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g in

대북 활동, 강경과 온건의 교차점

정전 70주년 in DC 후기 #2

벨빅
벨빅
- 12분 걸림 -

(이 글에서 이어집니다.)

수잔 숄티 디펜스포럼 대표는 그동안 ‘대북 강경파’로 활동해왔습니다. 지난 글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쌀, 현금, 북한 정권 비판 전단 등을 북한 접경지역에서 풍선에 매달아 살포했는데요. 이는 북한 정권을 자극해 2020년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참여한 ‘한반도 평화행동(Korea Peace Action)’의 관계자들도 이러한 활동을 거세게 비판해왔습니다.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그녀의 의견을 묻고 싶었습니다.

다음은 수잔 숄티 대표와 나눈 대화입니다.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수잔 숄티 대표 ©House Foreign Affairs Committee Republicans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디펜스포럼 대표
자유북한방송 대표
북한인권위원회 공동부의장

2008년 서울평화상 수상, 서울명예시민
2013년 대한민국 수교훈장 숭례장
2014년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 골드 메달
2020년 포토맥포럼 자랑스러운 워싱토니안 상

외부 상황을 북한 주민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

벨빅: 오랫동안 북한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해오셨는데요.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는 만큼 미국이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신가요?

숄티: (그동안 제재에 구멍이 있었기에) 일단 있는 제재부터 똑바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정은의 활동을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우리는 인류에 대한 범죄에 가담하는 셈입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고, 이들을 도와야 합니다.

벨빅: 제재가 오히려 북한 인권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평도 있는데요.

숄티: 북한 인권 상황은 제재가 아니라 정권이 악화시키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제재는 주민이 아닌 정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김정은의) 호화로운 생활과 그가 일으키는 범죄에 들어가는 돈의 흐름을 막는 게 목적입니다.

벨빅: 제재로 압박할수록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를 높인다는 평도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결국 제재의 효과는 없어지지 않을까요?

숄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나온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제가 믿는 모든 것과 이 문제에 열정을 갖게 된 것은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입니다.

저 또한 김정은이 개방과 개혁에 열려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그는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얻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핵심은 정보이고,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는 그들을 지지한다고 알리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노예가 되거나 죽음을 택하는 양자택일의 상황 속 대안이 있다고 알려야 합니다.

저희는 현재 북한 고위층의 탈북에 대한 이야기를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그들이 권력에서 밀려난 이야기들을 통해 ‘당신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데요. 실제 권력이 있는 엘리트 층을 통한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입니다. 저는 북한 주민들이 평화로운 방법으로 독재를 끝내기를 바랍니다.

99년 북한의 강제수용소에 대한 첫 청문회가 바로 이곳, 워싱턴 DC에서 열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북미대화 기조로 인해 국무부에서 무시했었어요. 현재도 우리가 북핵문제에 매몰된 나머지 강제수용소와 같은 인권 문제는 계속 무시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 북한 주민들은 ‘미국은 남조선을 지배 중이고 우리 또한 지배하려 하기 때문에 우리는 핵이 필요하다’는 거짓을 주입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야 하고, 그 방법만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굶주림 때문에 탈북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유를 위해 탈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외부에 대해 아는 게 더욱 많아졌기 때문이죠. 김정은은 코로나를 핑계로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려 하는데, 이건 우리의 전략이 먹힌다는 반증이에요. 북한 주민들은 ‘남한은 선진국이구나,’ ‘미국은 우리를 미워하지 않는구나’ 같은 현실을 점점 깨닫고 있어요. 김정은의 종말은 그들이 현실을 깨달을 때 오며, 그것이 제가 정보 전달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한 두 갈래의 길

벨빅: 한 가지 더 여쭙고 싶은데…

숄티: (벨빅이 입고 있는 한반도 티셔츠를 보며) 티셔츠가 흥미롭네요.

Korea Peace Action 티셔츠
Korea Peace Action 티셔츠

벨빅: 네, 사실 이 티셔츠는 ‘한반도 평화행동’ 티셔츠이고 그곳에 참여 중이거든요.

숄티: (흠칫)

벨빅: 현재 미국인 북한 여행금지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로 인해 인도주의 지원을 하는 단체들이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여기에 대해 어떤…

숄티: (말 끊으며)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왜 납북자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하나요? 김정은에게 종전선언을 하는 대신 한국전쟁 당시 그들이 납북한 10만여 명의 포로들을 석방하게 하는 조건을 걸면 안되나요?

벨빅: 개인적으로 그러한 문제들은 압박이 아닌 외교로 해결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이 (저희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질문을 이어나가자면 북한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여행금지 조치로 인해 북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데, 이게 북한 주민 인권 악화로 이어지고 있지 않나요?

숄티: 그것이 저희가 북으로 구호 물품을 보내려는 이유입니다. 그들을 돕기 위해 쌀, 돈 등의 물자를 날려 보내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베를린 공수작전’과 같이 했으면 해요. 쌀로 폭격을 하는 거죠. 실제 식량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벨빅: 쌀을 날려 보내는 것보다 여행금지 조치를 해제해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 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숄티: 여행금지 조치에 대해 강한 의견은 없습니다. 제 관심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닿는 거예요. 그 부분에서 탈북민들과 협력하는 것이고요.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것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당신이 하는 일(한반도 평화행동)도 존중합니다.

벨빅: 감사합니다.

숄티: 저는 가톨릭 신자고, 군에 아들을 보낸 엄마로써 전쟁 없이 평화로운 방법으로 정권이 끝나기를 바랍니다.

벨빅: 네, 전쟁을 바라는 쪽은 어느 곳에도 없겠죠.

숄티: 전쟁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군산복합체 빼고요. 안보 계약 등을 통해서요. 북한의 김정은 정권도 통일을 바라고 있어요. 단지 그들의 방식으로 말이죠. 그런 측면에서 저는 남한이 통일을 주도하는게 낫다고 보고요. 그것을 평화롭게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북한 주민들에게 현실을 알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대화였어요.

숄티가 바라는 것, 내가 바라는 것

그동안 수잔 숄티 대표는 미국의 방위산업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이들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활동한다는 의심을 받아왔습니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디펜스 포럼’의 이사진으로 군산복합체 관계자들이 포진되어있고요. 그런 숄티 대표로부터 군산복합체를 직접 비판하는 발언을 듣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숄티 대표가 ‘한반도 평화행동’에 대한 경계를 보이면서도 활동을 ‘존중한다’(appreciate)고 표현한 것도 놀라웠습니다. ‘한반도 평화행동’의 목표 역시 북한 내 인도주의적 활동의 원활한 진행임을 알게 된 후 했던 표현입니다.

백악관 앞 한반도 종전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이는 ‘한반도 평화행동’ ©WomenCrossDMZ
백악관 앞 한반도 종전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이는 ‘한반도 평화행동’ ©WomenCrossDMZ

‘북한 인권’은 그동안 대북 강경파에 의해 정치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왔습니다. 반면 대화와 협력을 지향하는 대북 온건파는 북한 정권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기 위해 언급을 자제해온 문제입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상황 개선은 강경파나 온건파나 동일하게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물론 방법이나 우선순위 등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강경파가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길에도, 온건파가 대화·협력을 추진하는 길에도 이 목표는 동일하게 놓여있습니다.

평행선만 달릴 줄 알았던 숄티 대표와의 대화였지만, 서로가 동의하는 부분이 있음을 발견했을 때 그가 온건파의 해결 방안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 평화에 있어 온건파는 북한 정권의 ‘악마화’에 대한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상대방과 대화와 타협에 나서기 전 악마화부터 한다면, 결국 상대를 굴복시키기 전에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그들’을 섣불리 나누기보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공통분모를 확인하는 작업을 우선순위로 둔다면 조금이라도 서로의 간극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숄티 대표와 대화하며, 이 철학이 대북 온건파와 강경파의 대화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전쟁이 70년 이상 지속돼온 현재, 자유주의 진영 안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해법을 두고 진영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습니다. 전쟁을 끝낼 방법도, 이를 두고 발생한 갈등도, 결국 서로를 악마화하지 않고 존중하는 대화에서부터 풀리지 않을까요.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1건)
코즈모폴리틱스

벨빅

지금 내가 서있는 곳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평화적 공존과 환대의 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위해 활동해왔습니다. 미국에서는 난민과 이민자 출신 청소년들과 주로 함께했는데, 한국에 와보니 정치와 시민 사이에 쌓인 게 많아보였습니다. 둘 사이가 좀 더 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애정클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