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 알아보기

한국 시간으로 11일, 미국 대선 TV토론이 열렸습니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펼치는 첫 토론이었는데요. 동시에 마지막 토론이 될 수도 있어요. 50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미국 대선, 토론 결과와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봤습니다. 한국이 대비해야 할 문제들도 함께 다뤘어요.

알면 좋은 맥락

미국 대선 토론

TV 토론은 미국 대선의 메인 이벤트입니다. 2016년 대선 토론에선 미국 현지에서만 무려 8400만명이 시청했어요. 이번 토론도 6700만명의 시청자를 모았습니다.

대개 토론은 2번 진행됩니다. 이번 대선의 1차 토론은 지난 6월 열렸고, 이번 토론은 2차 토론이었어요. 1차 토론은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일 때 진행됐습니다.

이번 토론은 미국 방송사 ABC에서 주관했는데요. 진행자들이 실시간 팩트체크에 나서며 허위 사실 유포를 적극적으로 막았다는 게 특징입니다. 1차 토론 주관사인 CNN이 답변 내용에 전혀 개입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죠.

민주당의 선수교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8월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교체됐습니다. 81세의 고령인 바이든이 정치를 계속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후보 지명 시기부터 나왔고, 지지율도 트럼프에게 뒤졌습니다. 그러다 1차 토론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완패하며 후보 교체설이 더욱 커졌습니다.

선거를 3달 앞두고 후보가 바뀌었지만, 교체 직후 해리스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였어요. 최근에는 트럼프를 소폭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와 해리스의 목표도 달랐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리스의 목표가 더 많았고, 토론에서도 불리했어요.

• 전 대통령인 트럼프는 인지도가 높습니다. 유권자에게 자신을 소개할 필요가 없죠. 다시 대통령이 되면 어떤 정책을 펼칠지도 쉽게 예상할 수 있어요. 지지자들에게 선명성을 보여주고, 바이든 정부의 실패를 부각시키면 됩니다.
• 반면 해리스는 아직 낯선 정치인입니다. 자신의 캐릭터와 정책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바이든 정부를 방어해야 합니다. 해리스는 현직 부통령이기 때문이죠. 바이든의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를 감싸는 동시에 바이든과 자신의 차이를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토론의 승자는 누구?

양측 캠프는 서로 우리 쪽이 이겼다고 발표했는데요. 언론은 해리스가 이겼다고 평가했어요.

토론 직후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도 커졌습니다. 해리스 지지율은 47%, 트럼프는 42%로 5%포인트 벌어졌어요. 같은 기관의 이전 조사에선 4%포인트 차이가 났습니다. 해리스 캠프의 후원금도 크게 늘었어요.

트럼프가 해리스의 도발에 넘어갔다는 게 중론이에요.

• 트럼프는 자신의 유세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해리스의 말 한마디에 발끈했습니다. 토론의 주요 쟁점이 아님에도 여기에 반박하느라 시간을 소모했어요. 이후에도 사소한 도발에 대응하느라 바이든 정부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했어요.
• 이민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말하기도 했는데요. 진행자들이 즉각 팩트체크에 나서면서 되려 망신을 당했어요. 월스트리트저널은 ABC 팩트체크팀이 토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뉴욕타임스의 팩트체크 결과  트럼프의 발언 33개 가운데 16개가 거짓이었어요.

한편 토론의 주요 쟁점은 경제, 낙태권, 이민이었습니다. 내용을 간단하게 훑어볼까요?

✅️ 경제

해리스: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감세다. (나는) 주택 가격을 낮추는 등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펼 것. 관세를 높이면 물가만 오른다.

트럼프: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 때문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물가가 높아지는 건 중국 때문에 무역 적자가 나서다. 관세를 높여서 세원을 확보해야 한다.

✅️ 낙태권

해리스: 트럼프가 대통령일 때 주 정부가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하게 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고통받았다. 다시 연방정부 차원에서 낙태권을 보호해야 한다.

트럼프: 연방정부의 낙태권 보호는 미국을 분열시켰다. 주 정부가 판단하는 게 옳다.

✅️ 이민

해리스: 지난해 불법 이민에 대응하는 법안을 막은 건 공화당. 선거를 앞두고 불법 이민이 줄어들면 오히려 공화당에게 불리할 거라고 생각해 법안을 이용했다.

트럼프: 바이든 정부가 수백만 명의 불법 입국을 허용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불법이민자 1100만명을 추방할 것이다.

정책 토론에 있어서는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어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해리스가 앞서고 있지만 승리를 낙관하긴 어려워요. 토론 이후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박빙의 상황입니다.

미국은 선거인단 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승부 예측이 더욱 어렵습니다.

• 일반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투표하지만, 사실 이 표는 각 주에서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입니다. 내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면 트럼프를 지지하기로 한 선거인들을 뽑은 것이 됩니다.  간접선거 제도지요.
• 선거인단 투표는 승자독식제입니다. 한 주의 선거인단이 10명이고,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해리스가 60%, 트럼프가 40%를 득표했다면 선거인단의 10표를 해리스가 모두 가져가는 것이죠.
•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선거인단 투표의 과반 이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따라서 지지율이 박빙인 ‘스윙 스테이트’ 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앞서도 누가 어느 주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해리스는 10월에 토론을 한번 더 하자고 제안했어요. 이번 토론에서 승기를 잡은 효과를 이어가려는 건데요. 트럼프 측은 “해리스가 이번 토론에서 졌기에 토론을 다시 하자는 것"이라며 거절했습니다.

한편 한국에 중요한 변수는 경제와 안보입니다.

• 트럼프가 이길 경우: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이 커지고 북미관계가 개선될 수 있습니다. 관세가 높아지면서 무역 환경은 어려워지고, 바이든 정부의 지원금 정책에 기반해 투자한 전기차, 재생에너지 사업도 변할 가능성이 큽니다.
• 해리스가 이길 경우: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북한에는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에 대해 부정적이고,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사업을 이어갈 전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