표가 김인섭 씨의 측근에게 2019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유리한 진술을 요구했다는 혐의입니다.

구속영장, 왜 기각된 거야?

1차 요건: 혐의 소명 (범죄 혐의가 확실한가?) ⇒ △

이번 구속영장이 청구된 3개의 혐의 중, 법원은 위증교사 혐의만 확실해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관련 혐의는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혐의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이 대표가 유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2차 요건: 증거 인멸의 염려 ⇒ X

검찰은 이 대표가 구속된 이화영 전 부지사를 회유·압박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대표의 직접 개입을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대표가 이미 다른 재판에 출석하고 있고,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감시의 대상임을 감안할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적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상황이 좀 바뀔 것 같은데?

1️⃣ 검찰•한동훈 법무부 장관: 무리한 정치 수사였다는 비판 조심 중

• 검찰은 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표했지만, 영장 재청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지난 1년 반 동안 약 400차례의 압수수색을 벌였음에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수사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보강 수사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총선 전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낮습니다.
• 체포동의안 부결을 예상했던 검찰의 수가 꼬였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증거가 불충분해 회기 전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고, 회기 중에는 부결을 통해 ‘방탄 정당’ 프레임을 만들 수 있으니 체포동의안을 요청했다는 비판입니다. 한 마디로 검찰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음이 분명하다는 겁니다.
• 체포동의안 요청의 중심에 섰던 한동훈 장관도 곤란해졌습니다. 민주당은 한 장관 탄핵 요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2️⃣ 이재명 대표: 당 리더십 회복할 기회 노리는 중

• 구속을 피한 이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까지 당 대표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힘쓰며 당의 통합에 힘쓸 전망입니다.
• 그러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당장 구속은 피했지만, 수사는 끝나지 않아 앞으로도 법원을 주기적으로 드나들어야 합니다.
• 돌파해야 할 정치적 문제들도 남아있습니다. 우선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 SNS로 부결을 호소해 지난 6월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뒤집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체포동의안 가결 + 구속영장 기각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정치적 명분이 부결 호소 때문에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가결 표를 던진 민주당 내 의원들을 어떻게 다룰지도 선택해야 합니다.

3️⃣ 민주당: ‘방탄 정당’에서 벗어났지만, 내부 분열은 어떻게?

• 이번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의 이탈표 때문입니다. 이에 가결 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해 징계해야 한다는 친명계 의원들의 압박이 거세졌습니다. 가결이 나온 직후 원내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하기도 했습니다.
• 친명계 의원들은 영장 심사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를 구속 위기에 내몬 것은 야당 탄압에 굴복하는 행위며, 이 대표를 제거하고 기회를 잡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떨치는 것이 총선을 생각했을 때 민주당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 내년 총선 공천에서 비명계 의원들이 불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커졌습니다. 총선 전 당내 윤리심판원을 통해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 새롭게 선출된 홍익표 원내대표는 “다양성과 차이를 품겠다”며 민주당 통합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가결파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4️⃣ 국민의힘: ‘이재명 리스크’ 떨쳐낸 민주당 피하는 중

• 그동안 민주당을 ‘방탄 정당’이라 몰아세웠던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대응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그동안 국민의힘에게 반사 이익을 줬습니다. 체포동의안 부결은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불신을 강화할 수 있는 무기였습니다. 이번에도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면 총선까지 공격을 이어갈 수 있었겠지만 명분이 사라졌습니다. 민주당에 대응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위기입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 27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었던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됐습니다. 신 후보자는 과거 극우적 막말과 역사 인식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 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쿠데타를 옹호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막말을 한 것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 9.19 군사합의와 홍범도 장군에 대한 신 후보자의 의견도 쟁점이었습니다. 9.19 군사합의는 2018년 남북이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합의입니다. 신 후보자는 해당 합의가 북한에게 유리하고 실효성이 없는 일방적 합의라며 폐기할 것을 주장해왔습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해선 명예졸업장 수여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짜뉴스 규제, 할 수 있을까

•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짜뉴스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1일 ‘가짜뉴스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해 인터넷 언론사까지 심의 대상을 확대하고, 가짜뉴스 전담신고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개념도 아직 확실히 정립되지 않았다며 근거 없이 조급하게 규제를 도입할 경우 언론 자유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 정부가 나서서 가짜뉴스를 규제하면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을 가짜뉴스로 몰아 탄압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추석 휴재 공지]

추석 연휴를 맞아, 9월 29일(금)·10월 3일(화) 발행은 쉬어갑니다.

10월 5일(목) <주간 애증 담소>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