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5색, '대구싶은 정치토크'
폴티가 개최한 토론 행사 ‘대구싶은 정치토크’, 서로 다른 정당에 소속된 대구 정치인들이 모여 정치가 무엇인지 논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토론의 지팡이가 됐습니다.
좋은 정치와 나쁜 정치는 어떻게 가를까요. 우선 정치가 무엇인지 밝혀야 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는 정치인은 많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말하는 정치인은 보기 어렵습니다.
7월 20일, 대구 중구 ‘대화의장’에서 폴티가 토론 행사 ‘대구싶은 정치토크’를 개최했습니다. 서로 다른 정당에 소속된 대구 정치인들이 모여 정치가 무엇인지 논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토론의 지팡이가 됐습니다.
<군주론>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정치의 정의를 완전히 바꾼 책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를 종교·도덕과 분리했고, 현실에 뿌리를 둔 냉정한 정치의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토론자들은 <군주론>이 다루는 핵심 질문을 기반으로 자신의 정치 철학과 대구 정치의 현주소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습니다.
토론자로는 김태우 국민의힘 대구시의원, 신원호 기본소득당 대구시당위원장, 임아현 청년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임호영 녹색당 당원, 정대현 민주당 수성구의원이 참여했습니다. 객석에도 현업 정치인부터 대학생, 당원부터 무당층까지 다양한 참석자가 모였습니다. 토론을 재구성하여 옮겨봅니다.
<군주론>은 국가의 형성과 통치 방법을 다룹니다. 대구에서 정치활동을 하며 여러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공유해주세요.
임아현(정의당): 답을 찾아가는 게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내 편이 되어주는 정당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으로 정당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하며 누군가의 편이 되어주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바뀌긴 했지만 대구의 예전 슬로건을 좋아했어요. ‘컬러풀 대구’요. 대구가 보수 성지라고 하지만 그 안에 다양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양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이 분명 있고 그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 정의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 여성 당사자로서의 고민을 당내에서, 대구에서 공유하는 게 목표입니다.
김태우(국민의힘): 국힘은 젊은 사람에게 인기가 없고, 꼰대 정당 이미지가 강합니다. 이 자리에도 저희 당을 독재, 친일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본 국힘은 그런 정당이 아니었어요. 보수는 우리가 꼭 지켜야 하는 가치를 지키는 태도입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요. 변화와 혁신도 중요하지만, 힘이 없으면 세상을 바꿀 수도 지킬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선 힘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신원호(기본소득당): 대구에선 다양한 정치세력이 새로운 정치를 할 기회가 없었어요. 특히 선별적으로 행해지는 정책이 많은 지역이라, ‘누구나 나답게 살 수 있는 대구’라는 목표를 두고 활동해왔습니다.
정대현(더불어민주당): 기본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매년 기본이 없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있어요. 사람이 사람 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며 사각지대 취약계층을 위한 정치에 관심 가지게 됐습니다.
임호영(녹색당): 녹색당은 다양성과 기후위기를 얘기하는 정당입니다. 지속가능성, 미래를 위한 가치를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군주론>에서 말하는 정치적 리더의 자질을 기반으로, 대구 정치를 평가한다면요?
정대현(더불어민주당): <군주론>은 군주가 민중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홍준표 시장의 시원시원한 모습을 좋아하는 시민도 있지만, 시민들 곁에 다가서고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보완돼야 한다고 봐요.
임호영(녹색당): 대구, 광주 시장의 당선 사례를 보면 국민들의 심리가 어떤가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합의와 대화가 중요하다지만, 시민들은 강력한 리더를 바라는 건 아닐까 싶어요.
임아현(정의당):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죠. 그러려면 리더십 가진 인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역량과 의지를 갖춘 사람이 적어요. 대구라는 정치 지형에서 시민들이 불안감을 홍준표라는 힘 있는 인물을 통해 해소하려는 게 있었던 것 같아요.
김태우(국민의힘): 대구는 원래 진보운동을 이끌던 도시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 지역 출신으로 산업화를 이끌었죠. 대구가 그에 대한 향수가 가장 강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재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당시를 직접 경험하신 분들이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강력한 리더십을 당에서 요구했고, 윤석열 대통령을 응원했습니다. 홍준표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추진력 있는 리더를 원해서 압도적으로 당선된 거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의 소통이 부족한 건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신원호(기본소득당): 홍준표 시장이 카리스마 있는 정치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 일이죠. 논의 없이 결정하는 게 정치인의 카리스마일까요? 갈등 상황을 조율하거나 정치로 풀기보다는 페이스북으로 입장만 내는 식입니다. <군주론> 중 ‘선한 것을 추구하는 자는 악한 것을 추구하는 자들 사이에서 파멸한다’는 구절에 많이들 공감하는데요. 권력이 선한 것이 아닌 혐오 조장에 적극 참여하는 중이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선하게 있지 않는 것도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로어에서도 홍준표 시장에 대한 평가가 나왔습니다. 대구 경제 성장을 위해 홍 시장을 지지한다는 참석자도 있었고, 홍 시장이 불가피한 갈등 상황에서 빠른 결정을 내리는 면모가 <군주론>에 제시된 리더의 미덕에 들어맞는다며 높게 평가하는 참석자도 있었습니다.
반면 ‘집중호우 골프’ 사태처럼 국민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독선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낳을 뿐이란 평가도 있었습니다. 홍 시장이 내세우는 것에 비해 성과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지금 대구엔 어떤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할까요?
임아현(정의당): 준법 정신 있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대구 구의원들이 최근 사고를 많이 쳤는데요. 이로 인해 떨어진 지방 의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내 삶과 직결된 많은 일들이 지방의회에서 결정되잖아요.
임호영(녹색당):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원호(기본소득당): 우리는 과거보다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고, 미래보다 간단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갈수록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는 더 많아질 거예요. 지금 정치인에게 필요한 덕목은 공감 능력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대변하는 일이라면, 내가 비장애인 남성 정체성으로 살아가도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해요. 자기 경험만으로 정치하기보단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태우(국민의힘):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얘기하는 용기입니다. 여야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인데요. 국힘은 공감 능력이 부족한 편이고, 진보정당은 공감은 잘 하는데 실질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약합니다. 능력과 공감능력이 조화되는 리더십이 있으면 대구 정치가 나아지지 않을까요.
정대현(더불어민주당): 공감과 경청입니다. 제가 소속된 수성구에서도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의사결정하는 거버넌스 측면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거든요. 또 스타 정치인보다는 대구에서 성장해온 사람을 키워 정치적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객석에서도 소통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습니다. 정당, 정치인 간의 소통부터 주민과 정치인의 소통까지, 다양성을 존중하는 합의 과정을 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발언권은 토론자와 객석 참석자 모두에게 균등하게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강하게 충돌할 법한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승패를 가리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접촉해보려는 자리였기에, 이 차이는 오히려 논의를 풍성하게 했습니다. 차이에 집중해 각을 더욱 세우기보다는 서로가 곱씹어볼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지며, ‘소통과 공감’이라는 지향점이 공동의 목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진보 성향의 참석자는 보수의 의미를 새롭게 끌어냈고, 보수 성향의 참석자는 진보의 가치를 인정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신뢰가 귀한 시대, 폴티는 이렇게 고전의 이름을 울타리 삼아 대화의 경험을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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