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우, 재난 앞에서 돌아볼 것들
이런 클러버라면 주목
✔️ 이번 폭우로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는데, 이 사태를 겪으면서 같이 얘기해볼 거리엔 뭐가 있을지 궁금한 사람
✔️ 실제 피해 사건을 보고 들으면서, 재난 앞에 과연 모두가 평등한 것인지 의문이 든 사람
✔️ 기후위기로 이와 같은 기상현상 및 재난재해가 잦아질 텐데, 정부와 지자체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
지금 상황 알아보기
수도권에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8월 8일부터 이틀 간 서울은 연평균 강수량의 3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1907년 기상 관측 이후 최대치다. 서울에선 강남 일대가 대부분 침수됐으며, 다수의 지하철역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도 심각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잠정 집계된 인명 피해는 (11일 오전 6시 기준) 사망 11명, 실종 8명, 부상 18명이다.
알면 좋은 맥락
언론과 SNS 여론에서는 폭우 상황을 두고 연신 ‘컨트롤 타워’를 찾았다. 재난 상황을 통제하고 대응을 총괄하는 정부 기구가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컨트롤 타워’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한국의 재난 관리 체계를 살펴봐야 한다.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대통령 직속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이 설치된다. 지자체에서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만들어진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전까지 대통령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이용해 재난 상황을 파악했다. 대통령실 이전 이후에는 용산으로 국가위기관리센터도 옮겨갔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자택에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퇴근 후 재난 상황이 발생할 시 곧바로 센터로 이동하기가 어려워졌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폭우 당일 자택에서 전화로 중대본에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실은 이미 자택 근처도 침수가 진행돼 이동이 어려웠고, 자택에 국가위기관리센터 급의 설비가 갖춰져 지휘가 가능했다고 입장을 냈다.
하지만 자택 지휘가 충분한가의 문제를 떠나서, 정부가 재난 상황에서 국민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우보다 심각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대통령실 복귀가 어렵다면 국민들의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폭우 전날 호우 예보가 있었음에도 대통령이 퇴근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커졌다.
정부는 이번 폭우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여서 대응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상청에서는 지난 7일, 8일부터 11일까지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릴 것이라 예보했다. 또한 지난 2011년 수도권 폭우 이후, 사전에 대비를 하고 필요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반복돼왔다. 그럼에도 이번과 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보다 안일한 대응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재난 앞에선 누구나 평등할까?
- 😢 재난, 지나가고 나면 끝일까?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재난이 지나간 자리에서 ‘컨트롤 타워’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살펴야 할까? 재난을 겪었고 앞으로도 겪어나갈 우리는 함께 어떤 고민을 해볼 수 있을까?
중부 지방 전체가 폭우의 영향을 받으며 강남, 서초 등 ‘부촌’이라 여겨지는 지역까지 침수 피해를 입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역시 재난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지구물리학자 존 머터는 <재난 불평등>에서 ‘불평등이 극심한 세상에서는 자연재해의 결과 또한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재난은 저소득층에게는 피해를, 상류층에게는 단순한 불편만을 끼침으로써 그 차이를 더욱더 벌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번 수해로 인한 이재민들의 대다수는 주거 취약계층이다. 지대가 낮은 곳에 있는 판자촌과 쪽방촌 거주자들이 수해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침수로 먹통이 된 가전제품은 모두 내다 버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들에겐 살림살이를 다시 구매하고 이사할 경제적 여유가 없다. 이곳 거주자들은 대부분 고령자고, 생계급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신림동에서는 반지하에 거주하던 자매와 여아, 총 3명이 침수된 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폭우가 아닌 다른 재난에서도 재난의 불평등을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 기간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은 영세한 자영업자와 상인들이었다. 폭염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온열질환 발병률은 고소득층보다 3배 높았다.
근본적 원인인 사회 불평등을 당장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재난의 불평등’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취약계층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서울시가 신림동 반지하 참사를 두고 내놓은 대책이 그러하다. 서울시는 수해 피해 방지를 위해 앞으로 지하·반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을 것이며, 기존 반지하 주택은 20년에 걸쳐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서울시 집중호우 당시에도 침수 피해가 많은 지역의 반지하 신축이 금지된 적이 있다. 하지만 규제 이전에 지어진 반지하들은 방치됐다. 이번에는 반지하를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지하가 사라진다고 해서 주거 취약계층에게 더 나은 선택지가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렴한 비용의 주거 대안이 보장되지 않은 채로 섣불리 반지하를 없애면 기존 반지하 거주자들은 반지하와 별 차이 없는 쪽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보증금과 이사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불법 반지하 주택이 늘어나 복지 사각지대가 확대될 수도 있다.
머터는 재난을 발생 이전, 발생 당시, 발생 이후의 세 가지 국면으로 나누고, 재난 발생 이전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피해 수준과 피해 회복 과정에서도 드러난다고 봤다. 재난 자체는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재난 이전과 이후는 순전히 사회적 현상’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므로 머터의 논의에 따르면, 재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회 불평등을 직시해야만 나올 수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쪽방 등 안전 취약 가구 거주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반지하 가구의 취약 부분 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미비한 관련 법령을 점검하겠다는 내용이다. 시민단체는 이에 더해 반지하 가구의 주거 사다리를 확실히 마련해주는 것까지가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적극적인 주거 취약계층 지원과 같은 주거상향 지원사업이 그 예다. 이주 이후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자립을 돕는다는 점에서 반지하 불허보다 한발 더 나아간, 불평등의 해소를 고려한 해결책이다.
앞으로 더 많아질 재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 ️재난에 취약한 이들의 환경을 당장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옮겨간 곳이 안전하다고 과연 보장할 수 있을까?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 심해지면 주거지를 옮기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지금 안전한 사람들도 미래에는 어떨지 모른다. 우리에게 필요한 관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중부 지방에 내린 폭우가 기후위기로 인해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빈번해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번 여름뿐만 아니라 2020년엔 관측 이래 최장 기간의 장마가 내렸으며, 올해 초엔 (서울시의 3분의 1이 넘는 면적을 태운) 초유의 울진삼척 산불도 있었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더 자주, 강도 높게 발생할 것이므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 기상이 일상화된다는 점을 고려해 현재 재난관리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한 재난 환경에 맞춰 재난관리체계가 재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폭우와 관련해서도 하수관, 빗물을 빼내는 우수관 등 시설 체계 전반이 과거의 기상 상황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국지적이고 강도 높은 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논의가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침수 피해가 반복된 강남역 일대에 1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강도의 폭우에 대비한 대심도 빗물저장 시설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도시 공간 및 시스템 자체를 재편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구 대부분이 거주하는 도시는 온실가스의 대형 배출원인 동시에 기후위기에도 더욱 취약하다. 지속 가능한 도시로의 전환을 위해선 재해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도시 기능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물이 스며들 수 없는 땅의 면적(불투수면적률) 낮추기, 녹색 공간 복원, 도시 바람길 확보 등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도시에서의 삶을 지탱하는 산업, 수송, 건물, 폐기물 처리 등의 촘촘한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높아졌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변화는 더디다. 일례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2022년 기후·환경 분야 예산을 대규모로 삭감했다. 해당 예산은 그린 리모델링, 공공건물 에너지 효율화, 전기·수소차 보급 등 도시의 주요 온실가스 배출 부문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위해 편성돼있었다. 미세먼지 저감과 열섬현상 완화 등의 효과를 가진 도시공원 조성 관련 예산도 축소됐다.
한편 서울의 도시 정책 전반이 ‘개발-토건’에 치우쳐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 상반기 발표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는 한강변 고층건물 층고제한 폐지, 수변 중심 문화상업 인프라 구축(’지천 르네상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도시기본계획 시민 공청회에서는 지난 계획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나왔다. 콘크리트와 시멘트를 사용한 개발 사업이 다수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천 르네상스’는 오세훈 시장이 과거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의 후속판 격이다. 해당 사업은 한강공원 재정비, 문화시설 조성 등 토목 공사에 치중돼 오히려 녹지를 파괴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반영하지 않고 10년 전의 정책 방향을 유지한 것이다.
오늘 담소 마무리
비구름은 계속해서 남부 쪽으로 이동 중이다. 11일에는 충청, 강원, 전북 북부에 집중호우가 내리며 침수 피해가 나왔다. 강원 지역에서는 인명 피해도 추가로 발생했다. 11~12일엔 대구와 경북도 영향권에 든다.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곳저곳의 클러버들도 미리 대비해서 안전한 한 주를 보내길 바란다.
이번 폭우를 계기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낀 클러버라면 식단 내 채식 비중 높이기, 소비 줄이기, 전력 아끼기 등 탄소 감축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으로 일상을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제도적 변화까지 힘을 미치고 싶다면 우리 지역의 환경 정책에 관심을 가져보고, 환경 캠페인 서명이나 환경단체 후원 등에 참여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참고로 9월 24일에는 국내 최대규모의 기후행동인 기후정의행진이 있다고 하니, 한번 기웃거려보면 어떨까.
이번 주 정치,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박순애 교육부총리 사퇴
8월 8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퇴했다. 박 부총리는 학제 개편 논란으로 교육계와 정치권에서 사퇴 요구를 받아왔다. 이에 모든 논란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사퇴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 출범
8월 9일,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주호영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비대위 구성은 진행 중이다. 비대위가 체제가 확정되면서 권한 정지 상태였던 이준석 당대표는 자동으로 해임됐다. 이준석 당대표는 10일 비대위 체제 전환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비대위 체제 전환이 무효라는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열기
더불어민주당이 8월 2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국 순회경선을 진행 중이다. 각 지역별 권리당원의 투표를 순차적으로 받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로는 이재명 의원이 득표율 70%로 우세하다. 박용진 의원은 강훈식 의원에게 여러 번 단일화를 요청했지만, 강 의원은 거절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지금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