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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양곡관리법이 도대체 뭐길래 여야가 이렇게 팽팽히 맞서는 걸까요?

알면 좋은 맥락

양곡관리법 개정안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시장격리)을 의무화하는 법안입니다. 이전에도 시장격리 조항이 있었으나 임의조항(‘매입할 수 있다’)에 그쳐, 이를 의무조항(‘매입해야 한다’)로 고친 것입니다. 정부는 쌀 초과 생산량이 생산량의 3%~5%일 때, 쌀값이 평년 가격보다 5%~8% 하락했을 때 남은 쌀을 사들여야 합니다. 2021년 12월 서삼석 의원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총 7번 발의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이를 종합해 대안을 제출했고, 매입 범위를 조정한 수정안이 최종 의결됐습니다.

대통령의 거부권

대통령의 헌법상 권리로, 재의요구권이라고도 합니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에 이의가 있을 때 이를 다시 국회로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재의결됩니다. 이때는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역대 대통령으로선 2016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7년 만입니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정부가 쌀을 왜 사는 거야??

농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부가 쌀을 사들여서, 즉 시장으로부터 격리해서 물량을 조절해 쌀값을 안정화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쌀 소비량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지난해 쌀값은 1977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밥상 물가가 오를 동안 정작 쌀값은 내려갔습니다. 농사를 지어봤자 손해인 농민들은 풍년이 반갑지 않다고 말합니다. 농민들은 정부에 수급 안정 대책을 요구하며 수확기에 논을 갈아엎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농가 소득을 왜 보전해줘야 해?

농산물 수급균형과 가격안정을 통한 농민의 이익 보호는 국가의 의무로 헌법(제123조 4항)에 명시돼 있습니다.

농가를 지키는 일은 식량안보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20년 기준 OECD 최하위입니다. 대부분 곡물을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자급률이 높던 쌀마저 수입이 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 식량위기가 예견되는 지금, 쌀마저 무너진다면 더는 버틸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당정이 반대하는 이유가 뭐야?

우선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겁니다. 정부는 쌀 매입이 의무화되면 2030년에는 약 1조 4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부 매입 의무화가 쌀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농민들이 정부라는 확실한 판로를 확보해 쌀농사를 포기하지 않을 거란 뜻입니다.

정부·여당은 쌀 매입 의무화가 식량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농민들이 쌀농사를 고수해 밀, 콩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곡물 재배로 유도가 안 될 거란 겁니다.

그럼 쌀 말고 다른 곡물을 재배하면 되는 거 아니야?

실제로 이번 개정안은 벼가 아닌 타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배 작물을 바꾸는 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농촌에서는 밭농사보다 논농사가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벼농사 기계화율은 98.6%에 달하는 데 비해 밭농사 기계화율은 61.9%에 불과합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거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상 국회는 양곡관리법을 본회의에서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가 언제까지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어, 재상정을 하지 않으면 국회 임기 만료 때 자동 폐기됩니다.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 기준이 더 까다로워졌는데, 국민의힘이 협력하지 않으면 채울 수 없는 요건입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일관되게 반대 의사를 내비친 만큼, 양곡관리법이 국회 문턱을 다시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에디터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