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40.05%의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이로써 민진당은 대만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3연속 집권한 정당이 됐습니다. 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낸 제2야당 커원저 후보의 약진도 눈에 띄는데요.

이번 대만 선거에는 유독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국내 주요 언론들도 선거 결과를 1면으로 다루며 중요하게 보도했어요.

왜 다들 대만 선거에 주목하는 걸까요? 대만 선거를 둘러싼 숱한 이야기들, 애정클에서 모아봤습니다.

대만의 정치 제도와 정당

• 대만은 민주주의 국가로, 총통이라 불리는 국가 원수가 대통령 역할을 합니다. 총통의 임기가 4년이며 연임이 가능합니다.
•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입법위원의 임기도 4년입니다. 즉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가 함께 치러집니다.
• 대만 정치에서 중요한 정당은 국민당과 민주진보당입니다.

✅ 국민당: 1949년, 중국 국민당의 지도자였던 장제스는 공산당과의 내전에서 패배하고 대만으로 망명했습니다. 이후 국민당은 대만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40년 동안 독재를 펼쳤습니다.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에 우호적입니다.

✅민진당: 1986년 대만 민주화 후 민주화 세력이 결성한 정당입니다. 대만의 독자적인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며, 대만 독립을 주장합니다.

• 민주화 이후 국민당과 민진당은 8년씩 번갈아 가며 집권해왔습니다. 이전 총통인 차이잉원은 민진당 출신이었습니다.

대만-중국-미국 3자 관계 속 긴장

중국과의 관계는 대만 정치의 핵심 의제입니다. 역대 대만 총통 선거의 주요 쟁점이었죠.

또한 미국과 중국은 근 10년 가까이 정치, 경제, 군사 등의 영역에 걸쳐 국제적인 주도권을 두고 경쟁해왔는데요. 이 싸움에서 대만은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모두 걸린 지역입니다.

2022년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미국과 중국의 병력이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대치하며 군사적 긴장이 극대화되기도 했는데요.

각자의 입장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 미국

• 대만은 미국이 구상하는 대중국 군사안보 대응의 요충지입니다.
• 민주주의 국가인 대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중국의 권위주의를 견제할 수도 있습니다.
• 지난 8년 간 대만은 차이잉원 정부 집권으로 미국과 가깝게 지냈습니다.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고 방어 무기를 지원 받았어요.

🇨🇳 중국

• 대만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하나의 중국' 원칙으로 요약됩니다. 합법적인 중국의 정부는 오직 하나로, 대만, 홍콩, 마카오 모두 중국 영토의 일부라는 원칙입니다.
• 이러한 원칙 하에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대만을 고립시키는 한편, 대만과의 교류를 강화하면서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려 해왔어요.
• 중국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주권 국가로서 중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반발했습니다.
• 대만의 친미 정책이 이어지자 중국은 차이잉원 정부와 소통을 끊고, 외교적·경제적·군사적 압력을 가했습니다.

선거 결과가 왜 이렇게 나왔대?

총통 선거에선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이 당선됐지만, 입법위원 선거에선 민진당이 국민당에게 1당 자리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고작 1석 차이였죠. 전체 113석 중 민진당은 51석, 국민당은 52석을 얻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1️⃣ 총통 선거: 민진당 승리

• 라이칭더 당선에는 대만의 주권과 정치적 독립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됐다는 게 중론입니다.
• 라이 당선자는 꾸준히 대만 독립을 주장해왔습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선 직접적으로 ‘독립’을 말하기보단 ‘현상 유지’를 내걸었습니다. 중국과의 거리두기와 민주 진영과의 연대를 강조했어요.
• 반면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와 대만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중국과의 대화를 늘려가겠다고 했습니다.
• 최근 홍콩의 정치 상황이 중국에 대한 대만 사람들의 거부감을 키웠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민 사회의 자치권 보장 요구를 폭력적으로 탄압해왔습니다.

2️⃣ 입법위원 선거: 국민당 승리(?)

• 사실 중국에 대한 대만 주요 정당들의 입장은 점점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엔 ‘대만 독립 VS 중화 통일’의 구도가 선명했지만, 최근엔 ‘통일도 독립도 아닌 현상 유지’의 방향성을 공유하는데요.
• 이는 대만 여론이 현상 유지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몇몇 전문가는 중국 이슈만을 이번 선거의 결정 요인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 입법의원 선거에서 민진당 성적이 부진했던 것도 중국보다는 경제 이슈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민진당은 작년 11월에 있었던 지방 선거에서도 크게 졌어요.
• 높은 주거비와 저임금 문제가 심화되면서 정부여당이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누적됐기 때문입니다.
• 라이칭더 당선 역시 민진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보다는 야권 표가 분산된 결과입니다.

3️⃣ 양당 구도의 균열: 민중당 부상

• 이번 대만 선거에서 가장 큰 변화는 대만민중당(민중당)의 부상이었습니다. 민중당 커 후보는 총통 선거에서 26.46%의 득표율을 얻었어요.
• 민중당은 국회에서도 8석을 가져가면서  캐스팅보터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습니다.
• 커 후보는 2030 유권자를 중심으로 지지를 얻었습니다. 실용과 개혁 이미지를 내세워 양당 간 이념 논쟁에 피로감을 느낀 청년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갔어요.

선거 결과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 미-중 갈등 심화 시 외교적 부담 증가

•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인해 중국과 대만의 긴장 관계가 유지되거나 심화되면 한국도 영향을 받습니다.
• 한국의 외교적 과제는 미국, 일본의 공조에 호응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 대만이 중국과의 대립각을 세우며 미국과 더 가까워진다면, 한국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 표명을 요구받을 수도 있죠.
• 일단 미국도 당장 중국을 자극하는 건 피하는 모습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라이칭더 당선 직후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 다만 바이든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 한국 반도체 기업에 미칠 영향

대만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반도체 칩의 60% 이상을 공급합니다.

라이칭더는 글로벌 시장에서 대만 반도체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사업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 미국이 대만·한국·일본과 추진 중인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서 TSMC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 한편, 중국이 대만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원료인 핵심 광물의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한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입니다.

라이칭더 당선이 당장 한국이 우려할 만한 일들을 몰고 오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도 올해 대선을 치르기 때문입니다. 라이칭더 정부의 행보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예정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총선을 앞두고 있고, 미국 선거의 영향을 강하게 받지요. 올해가 괜히 '선거의 해'라 불리는 게 아닙니다. 그만큼 각국 정세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한동훈, 국회 300석 → 250석 공약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회의원 수를 300석에서 250석으로 줄이는 것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 한동훈 위원장은 취임 직후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는 안을 여럿 내놓았습니다. 불체포 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 보궐 선거 시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 무공천이 있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비판을 내놓았습니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경제 정책

• 윤석열 대통령이 부담금 제도 폐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특정 사업과 관련해 공익을 위해 부과되는 세금인 법정부담금을 없앤다는 얘기입니다.
• 부담금이 붙는 대표적인 품목으로는 담배, 껌, 회원제 골프장 입장료가 있습니다.부담금을 줄이면 24조원의 세수가 줄어듭니다.
• 윤 대통령은 연초부터 경제 정책을 연달아 발표했습니다. 금융투자소비세 폐지, 안전진단 없는 재건축 허가에 이어 부담금 폐지를 논했는데요. 당장 세수가 줄어들거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입니다. 총선을 위해 즉흥적인 정책 발표를 하는 게 아니냔 비판이 나옵니다.

북한은 전쟁 준비 중?

• 북한의 태도가 급격히 달라졌습니다. 한국,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포기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북한 헌법에 남한을 제1적대국으로 명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의 대남기구를 폐지했고, 전쟁이 일어나면 피하지 않겠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전쟁 위협은 과장됐다며 말려들어선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조만간 군사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은 높다고 예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