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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일

애정클
애정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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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클러버라면 주목


✔️ 여성혐오? 혐오범죄?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사람

✔️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정말 필요한 논의는 무엇일지 고민하는 사람


지금 상황 알아보기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주환(31)이 스토킹하던 20대 여성 직원을 살해했다. 전씨는 지난해 10월 불법촬영을 이용한 협박 혐의로 고소당해 직위해제됐다. 피해자는 전씨를 스토킹 혐의로 추가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차례의 고소에서 전씨는 구속되지 않았다. 범행은 선고 전날 발생했다.

이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제도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지 않았거나 경찰이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했다면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 내 성폭력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서울교통공사도 비판받고 있다. 전씨가 징계가 아닌 직위해제 상태였기에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근무지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알면 좋은 맥락

강남역 사건 6년 후, 다시 벌어진 살인사건


2016년 벌어진 강남역 사건은 혐오범죄와 젠더폭력을 둘러싼 논쟁의 시작점이 됐다. 6년의 시간 여러 사건을 거치며 젠더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 역시 커졌다. 그런 가운데서 ‘제2의 강남역 살인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살인사건이 다시 발생했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여전히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 강남역 사건의 피해자는 가해자와 전혀 모르는 관계였다. 조현병과 피해망상을 앓고 있었던 가해자는 피해자 여성을 살해한 이유를 묻자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혐오가 살인을 일으켰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강남역 사건은 페미니즘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한편 개인의 문제로 벌어진 사건을 성별 갈등 구도로 확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 신당역 사건도 도심 한가운데서 벌어진 여성 대상 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서 강남역 사건과 비슷하다. 다만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로 알던 사이였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계속해서 스토킹을 당했다는 맥락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번에도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공방이 오가고 있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그 이후


지난해 3월, 국회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강화를 규정한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반의사불벌죄 규정으로 인해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가해자 역시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한 후 합의를 요구하며 원치 않는 연락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스토킹처벌법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여성혐오 범죄'가 뭔데?

  • 여성혐오, 혐오범죄, 젠더폭력… 강남역 사건 이후 귀에 익긴 했는데 정확한 의미는 아직도 모르겠다.


혐오라는 단어는 흔히 무언가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감정을 뜻한다. 이 혐오와 ‘여성혐오’, ‘혐오범죄’에서 말하는 ‘혐오’는 다른 개념이다. ‘혐오’어떤 개인·집단이 사회적 소수자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증오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닌, 사회적 맥락에서 만들어진 관점을 가리킨다.

  • 여성혐오도 단순히 여성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여성혐오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편견과 이에 기반한 차별, 멸시, 증오를 의미한다. 따라서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보지 않는 것,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성적으로만 바라보는 것, 특정한 역할을 강요하는 것이 여성혐오에 포함된다.
  • 혐오범죄는 피해자 개인이 아니라 피해자가 속한 집단에 대한 혐오에 기반한 범죄다. 혐오범죄 사건이 벌어지면 피해자가 속한 집단에서는 ‘나 역시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된다. 강남역, 신당역 사건 이후 여성들이 두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그 예다.
  • 젠더폭력은 특정 성별에 대한 혐오에 기반한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다. 성별 간 불평등한 힘의 관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대다수다. 여성혐오 범죄란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젠더폭력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가 여성혐오에 의한 범죄인지 규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건이 어떤 맥락에서 벌어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강남역 사건이 정신질환자의 망상에 의한 사건이라고 하면 여성혐오와 관련이 없어진다. 그러나 ‘여성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망상이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하면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할 수 있다.

'여성혐오 범죄'라고 하면 어떤 점이 달라져?

  • 두 가지 의문이 이어진다. 첫째, 위에서 설명한 대로라면 신당역 사건도 여성혐오 범죄인가? 들쩨. 여성혐오 범죄라고 규정하면 처벌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굳이 여성혐오 범죄라고 규정할 필요가 있나?


신당역 사건의 ‘여성혐오 범죄 여부’에 대한 논쟁의 구도는 아래와 같다.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

  • 여성혐오가 아니라 법집행과 제도의 문제다.

    이번 사건은 법의 엄격한 집행과 제도 개선의 문제이지 여성과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기소된 이후 직위해제 상태였던 가해자가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던 점, 스토킹과 불법촬영으로 징역 9년을 구형받았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었던 점이 문제지, 젠더 관점에서 볼 사건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엄정한 법집행과 제도적 보완이다.”, “단지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여성혐오라고 규정하는 것은 현상에 대한 오독”이라며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로 보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여성안전 문제의 주무 장관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도 비슷한 시각이다. 김 장관은 사건 발생 후 현장을 방문해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답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여성혐오인지 아닌지가 스토킹 범죄를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논의는 아니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여성혐오 범죄로 분류하는 것보다 스토킹 범죄의 다양한 양상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는 게 어 중요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6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 역시 정신병에 의한 의사결정 능력의 문제라며 “혐오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여성혐오 범죄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신당역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라고 보는 이들은 전준환의 범행이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와 관련돼있다고 말한다. 남성에게 원하는 대로 여성을 소비·소유할 권리가 있다 여기고, 여성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사건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논리다. 실제로 여성 대상 범죄의 대다수가 여성이 가해자 남성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그렇다면 법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인식과 문화가 변화해야만 본질적인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 나아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정치가 부정해온 것이 여성혐오 범죄가 그치지 않는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여성 단체들은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분석할 때도 여성혐오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6월까지 사법처리된 20대 스토킹 피해자 1,285명 중 1,113명이 여성이었다. 그런 만큼 ‘여성 대상 범죄’의 특성과 성차별적 구조의 문제를 빼놓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만들긴 어렵다는 얘기다.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는 신당역 사건에 대한 긴급 현안보고를 진행했다. 법무부, 대검찰청, 경찰청, 서울교통공사 등 사건 관계 기관들이 대거 참여했는데, 그중 여가부도 포함됐다. 이에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면 여가부가 나설 이유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과 안전의 문제로만 봐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없기에 여가부와 여가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에도 불을 지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여성안전을 위해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며,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김현숙 장관을 비판했다.


오늘 담소 마무리


현행 스토킹처벌법이 미흡하다는 기사가 사건 이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와 피해자들은 스토킹처벌법이 입법 당시부터 법안이 불충분하다고 말해왔다. 스토킹처벌법 논의가 시작돼 국회에 올라오는데 걸린 시간은 약 20년이다. 제정부터 법안 개정 논의까지, 정치는 매번 누군가 죽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을 살리는 일에 대해서 만큼은 정치가 한마음으로 움직이길 바라며, 이번엔 확실한 ‘예방’이 되도록 눈 크게 뜨고 지켜보자.

이번 주 정치,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릴레이 외교 참사?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순방에서 연이어 논란이 발생했다. 우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을 현지 사정을 이유로 취소했다. 장례식에는 참석했지만, 조문까지 참석한 타 국가 정상들과 비교했을 때 결례를 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영국 왕실과 조정해 결정한 일이라고 밝혔지만 비판 여론이 가시지 않았다.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도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상대 측과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뉴욕의 경제 관련 행사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은 만남을 가졌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퇴장 중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X 팔려서 어떻게 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됐다.

대정부질문 마무리
정기국회의 메인 이벤트 중 하나인 대정부질문이 9월 1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다. 대정부질문은 국회가 정부에게 특정 분야에 관해 설명을 요구하는 활동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주요 쟁점이 됐다. 같은 기간 진행 중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공방이 있었다.

이준석 무혐의
이준석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2013년부터 2015년에 걸쳐 일어난 사건들이 공소시효 만료 또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검찰에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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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클

애증의 정치클럽 팀이 함께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