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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 기후위기는 무섭지만 우리는 용감하지

Fridays for Future(미래를 위한 금요일) 테일러 미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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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시작. 소파에 앉아 웃고 있는 김예원 변호사.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안경을 끼고 있다. 의상은 밝은 색의 블라우스. 사진 설명 끝.
FFF 테일러 미첼 활동가

Fridays for Future(미래를 위한 금요일, FFF)은 그레타 툰베리가 소속된 국제 청소년 환경운동 조직입니다. 매주 금요일,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며 등교를 거부하는 툰베리의 1인 시위에서 시작돼 전세계적인 운동으로 확장됐습니다.

FFF의 청소년들은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문제라는 기성 세대의 관점을 깨고, 기후위기가 현실을 흔들고 가까운 미래를 앗아가는 ‘나의 문제’임을 알렸습니다. 어른들의 눈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사회 운동의 규칙도 이들에겐 달리 보였습니다. FFF는 완전히 새로운 민주적 의사소통을 통해 전세계적 규모의 운동을 조직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도, 민주적 의사결정의 과정도 FFF에게는 ‘모두가 동등하다’는 인식이 있을 때 열리는 문제였습니다.

지난 6월, FFF 활동가인 테일러 미첼(Taylor Mitchell)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미첼은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에서 해양생물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정치와 과학을 잇는 다리가 되길 꿈꾸고 있습니다. 미첼에게 정치적 관점에서 본 FFF 활동과 기후위기와 정치의 관계를 물었습니다.

툰베리는 특별하지 않다

FFF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작년 9월 기후 총파업을 계기로 참여하게 됐어요. FFF에서 이미 활동 중이던 친구에게 초대받아서요.

사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어요. 가볍게 활동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첫 미팅에서 제가 틱톡을 한다고 하니까 갑자기 저한테 틱톡 계정을 맡기더라고요. 이 후 인스타그램 계정도 다른 팀원들과 공동으로 맡게 되며 주로 SNS관리를 하게 되었어요.

요즘은 올해 9월 기후 행동을 계획하고 있어요. 어떤 기조로 갈지, 어떤 해시태그를 사용할지, 로고는 어떻게 할지 등을 그룹 채팅을 통해  전세계 활동가들과 기획 중입니다."

홍보를 담당하시는 것 같은데. 조직 내에서 공식적인 직책이 있나요?

"아니요, 책임자는 따로 없어요. FFF는 민주적으로 운영돼요. 새롭게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룹 채팅을 하면서 표결에 부쳐요. 예를 들어 단체에서 누군가 만나러 가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만장일치의 의견이 나온다면 그렇게 하지만, 구성원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불편하다고 말하면 취소해요. 그 구성원은 왜 불편한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저희는 활동에 있어서 서로의 정신건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구성원들이 억지로 전체 의견에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요."

사진설명 시작. 소파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하는 김예원 변호사. 인터뷰어의 말을 듣고 있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안경을 끼고 있다. 의상은 밝은 색의 블라우스. 사진 설명 끝.
시위를 벌이는 그레타 툰베리와 활동가들 ©Michael Kappeler / Verwendung weltweit

FFF와 그레타 툰베리는 어떤 관계인가요?

"매주 수요일에 주간 회의를 하는데, 그레타가 항상 참여해요. 줌 회의를 통해서라도 늘 참석하려 노력하죠."

그레타에게 대표 같은 공식 직함이 있나요?

"아뇨, 그런 건 전혀 없어요. 그저 역할에 따라 아웃리치 팀, 그래픽 디자인 팀 등의 다양한 그룹이 있고, 참여하고 싶은 팀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이예요. 일방적인 결정권자는 없고, 모든 게 투표를 통해 결정되죠."

놀라운 시스템이네요. 요즘 많은 기업들이 ESG라는 경영 가치를 구현하려 하죠. 하지만 허울뿐이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요. FFF는 거버넌스 측면에서 그에 맞는 철학을 자연스럽게 구현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모두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어요. 결국 기후위기 대응, 인권 보장, 정의 구현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으니까요."

기후운동에 대한 기성세대의 주된 비판이 기후위기의 책임이 더 큰 서구의 목소리가 운동의 중심이고, 기후위기에 더 큰 피해를 입는 개발도상국의 목소리는 무시된다는 거죠. FFF는 그런 국가와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잖아요.

"여러 나라의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있다면 바로 들고 오죠. 예를 들면 브라질의 인권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그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고요."

얘기한 게 상식적인 방향처럼 느껴지지만, 과거에 기후 운동은 그렇지 않았죠. 그래서 FFF의 운영이 신선하게 느껴져요. 툰베리도 상식과 과학을 바탕으로 주장하죠. 하지만 FFF가 너무 공격적이고, 실재하는 문제에 집중하기보단 공포감 조성에 힘쓴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그게 우리가 하려는 일이에요. 사람들을 겁주는 것. 기후위기는 그런 관심이 필요한 문제에요. 아름답게 연대하는 것만으로 극복할 수 없어요. 기후위기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요. 기후재난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우리는 이미 1.1도 상승에  이르렀고, 1.5도 상승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지난 10년 동안 온도가 25%나 올랐고, 이렇게 될 때까지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무서워해야 마땅해요. 눈 감으면 저절로 사라질 일이 아니에요. 우리는 사람들이 깨어나도록 겁을 주려는 거예요.

지금 당장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걱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죠. 영향을 덜 받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런 경향이 있어요. 이들에게 무지는 곧 행복이죠. 하지만 그들도 곧 느끼게 될 거예요. 미국에서 기후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던 사람들도 얼마 전 갑자기 스모그로 뒤덮인 뉴욕을 목격하고, 경계심을 갖게 됐어요."

정치화된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원자력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요. 반면 환경 단체들은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데요. 최근 한국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큰 이슈기도 하고요. 원자력 발전과 기후위기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자력은 환경에 연쇄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쳐요. 핵폐기물은 절대로 물속에서 희석되지 않으니까요.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은 원자력이 미래라고 말해요. 하지만 탄소 배출 제로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약 만 오천 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해요. 지금부터 2050년까지, 연간 39개의 새로운 발전소가 건설되어야 하죠. 지금 우리가 가진 공간과 자원으론 이 목표를 충족시킬 수 없어요.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끔찍할 거예요. 원자력 발전소를 더 건설하는 건 미국과 러시아 같은 나라의 핵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할 동기를 부여할 거고, 핵무기 사용에 기여할 가능성도 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만 봐도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전환은 위험해요.

공중 보건에도 해로워요. 핵폐기물은 더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죠. 일본은 해산물 시장의 큰 손이에요. 후쿠시마 오염수는 바다의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칠 거고, 플랑크톤, 물고기, 더 큰 해양동물을 거쳐 결국 우리가 오염수를 소비하게 될 거예요.

영국의 핵발전소에서 나온 핵폐기물에 대한 사례 연구를 보면 핵 폐수가 주변 쇠돌고래에 영향을 끼쳤다는 결과가 있어요. 후쿠시마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겠죠. 핵폐기물은 조류를 타고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모든 곳에 도달할 거예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정치화됐어요. 많은 나라들이 외교적인 사안이기에 조심스러울 수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해외에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해요. 한국에선 큰 이슈지만 스웨덴에서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거든요."

6월 1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세계녹색당총회에 모인 참가자들 ©주영재 기자 / 주간경향

녹색당은 기후 의제를 정치에 가져오는 세계적인 정당이죠. 최근 한국에서 80개국이 참여한 세계녹색당총회가 열렸는데요. 스웨덴 녹색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스웨덴의 어떤 정당도 기후 변화를 위해 실질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녹색당도 마찬가지고요. 정치는 기후위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 건데, 그러려면 더 많은 표가 필요하다'고 말하죠. 하지만 실제로 의회에서 정말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녹색당이 말하는 자신의 위치와 실제로 한 일이 일치하지 않는 게 문제에요. 청년 표를 원하는 동시에 그 영역에서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도 호감을 얻고 싶어해요."

그렇다면 녹색당이 더 급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기후위기를 옹호하는 정당이라면, 의회에서 나쁜 사람이 될 필요가 있어요.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을 순 없어요.

예를 들어 발트해의 저인망어업 문제가 있어요. 큰 그물을 바다 바닥에 놓고 끄는 어업 방식인데, 환경 파괴가 심각해요. 하지만 스웨덴 녹색당은 저인망어업을 비판하면서도 특정 장소에만 국한된 금지안을 지지했어요. 어부들의 표를 고려했기 때문이죠. 저인망어업 금지의 취지에 어긋나는 결정이에요."

전 세계 녹색당은 진보적 의제를 옹호하는데요. 예를 들어 대만 녹색당은 동성 커플의 결혼과 입양 합법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한국의 녹색당은 페미니즘 의제로 유명합니다. 르완다의 녹색당 대통령 후보는 인권과 민주주의 운동을 하고요. 진보적 의제와 기후 운동은 어떻게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기후 정의는 기본적인 인권 보장을 요구해요. 사회 문제는 환경 문제와도 매우 관련이 있고요. 그래서 여러 나라의 녹색당들이 해당 지역의 진보적 의제에 집중한다고 생각해요.

최근엔 저희도 시위가 불법인 나라의 FFF 활동가들을 돕고 있어요. 스웨덴에 있는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의회 밖에 앉아 기후 정의를  위해 시위할 수 있다는 특권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 특권을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돕는데 사용하는 거예요."

과학과 정치, 대화가 필요해

운동과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FFF의 주요 목표는 문제를 알리고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듣게 하는 거예요. 저희 목소리가 아닌 과학자들의 목소리를요. 우리는 고작 애들이니까요. 과학자들은 평생을 연구에 바쳐 얻은 정보를 전하고 있어요. 정치인들이 과학자들을 경청하며 의사결정을 내려야 해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지식이 없을 때 큰 결정을 내려서는 안 돼요. 정치인과 과학자의 격차를 메우는 게 우리의 주된 활동이에요.

이건 지난 학기 수업에서 제가 했던 프로젝트기도 해요. 발트해의 환경 문제를 의회에 설명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책 개요를 작성하는 수업이었는데요. 과학과 정치의 간극을 메우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정치인들이 모를 수 있는 개념을 설명하고 우리의 요점을 이해할 수 있게 말하는 방법을 배웠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기꺼이 제 연구를 읽고 제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는지, 이걸 바탕으로 정치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게 할 수 있는지요."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좋은 정치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과학과 상식에 귀가 열린 사람이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고, 자신들과 달리 의사결정권이 없는 사람들 중 어떤 주제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대화를 나누고 타협하려는 의지도 필요하고요."

정치 영역에서의 변화를 위해선 타협 전략도 중요하죠. 10을 얻기 위해 계속 싸우기보다 5를 얻은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러한 ‘작은 진전’도 유효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소소한 조치로 문제를 해결할 단계는 훨씬 전에 지나갔다고 생각해요. 그런 조치는 더 이상 효과가 없어요. 이미 너무 오랫동안 미뤄왔어요. 정치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움직여야 해요.

이런 말을 하는 게 싫지만, 다른 나라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미국 같은 주요 국가들이 과감하게 나서야 해요. 모두가 미국 경제가 무너지면 전세계가 실패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만큼 미국은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중국이나 미국 같은 큰 나라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기후위기 대응엔 선도자가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한 나라가 큰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 더 많은 나라들이 따라올 거예요."

일반 시민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정치인을 귀찮게 하세요. 이메일을 보내고, 편지를 쓰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세요. 결국 더 많은 사람이 따라올 거예요.

FFF는 이번 여름 5주년을 맞았어요.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그레타 툰베리는 혼자 앉아 있었죠. 그러다 반 친구들이 합류했고, 곧 더 많은 친구들이 찾아왔어요. 지금은 거대한 국제적 시위가 됐고요.

처음엔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한 사람이 이끌어낼 수 있는 건 의외로 많아요. 당신이 다음 툰베리가 되지 않더라도, 여전히 당신을 쫓아올 누군가의 디딤돌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진부한 얘기지만, 변화를 원한다면 투표를 해야 해요. 주변에 투표를 하라고 하면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요. 하지만 투표는 정말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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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서있는 곳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평화적 공존과 환대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위해 활동해왔습니다. 미국에서는 난민과 이민자 출신 청소년들과 주로 함께했는데, 한국에 와보니 정치와 시민 사이에 쌓인 게 많아보였습니다. 둘 사이가 좀 더 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애정클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