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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 해체하기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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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정치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뉴스를 분류하는 4가지 카테고리는 사실 크게 보면 다 정치로 통한다.
일상의 현상들, 요즘 뜨는 이야기, 어쩌다 일어난 것 같은 사건 사고들에서 정치와의 연결고리 찾기.

‘난방비 폭탄’으로 겨울이 더 추워졌다. 정치권은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반응했다. 지난 26일, 대통령실은 취약계층 에너지바우처 금액을 두 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원가구 확대와 횡재세를 통한 지원금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급한 불은 끈 것 같지만, 문제는 수습됐을 뿐 해결되지 못한다. 고지서를 쥔 국민들은 여전히 의문스럽다. 난방비가 이렇게까지 오른 원인은 무엇인가? 꼭 요금을 올려야만 했나? 무엇보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정부와 여야는 이 질문들에 제대로 답하기보단, 상대 진영을 탓할 ‘건수’를 찾는 것에 열중해있다. 대통령실은 전세계적으로 가스 가격이 폭등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며, 문재인 정부의 공공요금 억제로 현 정부에서의 인상폭이 더 커졌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이에 더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가 난방비 인상을 예측했음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폭탄은 이미 터졌다. 곧이어 또 터질 참이다. 그렇다면 누가 폭탄을 터트렸는지 찾아낼 시간에 다음 폭탄을 해체할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할 것이다. 위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며 힌트를 얻어보자.

©Pixabay

1. 난방비 급등 원인은 무엇인가

  • 국제 가스 가격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2년 3월부터 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올랐다. 더불어 작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한국의 수입 부담은 더욱 커졌다.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한국가스공사와 정부의 입장이다.

    한편 작년 말 천연가스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는 반론이 나온다. 동북아시아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3분기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왜 정부는 가스 가격 폭등을 이유로 요금을 인상했다는 걸까? 현재 국내에서 쓰고 있는 가스는 작년 하반기에 사둔 비축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스 가격은 수입 2~3개월 전에 정해진다. 따라서 현재 들어오는 가스 가격은 9~10월 기준이고, 낮아진 1월 가스 가격이 반영되는 것은 봄 이후다. 정부가 낮아진 가스 가격을 반영하지 않고 무작정 요금을 올린 것은 아니다.

  • 공공요금 억제의 부메랑?

    정부는 2021년 가스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못해 올겨울 난방비 폭등이 발생했다고 봤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을 동결했다. 그러다 지난 4월, 5월에 미수금 급증을 이유로 요금을 인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엔 7월, 10월에 요금 인상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총 12%, 윤석열 정부에서는 24%가 올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가스요금을 충분히 올리지 않았는지는 논쟁적이다. 국제 가스 가격 인상이 시작된 것은 2021년 4월로, 9개월간 월 평균 14.6%씩 상승했다. 이후 잠시 하락세를 보였다가 작년 4월부터 6개월간 월 평균 18.6%씩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의 요금 인상 시기는 2022년 초, 즉 가격이 안정됐을 때고 윤석열 정부의 인상 시기는 가스 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오를 때다. 이처럼 상황이 달라 인상률만 가지고 대응의 적절함을 따지기 어렵다.
▲ 문재인정부(2017.5~2022.5)와 윤석열정부(2022.5~) 액화천연가스 수입가격과 주택용·산업용 도시가스요금 변동 추이.(자료 :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월보' 2023.1. 한국무역협회-한국도시가스협회 자료 취합) ⓒ 오마이뉴스 김시연
  • 전기요금도 가스요금도 탈원전 탓?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져 난방비가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이 전기 공급에 영향을 미칠 만큼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 원전 가동율은 2018년 66.5%까지 하락했으나 2021년 76.0%, 2022년 81.1%로 증가했다. 가동율이 줄어든 것도 탈원전 추진이 아닌 안전 점검 때문이다. 또한 국내 가정 난방은 주로 도시가스를 사용한다. 전기 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2%밖에 되지 않는다.

2. 꼭 요금을 올려야 했나

  • 미수금 해결을 위해 어쩔 수 없다?

    전년 동기 대비 가스요금이 38%나 올랐지만, 지금도 가스비는 원가 이하다. 가스공사는 미수금 9조원을 끌어안고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미수금이란 가스공사가 가스 수입 대금에서 요금으로 덜 회수한 금액을 말한다. 미수금이 이렇게까지 쌓인 것은 요금 동결 정책과 국제 가스 가격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스공사는 지속적으로 원가를 반영한 요금 인상을 요구해왔지만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을 이유로 거부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올해 안에 해소하기 위해선 가스요금을 현재보다 3배 올려야 한다. 미수금 해소 시점을 2026년으로 잡아도 올해 70~80%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 정부는 올해 2분기에도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보통 가스 가격이 인하된 시기에 요금을 덜 내리는 방식으로 미수금을 회수한다. 그러나 미수금 규모가 워낙 크고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 자연스러운 회수가 언제쯤 가능할진 미지수다.

  • 산업용은 오히려 내렸다면서?

    산업용 가스요금은 이번달 11개월만에 인하됐다. 통상 산업용 요금은 민수용(주택·일반용) 요금보다 싸다. 한국의 경우 정부에서 민수용 요금은 동결하고 산업용 요금은 원가와 연동하면서 2021년부터 가격이 역전됐다. 원가를 바로 반영해 요금을 결정하는 만큼 지난해 산업용 요금은 가파르게 올랐고, 올해 초 원가가 내려가자 인하됐다. 현재 미수금은 원가 이하로 유지됐던 민수용에서 쌓인 것이다. 따라서 ‘산업용을 내릴 여유가 있으면서 민수용은 올렸다’고 쉽게 말할 순 없다.

3. 그래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Pixabay

결국 가장 큰 요인은 국제 가스 가격 상승이다. 그렇다면 이번 난방비 사태를 통해 정치권에서 확대되어야 할 의제는 탄소중립을 전제하는 에너지 다양화다. 통제가 어려운 외부 요인의 위험성을 낮추려면 특정 에너지에 의존해선 안된다. 원전에 대한 논의도 이 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확대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의 핵심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비현실적 해결책이라 여긴다. 그러나 실질적인 에너지 다양화를 위해 무엇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인지,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 지금 감수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투명하게 논해지지 못했다. 그 공론장을 마련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에너지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공공성을 키워드 삼아 산업용과 민수용 요금을 어떻게 조절하는 것이 합당한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얘기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을 중시하는 이들은 산업용이 더 싸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스업계에서는 산업용이 대규모로 구매하는 만큼 가격이 싸야 한다고 본다. 민수용이 싸야 한다고 보는 이들은 서민 경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수용 요금은 생활 물가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철학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다.

정부의 결론이 ‘에너지의 공공성을 고려해 서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라면, 요금 인상 외에 정부와 공사 측에서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는지 강구해야 한다. 요금 인상의 부담을 어떻게 나눠서 누가 부담해야 할지 얘기해야 한다. 여야는 서로를 탓할 시간에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민생 안정보다 협치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분야가 어디 있을까.

추가적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서민들을 대상으로도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난방 효율 점검이 대표적이다. 단열이 잘 되지 않는 주택에 사는 취약 계층일수록 요금 인상의 타격이 크다. 난방비를 실질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미 지난 26일부터 난방효율개선지원단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현 상황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상대를 탓하며 나오는 여야의 서로 다른 주장은 혼란만 키운다. 언론과 여론도 정치를 따라 대책이 아닌 비난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팩트체크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근본적 대책이 나와야 할 올해의 에너지 정책은 뒷전이다. 그래서 폭탄 해체는 누가 하나.

글: 애증의 정치클럽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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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바라볼 때 나오는 날카로운 분석을 좋아합니다.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다정함을 글 쓰는 동력으로 삼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애정클에서 애(愛)든 증(憎)이든, 정치를 대할 때면 쉽게 끓어오르는 마음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최근엔 일상을 가꾸고 나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