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일)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당론을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습니다. 올 여름 내내 시행, 유예, 폐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는데요. 지도부가 유예 쪽에 가깝기 때문에, 유예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부터 폐지를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4년 전만 해도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금투세에 찬성했어요. 금투세 법안은 2020년 여야 합의를 거쳐 통과됐습니다.

금투세를 둘러싼 양당의 의견은 왜 갑자기 뒤집힌 걸까요? 찬반 의견과 이를 둘러싼 정치지형의 변화를 정리해봤어요.

주식에 세금을 매기는 방법

현재 한국의 금융세제는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로 구성된 이중과세 체제입니다.

• 양도소득세: 주식을 매매하여 이익을 본 금액에 대한 세금입니다. 주식 보유 규모가 과세 대상 기준으로, 특정 종목 보유 금액이 10억원이 넘거나 코스피 지분율 1%, 코스닥 지분율 2%가 넘는 대주주에게만 부과됩니다.
• 증권거래세: 주식을 팔 때 거래한 가격에 대한 세금입니다. 손실이 나도 주식을 팔았다면 무조건 내야 합니다. 거의 모든 투자자에게 부과됩니다.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의  종류에 따라 과세 방식과 기준은 달라져요.

대부분의 국가는 단일 과세체제를 지향합니다. 대만과 홍콩은 증권거래세, 미국·일본·독일은 금투세로 통합되어 있어요.

금융투자소득세

양도소득세와 마찬가지로 주식투자로 본 이익에 대한 세금이지만 과세 대상이 다릅니다. 주식 보유 규모와 관계없이 금융투자 연간 소득이 일정 이상이면 내야 합니다.

• 국내주식은 연 5000만원, 해외주식은 연 250만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했을 때부터 과세합니다.
• 금투세를 도입하면 증권거래세는 인하되며 단계적으로 폐지됩니다.
• 금융상품 종류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부과됩니다.

왜 유예·폐지로 입장이 바뀐 거야?

금투세 법안이 통과될 때부터 개인투자자(개미)들의 반대 여론은 높았습니다. 반대 측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 국내 주식시장 위축: 세금 부담으로 ‘큰손’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해외로 이탈해 국내 증시가 불안해질 수 있다.
• 개인투자자에게 불공평: 금투세는 개인에게만 부과되고 기관과 외국인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불공평하다.
• 사모펀드에게 이득: 금투세가 시행되면 부자들이 주로 투자하는 사모펀드 세율은 내려간다. 오히려 부자감세다.

당초 문재인 정부 개정안의 과세 기준은 국내주식 소득 연 2000만원 이상이었는데요. 이런 이유로 반대가 거세자 5000만원으로 기준을 높였습니다. 당시엔 이를 ‘개미들의 승리’로 평가했고, 오히려 투자자들에 대한 혜택이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었어요.

2020년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2023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금투세 시행을 1년 앞두고 윤석열 정부에서 2025년으로 유예를 발표했습니다.

• 법안 통과 당시와 같은 이유로 개미들의 반대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 추경호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이기에 계획대로 금투세를 시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 민주당은 도입 강행을 주장하고 있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예에 찬성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도입을 강행했다가 여론이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2024년 윤석열 정부는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민의힘도 이에 발맞춰 금투세 폐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요.

•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가 주된 근거였습니다.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면 한국 시장에 대한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는 겁니다.
• 금투세를 폐지해도 증권거래세는 예정대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민주당은 8월 이재명의 당대표 연임 이후 금투세 유예 또는 폐지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에요.

• 유예파에는 정일영, 김현정, 이소영, 이언주 의원, 시행파에는 진성준, 고민정, 이강일, 김영환 의원 등이 있습니다.
• 당내 토론회에서 유예파는 증시 부양을 강조하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먼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 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인데, 자본시장 선진화로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나서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금투세 폐지에 반대합니다. 개혁신당은 찬성합니다. 보수 진영에서 반대론자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정도에요.

시행 측 주장은 어때?

시행 측 주장의 핵심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입니다. 조세의 기본 원칙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세금을 내지만 투자 수익에는 내지 않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겁니다. OECD 국가 대부분이 금투세를 도입한 이유기도 해요. 따라서 글로벌 표준을 따라가려면 언젠가 금투세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외의 근거와 유예·폐지 측에 대한 반박은 이렇습니다.

• 소수의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다: 투자 소득이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전체의 1% 정도로 극소수다. 일반 투자자들은 오히려 증권거래세 인하로 이득을 본다.
•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은 적다: 2020년 금투세 법안이 통과되며 금투세 효과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 또한 과세 대상 중 경영상의 이유로 주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큰손들도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자금이 빠져나가 시장이 흔들린다는 주장은 과장됐다.
•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무관하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미 금투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금투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수 없다. 근본적인 원인은 불확실성으로, 정책을 뒤집으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 국내 개인에게 불공평하지 않다: 외국인은 자신의 국가에 세금을 내고, 기관은 법인세를 내고 있다.
• 사모펀드 부담이 오히려 커진다: 사모펀드 세금이 줄어드는 건 사모펀드 투자자의 3%를 차지하는 개인 중 부동산 사모펀드 투자자가 환매할 경우에만 해당한다. 그리고 부동산 사모펀드 환매는 불법이다.

가장 팽팽한 쟁점은 시장에 미칠 영향입니다. 폐지 찬성 측은 투자자들의 심리에 금투세가 미칠 영향을 강조하고, 폐지 반대 측은 손해를 보기 싫은 사람들이 불안을 조장할 뿐이라고 비판해요.

여론조사에 따르면 폐지 반대 의견이 조금 더 높습니다.  진보층일수록 ,, 젊을수록 반대 여론이 높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