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늘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여당에서는 특검법이 ‘악법’이라며 민주당의 정치적 공세일 뿐이라고 비판합니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김건희 특검’이라는 단어가 뉴스에서 나온 것은 오래됐습니다. 지난 대선 이후부터 대통령 부인인 김 씨에 대한 다양한 의혹이 제기돼왔고, 그럴 때마다 여야 간 갈등도 불거졌는데요.

이번 특검법은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지만, 특검을 둘러싼 정치권의 입장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검사 제도란?

•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가 발견됐을 때 독립된 수사 기관을 꾸려 이들이 수사를 담당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고위 공직자가 수사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최소화해 수사의 중립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 특검 운영 방식은 별도 특검과 상설 특검으로 나뉘는데, 별도 특검은 개별 사건마다 국회에서 새롭게 법안을 제정해 수사 범위와 기간, 특검 규모나 추천 방식 등을 정하는 형태입니다. 이때 법안의 세부 요소를 둘러싸고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하게 전개돼왔습니다.
• 이러한 갈등을 줄이고자 특검 발동 요건과 수사 범위, 임명 절차 등을 미리 법률로 정해둔 것이 상설 특검입니다.
• 현재까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2018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2022년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안이 통과됐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의 현주소

• 김건희 씨에 관한 특검법이 제출된 것은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인 169명 명의로 특검법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여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법사위 통과가 어려웠습니다.
• 이에 민주당은 무기한 심사 연장을 막을 수 있는 패스트트랙 요구안을 의결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4월 해당 안건이 통과됐고, 법에 따라 최장 240일이 지나는 이번달 말 본회의에 자동 상정이 된 것입니다.

특검법으로 뭘 하겠다는 거야?

✅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수사

• 이번 법안의 정식 명칭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3년 간 허위 주문 등을 통해 주가를 띄우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때 김건희 씨의 계좌가 주가 조작에 이용된 것이 드러나 김 씨가 주가조작 사건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 관련해 김건희 씨에 대한 검찰 조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진행된 바 있는데요. 당시엔 증거 부족으로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야당에서는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의혹에 관한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왔습니다.

• 지난 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에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문에 김 씨의 계좌가 주가조작 일당에 의해 운용됐음이 적시됐음에도, 이후로 김 씨에 대한 소환이나 압수수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 야당은 대통령을 의식해 의도적인 부실 수사가 행해지고 있다며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특검법이 통과돼 수사가 시작될 경우, 수사 규모는 이렇습니다.

• 파견 검사 10명 및 파견 공무원 40명의 수사팀
• 20일의 직무수행 준비 기간과 70일의 수사
  

그동안 여당은 김건희 특검법 추진을 강경히 반대했습니다. 본회의 통과를 앞둔 현 시점에서도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고요.

이번주 취임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특검법이 총선에 맞춰 민주당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정치적 셈법에 근거하는 데다, ‘독소조항’이 담긴 편파적인 ’악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검법은 민주당의 정치 공세일까?

법안이 정말 편파적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 한동훈 비대위장이 지목한 독소조항은 1️⃣특별검사 후보 2명의 추천권에 여당을 배제한 것, 2️⃣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관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 야당이 단독으로 후보를 추천할 경우 중립성 보장이 어려우며, 완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이 보도거리로 활용되면 의혹만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그런데 이러한 조항이 이번 특검법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도 특검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당을 특검 추천에서 배제한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은 당시 여당을 제외하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합의로 검사를 추천했습니다.
• 언론 브리핑 역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취지 하에 국정농단 사건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된 조항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특검법을 둘러싼 논의들이 정쟁으로 소모돼온 측면은 큽니다.

• 민주당이 최초로 김건희 특검법을 제안했을 때부터 이 이슈는 여야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불러왔습니다. 여당에서는 특검 제안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다른 이슈로 무마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대응하기도 했습니다.
• 특검법 논의가 정쟁으로 소비되면서 특검과 무관한 사안에 대한 여야 간 논의는 후순위로 밀리거나 여야 간 소통 자체가 끊기면서 논의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잦았습니다.
• 일례로, 2024년도 예산안 논의도 이번 특검을 포함한 정쟁 사안들로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법정 처리 시한을 넘겼습니다. 늦장 처리로 예산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정의당은 사안이 강대강 대결로 치닫는 것을 우려해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추진에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 정상적인 입법 과정으로 특검법을 통과시킬 방안을 제쳐놓고 패스트트랙을 강행했을 때, 수사 개시 시점도 지연될 뿐더러 법안 통과의 일방성을 문제 삼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 결국 패스트트랙 통과에 찬성했지만, 현재도 특검법의 세부 조항을 두고 민주당과 의견이 갈립니다.
• 민주당은 수사 대상 확대의 여지를 두려 합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개발 특혜 의혹, 명품백 선물 의혹 등 그간 추가로 발생한 김건희 씨 관련 사건도 포함해야 한다는 겁니다.
• 하지만 정의당은 조심스럽습니다. 역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높이고, 특검법의 정당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다수의 여론 조사에서 드러나듯, 이번 특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높습니다. 이에 보수 언론을 비롯한 여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됩니다. 여당의 낮은 지지도의 한 요인으로 여당과 정부 간 수직적인 구도가 꼽혀온 만큼, 이번 특검법 통과 후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한동훈 비대위장 취임

•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취임식에서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을 내세우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여야의 대립이 더 강해질 거란 예측이 나옵니다. 수직적 당정 관계도 쉽게 극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비대위장으로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화제가 됐습니다.

이준석 탈당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결국 탈당했습니다. 이후 신당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 국민의힘에서 이 전 대표를 따라 탈당하는 의원은 없었습니다. 평소 이준석 대표와 묶이던 인사들(천아용인: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도 탈당 및 신당 창당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 이 전 대표는 총선 전 국힘과 재결합 하지 않을 것이고, 최근 떠오른 신당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주52시간 판결

• 대법원이 연장근로 시간을 하루가 아닌 주 단위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탄력근무가 가능하도록 근로시간을 개편한다는 정부 방침을 뒷받침하는 내용입니다.
• 현행 근로기준법상 기본근무는 하루 8시간이고, 이를 넘으면 연장근로입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8시간 이하로 근무한 날이 있다면 8시간 이상 일한 날이 있어도 연장근로로 계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