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에서 확정한 금액은 올해보다 2.8% 늘어난 657조원입니다. 20년만에 예산 증가율이 가장 낮습니다. 허리띠를 꽉 졸라매 정말 필요한 곳에만 지원하겠다는 게 이번 예산안의 기조라는데요. 긴축의 배경에는 감세가 있습니다.

예산안

정부가 짠 국가의 수입과 지출 계획을 말합니다. 예산안은 국회의 심의·확정을 받아야만 확정됩니다. 법적으로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건 9월 2일까지, 국회에서 예산안이 확정돼야 하는 건 12월 2일까지입니다.

정부 지갑 상황은?

내년도 총수입은 올해 대비 2.2%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이뤄진 감세와 수출감소로 인한 경기 문제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내년 세금은 올해보다 33조원 덜 걷힐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올해 세금도 이미 예상보다 50조원 정도 모자란 상황입니다. 정부는 이를 메꾸기 위해 80조원의 부채를 질 예정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을 추구합니다. 건전재정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맞는 상태를 말합니다. 따라서 감세로 수입이 줄어든 만큼 지출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관점 차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돈을 써야 경제가 성장하고 복지도 개선된다는 입장입니다.

현 정부는 이를 두고 ‘재정 만능주의’라며 표를 얻기 위한 쉬운 선택일 뿐, 뒷감당을 다음 정부에 넘길 뿐이라고 비판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가 수입 대비 과도한 지출로 정부 부채를 늘려 “나라가 거덜나기 직전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내년 예산안, 어디가 달라졌지?

줄어든 예산

1️⃣ 연구개발(R&D)

• 올해보다 16.6%(7조원) 줄었습니다. 투자에 맞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정비 이유입니다.
• R&D 분야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카르텔' 중 하나로 지목당했습니다. 이후 과학계에선 이미 예산 삭감을 우려해왔습니다. 정부 R&D 예산이 줄어든 건 1991년 이후 처음입니다.

2️⃣ 교육

• 유아 및 초중등 교육 예산이 약 7조원 줄었습니다.
• 정부가 교육청에 보내는 교육교부금이 감소한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교육교부금은 세수의 일정 비율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3️⃣ 보조금

• 부정수급 문제나 부적절한 지출이 있었던 보조금 사업 예산을 3.5%(4조원) 줄였습니다.

4️⃣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 국토교통부가 요청한 예산에서 무려 90% 삭감됐습니다. 사업을 취소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조치입니다. 잼버리 파행의 여파로 해석됩니다.

늘어난 예산

1️⃣ 저출생 대응

• 신생아 출생 가구 대상으로 특별 저리 대출
• 육아휴직 유급 지원 1개월 → 1년 6개월

2️⃣ 복지

• 병사 월급 월 200만원
• 0세 아동 부모급여 월 70만원 → 100만
• 노인일자리 확대, 수당 7% 인상

4️⃣ 새만금을 제외한 SOC 사업

• 항공: 부산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신공항
• 철도: GTX, 인천발 KTX 조기 개통
• 양평고속도로

예산 증가폭이 가장 큰 사업은 SOC입니다. 이를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끌어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내년도 예산안, 어떤 영향 미칠까?

국가부채를 줄이고 건전재정을 달성하는 데 치우쳐 정부가 정말 해야 할 일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 지출이 과도하게 줄면 오히려 경제 회복이 더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추경호 부총리는 돈을 써야 할 땐 쓰겠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해서 건전재정에 성공한 것도 아닙니다. 내년 정부 적자는 92조원으로, 올해보다 33조원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그간 국가채무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규제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하자고 주장해왔습니다. 야당은 반대 입장입니다. 정부는 적자 비율 3%를 상한선으로 제시했는데,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적자 비율이 이를 넘어선 3.9%로 확대됩니다.

이처럼 재정준칙을 추진할 명분을 놓치며 예산을 늘렸지만, 경제 회복 효과는 충분치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 예측입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육군사관학교의 독립 전쟁 영웅 흉상 중 홍범도 장군 흉상만 이전하는 안이 검토 중입니다. 육사와 국방부, 보훈부는 홍 장군이 공산주의 세력에 가담한 이력이 있어 부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역사학계는 부적절한 해석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입장문에서 지적한 홍 장군 관련 의혹들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맹목적인 반공 이념이 다시 돌아온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에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경찰 저위험 권총 보급

정부가 잇따른 흉악범죄에 대응하고자 저위험 권총 3만 개를 경찰관들에게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저위험 권총의 위력은 기존 권총의 10% 정도입니다. 현장 경찰관들은 이미 테이저건 등 무기는 충분한데, 사용했을 때의 직위 해제 위험 때문에 못 쓰는 거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경찰력 강화만으론 흉악범죄를 막을 수 없고 과잉 진압 등의 부작용만 커진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김남국 제명안 부결

코인 거래 논란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위)에 회부된 김남국 의원 제명안이 부결됐습니다. 찬윤리위 구성원은 국민의힘 3명, 민주당 3명인데 제명 찬성이 3표, 반대가 3표로 찬성이 과반을 넘지 못한 결과입니다. 윤리위 구성원은 국민의힘 3명, 민주당 3명입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결과를 두고 민주당을 비판했습니다. 한편 김남국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