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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총정리

애정클
애정클
- 16분 걸림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파업이 발생했다. 바로 화물연대 총파업. 다행히 일주일 만에 마무리가 됐다. 파업 기간 동안 정부에서는 ‘불법 행위에 엄격히 대응하겠다’고 메시지를 자주 내더라. 윤석열 대통령은 “노사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 말했다.

그런데 헷갈리는 게 있다. 불법이고 노사 문제인데 정부와 합의를 하면서 파업이 끝났다고? 노동자, 회사, 정부가 이 문제에서 어떻게 얽혀있는 것인지 잘 정리되지 않는다.

화물연대 파업을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에 대해 담소를 나눠보자.


지금 상황 알아보기


화물연대가 6월 7일부터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 폐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수업종 특수고용화물노동자’, 쉽게 말해 화물차 운전 기사들의 노동조합이다. 안전운임제화물 기사에게 최소한의 운임(운반•운송에 대한 보수)을 보장하는 제도다. 일몰제일정 기간이 지나면 법률이 없어지는 제도를 말한다. 안전운임제는 2020년부터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이면 없어질 예정이었다. 화물연대의 요구 사항은 아래와 같았다.

  1. 일몰 조항을 폐지해 일몰 기간 후에도 안전운임제 지속
  2.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운송 품목의 확대
  3. 기름값 상승을 고려한 운송료 인상

파업은 화물 운송을 거부하고, 대체 수송을 저지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정부와 경찰은 단순 집회 외에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화물차량의 운행을 방해하는 등 불법 행위를 할 경우에는 면허 취소와 구속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다.

화물연대 조합원인 화물 기사는 전체의 6%, 파업에 참여한 기사는 조합원 중에서도 35% 남짓이었다. 하지만 컨테이너 트레일러와 시멘트를 운송하는 화물 기사들이 많이 참여해 철강·시멘트 산업에는 지장이 있었다.

6월 14일,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합의에 도달하면서 파업은 일주일 만에 종료됐다. 합의는 안전운임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개념 짚고 가기


안전운임제에 따르면, 당해년도 안전운임은 1) 화물 기사(차주), 2) 운수사업자, 3) 화주(화물의 주인인 기업) 등 이해당사자와 공익위원이 모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정해진다. 화주는 화물기사나 운수사업자에게 안전운임 이상의 운임을 지급하지 않을 시 처벌을 받게 된다.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배경에는 고질적인 화물운송산업의 저운임 구조와 그로 인한 노동 문제가 있다. 차주이자 기사인 화물노동자는 화주와 직접 운송 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화주와 계약을 맺은 운수사업자로부터 일감과 보수를 지급받는다. 운수사업자가 화주와 계약을 맺어 물량을 확보하고 이를 화물노동자에게 배치하는 것이다. 화주는 최저 금액을 제시하는 운송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운송사업자는 다시 화물노동자에게 주는 운임을 깎는 식으로 수익을 내오면서 운임료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노동자들은 과로•과적•과속 운행에 내몰리게 된다. 운임 자체가 낮으므로 생계 유지가 가능한 소득을 벌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며, 한번에 많은 물량을 싣고, 빨리 달리게 되는 것이다. 과로•과적•과속은 화물 노동자들의 일생활 균형과  건강을 위협하며, 나아가 일반 시민의 교통 안전에도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안전운임은 화물노동자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함으로써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한편 화주 측은 안전운임제로 인해 물류비 부담이 심각해졌다고 주장한다. 또한 제도 도입 기간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화물차 수가 줄었기 때문에, 사고율 감소와 운전자 처우 개선 등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알면 좋을 맥락


안전운임제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지금의 안전운임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리잡게 됐는지 잠깐 알아보자.

2003년

안전운임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였다. 당시에는 표준운임제라는 이름으로 요구됐다. 화물연대는 2003년 대규모 파업을 진행하며 표준운임 도입을 처음으로 주장했고, 정부는 표준운임제를 수용하진 않았지만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일부 개정해 화물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했다.

2008년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제 도입을 위해 이명박 정부 때 다시 파업을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각종 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도입을 거부했지만, 파업이 지속되자 표준운임제 도입 추진위원회를 꾸려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원회에 참여한 화주, 운송사업자, 차주 단체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도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8년

십여 년을 표류해 온 표준운임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되며 도입에 성큼 다가섰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표준운임제를 안전운임제로 명칭 변경하고, 입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주와 산업계의 반발은 여전히 거셌다. 그 결과 초기 구상과 달리 적용 품목이 시멘트, 컨테이너 등으로 축소됐고, 도입 방식은 3년 일몰제로 변경됐다. 법안은 민주당의 주도로 2018년 통과됐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화물연대 파업, 뭐가 불법이라는 거지?

  • 🤔 뉴스를 보니 “불법 행위엔 강력 처벌” 이라고 표현하던데.. 역시…파업은 문제인 건가?


우선 파업이 뭔지부터 정리해보자. 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 중 하나다. 헌법에 따라 노동자들은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해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 단결권: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
  • 단체교섭권: 노동조합이 사용자와의 교섭을 통해 임금 및 복지와 같은 노동조건에 대해 협약을 맺을 권리
  • 단체행동권: 파업•태업 등 노동 쟁의를 할 수 있는 권리

파업노동자가 일을 중단함으로써 사용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해 권익 개선 요구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노동자들이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점을 인정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

많은 언론에서는 화물연대 사태를 두고서 ‘파업’이라고 칭하고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국토부)는 화물연대의 행위가 파업이 아닌 집단 운송 거부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도 집단 운송 거부 과정에서 불법 운송 방해 행위가 생기면 엄격하게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화물연대가 정식 노동조합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이러한 입장은 차주 겸 기사인 화물노동자들이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는 점과 관련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업무위탁계약 등에 의해 노동을 제공하고, 수수료 등의 형태로 대가를 받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사실상 특정 사용자의 사업을 위한 노무를 제공하므로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와 유사한 특성을 갖지만, 노동3권과 같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노동자들은 합법적인 노동조합으로 등록하지 못하고 민주노총 산하로 들어가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단체를 설립했다. 단체 명칭에 ‘노동조합’이 아니라 ‘화물연대’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이러한 시각을 문제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물기사를 비롯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노동자 지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제노동기구(ILO)에서 화물기사들도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정부가 이번 화물연대 사태를 집단 운송 거부라고 규정한 것이, 노동 문제에 대한 제한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국토부도 책임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 🤔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파업은 노사가 알아서 해결할 일이라고 하던데 … 그럼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정말 없을까?  결국 협상은 국토부랑 했다며!

1) 애초에 안전운임제와 관련된 협상은 국토부를 거쳐 이뤄졌다.

앞서 말했듯이, 화물연대는 특수고용노동자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법적으로 노조가 아니다. 따라서 노조의 권리인 단체교섭권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노사 협상을 요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안전운임제와 관련된 협상은 그간 정부를 통해 이뤄져왔다. 국토부에서 화물기사, 화주, 운수사업자의 대표와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안전운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는 식이었다. 다시 말해 화물연대는 국토부를 통해 협상 자리를 만들고 협상 내용을 전달해야 했던 것이다.

2) 법 개정 자체는 국회의 역할이 맞지만,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역할이 크다.

국토부는 일몰 조항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 모두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라며, 국토부의 역할이 없다는 식으로 말해왔다. 실제로 두 사안 모두 법이 개정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안전운임제 존속 여부에 있어 국토부의 역할은 상당하다. 정부가 입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법에는 정부에서 진행하는 정부입법과 국회의원들이 진행하는 국회입법이 있다. 정부입법은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입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그 정책을 주관하는 중앙행정기관이 법령안을 입안해 국회의 심사를 받아 의결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여당과 협의를 하기도 하고, 야당에 협조를 구하기도 한다.

꼭 정부입법을 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국회에게 법안의 필요성을 피력할 수 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에는 국토부가 안전운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국회를 설득했었다. 이번에도 화물연대와 국토부가 지속 추진에 대한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도 그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며 관련 논의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3) 일몰 전까지 안전운임제의 운영 방향을 내놓고 제도의 효과를 분석해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것도 국토부의 역할이다.

법안 도입 당시 국회는 일몰 조항을 추가하면서 일몰 1년 전 제도 시행 성과를 평가하고 지속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일몰 1년 전인 올해 초부터 국토부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했지만 미뤄졌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 2월에 한국교통연구원으로부터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보고서를 받았지만, 이에 기반한 대책 논의는 미비했다.


오늘 담소 마무리


화물연대는 국토부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에 합의함에 따라 지난 14일부로 파업을 종료했다. 연장 방법과 기간, 확대 범위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 내용을 두고 화물연대와 국토부의 해석이 갈려 논란이 되고 있다. 합의안에는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이라고 서술됐는데, 화물연대는 국토부가 일몰 조항 폐지와 품목 확대 논의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반면 국토부는 안전운임제를 ‘연장 등’ 지속 추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일몰 조항 폐지가 아닌 일몰 기간 연장에 합의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지난 16일에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안전운임제 연장 적용에는 동의하지만 적용 품목 확대에는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앞으로 지켜봐야 하는 곳은 국회다.  안전운임제를 당장 폐지하지 않는 것에는 노동자와 정부가 동의를 했지만, 안전운임제의 구체적인 수정 방향은 국회에서 논의돼야 한다.

법 개정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갈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안전운임제 상시 적용과 적용 품목 확대 법제화를 추진해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갈등의 소지는 남아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회에서 전개될 논의를 잘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


오늘의 담소 요약


  •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 폐지 및 확대 적용을 요구하며 벌이던 파업을 7일 만에 종료했다. 국토부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에 합의하면서다.
  • 정부는 이번 파업을 두고 정식 노동조합에 의한 게 아닌 ‘집단운송거부’ 행위라며 강력 대응을 강조했는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등한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안전운임제는 국토부가 이해관계자들의 협상 자리를 만들어 논의하던 것이고, 법 개정 자체는 국회의 역할이나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파업에 대해 국토부의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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