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국회에서 여야가 연금개혁 합의에 실패하고 4개월 만에 대안을 내놓은 건데요.  국회에서 논의한 내용보다 더 급진적입니다. 그만큼 여야의 시각차도 크고요. 정부 개편안과 국회의 반응을 정리해봤어요.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국가에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연금으로 돌려받는 사회보험제도입니다. 보험료의 일부는 연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기금으로 적립됩니다.

⚙️보험료율: 월 소득에서 국민연금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 보험료율이 높을수록 보험료 금액이 커집니다. (현행안 9%)

⚙️소득대체율: 연금액이 생애 평균 소득을 대체하는 비율. 소득대체율이 높을 수록 돌려받는 연금액이 커집니다. (현행안 40%)

2007년 노무현 정부의 연금 개혁을 마지막으로 연금 제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이대로라면 1990년생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55년에 국민연금은 고갈됩니다.

국회의 연금개혁 결렬

지난 5월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꾸리고 개혁안을 논의했지만, 여야는 합의하지 못했어요.

• 공론조사 결과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이 채택됐습니다. 보험료를 더 내고 연금도 더 받는 안인데요.
• 여야는 보험료율 13%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대립했어요. 민주당은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고 45%를 절충안으로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43%를 밀어붙였습니다. 2%p 차이로 협상이 결렬됐어요.
• 그간 보수는 국가 재정을 우선시하는 재정안정론, 진보는 연금 가입자들의 소득 안정을 중시하는 소득보장론을 주장해왔습니다.

정부 개편안, 어떤 내용이야?

1️⃣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렸습니다. 이대로 계산하면 월급이 286만원인 사람은 보험료가 월 25만 7400원에서 37만 1800원으로 오릅니다. 직장인은 회사가 절반을 내주기 때문에 월 12만 8700원에서 18만 5900원으로 올라요.
• 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42%로 소폭 올랐어요. 이는 올해 명목소득대체율*과 같습니다. 2007년 연금개혁에서 단계적으로 소득대체율을 낮춰  2028년까지 40%에 맞추기로 했었거든요.

*명목소득대체율: 은퇴 전 평균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

2️⃣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

• 보험료율은 한번에 13%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매년 조금씩 올라가는데요. 그 속도를 세대에 따라 다르게 하겠다는 거예요. 정부안에서 새롭게 등장한 내용입니다.
• 50대는 1%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씩 올립니다. 따라서 보험료율이 13%로 오를 때까지 50대는 4년, 40대는 8년, 30대는 12년, 20대는 16년이 걸려요. 2040년이 되면 전 세대 보험료율이 13%로 같아집니다.
• 50대는 지금까지 보험료를 적게 냈지만 연금개혁에 따라 20대는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하니 차등을 둔다는 겁니다. 차등이 없으면 50세의 명목소득대체율이 20대보다 8.6%p 높아집니다.,
• 정부안대로 계산하면 생애 전체에서 20대가 50대보다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연금액은 덜 받게 됩니다.

3️⃣ 자동조정장치

• 연금액에 국민연금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수명 증감률을 반영해 연금 인상액을 조정합니다. 역시 국회안에는 없었지만 정부안에서 등장한 방안입니다.
• 현재 연금액에는 물가상승률이 적용됩니다. 여기에 두 지표를 주가적으로 반영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물가상승률이 2%, 가입자 수 감소율이 1%, 기대수명 증가율이 0.5%면 연금액은 0.5% 인상됩니다. (2-1-0.5=0.5)
•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 수는 늘지 않을 것이고, 수명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동조정장치는 연금액 인상분을 줄이는 역할만 하게 됩니다.
• 정부 계산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 없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를 시행할 경우 2072년에 기금이 소진됩니다. 하지만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하면 2088년까지 버틸 수 있어요.

4️⃣ 64세까지 국민연금 의무가입

•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올립니다. 장기 추진과제로 포함됐어요.
• 노인들이 저임금 노동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는 가입 기간을 늘려도 많은 노인들이 보험료를 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년 연장 논의도 함께 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와 노동계의 의견이에요. 아직 정부에서는 정년 연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출산 여성과 군 복무자의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크레딧 제도,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강화, 기초연금 단계적 인상 등이 정부안에 포함됐어요.

평가는 어때?

🟦민주당 “더 내고 덜 받는 건 안돼”

• 민주당은 정부안이 ‘더 내고 덜 받는 안’이라며 반대합니다. 지난 국회 공론조사에선 ‘더 내고 더 받는 안’이 통과됐는데, 이를 무시했다며 소득대체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요.
• 가장 큰 쟁점은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화입니다.  민주당은 세대 갈등을 유발하는 안이라고 우려합니다. 소득과 재산에 따라 부담의 정도가 결정되는 ‘사회보장 원칙’에 어긋난다고도 비판했어요. 가난한 50대와 부유한 20대도 있는데 나이로만 따지는 건 불공평하다는 겁니다.
•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도 부정적입니다. 연금 삭감을 심화하는 장치라고 평가했어요. 경제 상황에 따라 수급액을 깎으면 청년 세대로 갈수록 연금 삭감이 심해질 거라고 우려했습니다.

🟥국민의힘 “재정안정성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

• 국민의힘은 지속가능한 개혁안이라고 호평했어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당·야당·정부 협의체를 꾸려 연금개혁 논의를 본격화하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 세대별 차등화는 기존 납입분이 적은 20대의 수령액이 더 적다는 점을 고려해 설계했다고 평가했어요.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금 삭감을 불러올 거라고 보기는 섣부르다고 설명했습니다.

크레딧 제도 확대에 대해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모두 찬성했습니다.

연금개혁은 국회의 찬성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 정부안을 밀어붙이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엇갈립니다. 13%, 42%라는 수치에는 대체로 찬성했지만, 역시 자동조정장치와 세대별 차등화가 쟁점이었어요.

• 세대별 차등화에서 사각지대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경력단절여성, 저임금노동자, 자영업자 등 장기 가입 혜택을 입지 못한 중장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은 고용주가 담당하는데, 중년 위주로 보험료를 인상하면 중년 고용 비용이 증가해 오히려 고용 불안이 커질 수 있습니다.
•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연금 수급자가 크게 늘어날 텐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연금이 깎인다면 소득대체율 목표를 올린 의미가 없고, 노인빈곤 문제가 심화될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 재정건전성만 강조해 연금 수령액을 국민이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구조개혁은 없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