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정치 뉴스는 매일 새로운 특종으로 소란스럽습니다. 그 중심엔 명태균이라는 인물이 있죠. 대통령실, 국민의힘, 개혁신당은 명태균과의 관계를 해명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지난주 시작한 국감에서도 명태균의 증인 참석 여부가 최대 쟁점이었죠.

대체 명태균이 누구길래 몇 주째 정치권이 시끄러운 걸까요? 가장 최근까지의 이슈를 정리해봤습니다.

명태균은 경남에서 활동해온 정치 브로커입니다. 여론조사 업체를 운영하며 특정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짜인 여론조사를 시행하고, 선거 전략을 짜는 등의 일을 해왔어요.

그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 19일 뉴스토마토의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단독 보도입니다.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논란

• 22년 창원의창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습니다. 명태균은 지인과의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나서서 김영선 공천을 약속했다고 지인과의 통화에서 얘기했습니다.
• 24년 총선에서 김영선은 창원의창 공천에 탈락했습니다. 명태균은 김건희 여사를 통해 결과 발표 전 탈락 사실을 알고 김영선에게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기라고 조언했습니다.
• 김해갑에서도 떨어지자 김영선과 명태균은 칠불사라는 절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천하람 의원을 만나 김건희 공천 개입 폭로를 조건으로 개혁신당 비례 1번을 달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거절 당했습니다.

시작은 김 여사 공천개입 논란이었지만, 이어진 명태균의 폭로는 보수 진영 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선 ‘제 2의 국정농단’ 사태도 될 수 있다며 압박에 나섰고요.

명태균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이후 연이어 터진 명태균 관련 논란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봤습니다. 김영선 의원에 한정됐던 선거 개입 논란이 여권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 국회의원 세비 ‘반띵’ 논란

• 김영선이 국회의원 시절 국회의원 월급(세비)의 절반을 명태균에게 매달 넘겼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2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총 9670만원을 건넸어요.
• 녹취록에 따르면 명태균은 김영선 의원실 회계책임자에게 ‘세비가 얼마 들어왔느냐’고 묻고 ‘약속한 절반을 1원도 틀리지 말고 정확히 지급하라’고 말했습니다.
• 김영선의 면전에서 “공천 어떻게 받으신 건지 아시죠?”, “제 딸을 평생 책임 져야 한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명태균이 보좌진 해임을 지시하고 지역 현안 논의에 참석하는 등 사실상 의원 행세를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공천을 대가로 세비 절반을 받은 게 아니냔 의혹이 나왔지만, 김영선과 명태균은 대가성을 부인했어요. 빌린 돈을 갚은 것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2️⃣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

• 명태균이 지난 총선 공천을 앞두고 대통령 부부를 언급하며 "가만히 안 놔두겠다, 다 불어버리겠다”고 말한 녹취록이 나왔습니다.
• 김건희 여사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일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명태균이 김영선의 단수 공천을 요구하자 김 여사가 “단수는 나 역시 좋지”, “기본 전략은 경선”이라고 답하는 내용입니다.
•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과의 통화에서 "오빠(윤석열) 전화 왔죠? 잘 될 거에요” 라고 하는 걸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 명태균은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부부와 가까워졌습니다. 대선 기간 여러 정치인들을 만나는 자리에 동행했고, 윤 대통령 자택을 수시로 방문해 정치적 조언을 했습니다. 명태균은 자신이 윤석열-안철수의 단일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도 중재했다고 주장했어요.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습니다.

3️⃣ 불법 여론조사 의혹

• 명태균은 대선 기간 윤 대통령에게 3억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제공했지만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어요. 여론조사를 대가로 공천을 따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게다가 명태균이 운영하는 업체는 불법 여론조사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았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번호를 사용해 수십 만 명의 전화 표본을 구축하는 수법을 썼는데요. 이때 쓴 번호가 지난 대선 기간 여론조사에도 쓰였다면 문제가 됩니다.
•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 당원 57만 명의 명부를 입수해 두 차례 비공표 여론조사도 실시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국힘 측에서도 내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4️⃣ 자꾸 늘어나는 등장인물

• 이준석: 21년 명태균을 통해 막 정치에 입문한 윤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명 씨는 이준석의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본인이 역할을 했고, 당 대표가 된 후 윤 대통령과 ‘치맥 회동’을 하게 만든 것도 본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김종인: 21년 윤석열 대통령을 처음 만날 때 명태균이 자리에 나와 있었다고 밝혔어요. 명태균은 김종인을 ‘정치적 아버지’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외에도 명태균은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전 나경원, 원희룡 당시 당 대표 후보를 만났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게도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본인이 “오세훈을 만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11일) 아침에는 명태균이 22년 지방선거 경남지사와 강원지사 후보 공천에도 관여했다는 보도도 나왔어요. 유력했던 후보가 불출마하고, 공천 탈락했던 후보가 부활하는 등 공천 국면이 변화한 순간에는 명 씨와 김 여사가 있었다는 의혹입니다.

정치권 반응은 어때?

대통령실의 해명

• 대통령실은 몇 주간 묵묵부답 상태였다가 지난 8일에야 첫 해명을 내놓았어요.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통해 명태균을 만났고, 자택에서 두 번 봤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공천 개입 여부와 여론조사 관련 의혹은 해명하지 않았어요.
• 석연치 않은 해명을 두고 보수언론도 의아해합니다. 조선일보는 “해명이 늦고, 그 해명이 또 다른 의혹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중앙일보는 “하루도 못 가 무너진 부실 해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관련자들의 해명

• 김영선: 최근 자신이 명태균을 윤 대통령, 이준석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소개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종인이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계속 도운 것도 명태균의 공이라고 인정했어요.
• 이준석: 본인의 당 대표 선거에서 명태균이 개입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어요.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선 대통령 취임 이후 ‘명태균과 김건희 여사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를 본 적이 있다’며 거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김종인: 명태균은 찾아오면 만나줬을 뿐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어요. 또한 ‘김 여사가 명 씨의 전화기로 자기 남편을 만나 달라고 했다’며 대통령실 해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 홍준표 대구시장: 자신은 애초부터 명태균의 접근을 차단했다며 검찰이 조속히 수사해야 한다고 비판했어요.
• 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을 소개받긴 했지만 인연을 이어가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명태균은 자신이 입을 열면 ‘한 달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비슷한 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정부여당은 명 씨의 허풍일 뿐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검찰은 명태균 조사에 소극적입니다. 대통령실도 대응이 늦고 무릅니다.

대통령 부부는 동남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오늘 귀국합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에 명태균의 폭로까지 얹혀 무거운 귀국길이 될 예정인데요. 앞으로 2주 남은 국감에서도 집중 공격이 예상되고요. 검찰은 명태균의 휴대전화를 확보한 상황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비선실세 국정농단’ 정국이 다시 올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