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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대책: 뜨거운 여름은 가고 남은 건 더 뜨겁지만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적응’과 ‘완화’의 두 관점을 함께 고려해 수립돼야 합니다.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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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처음으로 폭염 때문에 재난 대응 2단계를 가동했고, 폭염 위기 경보 수준도 4년 만에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렸습니다.

폭염의 원인은 ‘슈퍼 엘니뇨’입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으로 이상 기후의 원인인데요. 평년보다 2도 이상 올라간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슈퍼 엘니뇨’라고 합니다. 올해는 7년 만에 슈퍼 엘니뇨가 발생해 지구 곳곳에서 심각한 피해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폭염이 심각하지만, 이번 여름은 앞으로 올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입니다. 기후위기로 갈수록 폭염이 심해지고, 자주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적응’과 ‘완화’의 두 관점을 함께 고려해 수립돼야 합니다.

오늘의 <쓸모있는 정치플리>에선 세계의 폭염 완화 및 적응 정책을 살펴보겠습니다.

ⓒistock

키워드: 폭염, 기후위기, 재난 대응, 지방정부

미리 보는 결론: 폭염, 직접적 대응과 구조적 대응이 모두 필요해!

왜 중요해?

1️⃣ 생존의 문제

  • 폭염은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를 낳습니다. 9일 기준 국내에서 약 200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27명이 사망했습니다. 미국에선 폭염으로 매년 20만 명 이상의 응급 환자가 발생하고, 10억 달러의 의료비가 지출됩니다. 유럽에선 지난해 폭염으로 6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 폭염은 가뭄, 폭우, 산불 등 다른 기후재난의 원인이 됩니다. 폭염이 심각할수록 이런 재난들의 규모도 커집니다. 최근에는 하와이에 산불이 발생해 100여명이 사망했습니다.

2️⃣ 경제적 피해

폭염은 세계 경제의 지형을 바꾸고 있습니다.

  • 최근 20년 동안 기후변화발 폭염으로 입은 손실은 약 16조 달러(약 6경 624조 원)로 추산됩니다. 온열 질환으로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선 폭염으로 2030년 GDP의 0.5%인 2000억달러, 2050년에는 GDP의 1%인 500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농업, 건설업, 화물업은 폭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가뭄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 물가가 상승하고, 강철 등 건설 자재가 고온에 손상돼 건설 비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강이 말라붙어 물류를 멈추기도 합니다. 지난해 독일의 라인강이 마르면서 유럽 제조업계와 에너지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도 폭염의 영향을 받습니다. 반도체 생산공정에 많은 물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2021년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가뭄으로 반도체 생산량을 맞추지 못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 폭염은 산업 인프라를 망가뜨립니다. 철도를 휘게 만들고, 비행기 활주로를 녹이며, 도로를 파손시킵니다. 2080년대까지 폭염이 운송 부문 전체 피해의 약 92%를 차지할 것이란 연구도 나옵니다. 국내에서도 올해 폭염으로 도로 파손이 2.5배 증가했고, 열차가 지연 운행됐습니다.

이외에도 에너지 수요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생태계 파괴, 전염병 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폭염은 가뭄을 유발한다 ⓒUnsplash

어떻게 바꾸고 있어?

적응: 더위에서 살아남기📌

정부는 지난 6월 과거 '제3.5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기후재난 예측 시스템 고도화, 적응정보 통합 제공, 기반시설 확충, 사전 예보, 경보 강화, 취약계층 지원책 등이 담겼는데요.

전국 지자체의 폭염 대책도 비슷합니다. 대부분 취약계층을 위한 무더위 쉼터 확충, 양산 대여소 설치, 생수 무료 보급, 냉방비 지원 등을 실시했습니다. 열섬 현상 방지를 위해 도로 열기를 식히고자 살수차를 동원한 곳도 있었습니다. 당장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즉각적 조치입니다. 폭염은 평등하게 찾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땡볕에서 일하는 야외노동자들 ⓒistock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폭염에 취약합니다. 건설, 물류, 농림어업 종사자들, 배달 노동자들 등은 폭염에 노출된 상태로 일하면서도 쉴 수 없습니다.

이들에겐 보다 제도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노동부는 35도 이상일 경우 일시적 작업 중지를 규정하지만, 권고 사항일 뿐입니다. 대다수의 야외 노동자들이 냉방시설과 휴게장소가 갖춰지지 않은 업장에서 일합니다.

이에 민주당은 폭염과 한파 시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휴게시간을 확대 부여하게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홍영표 의원 발의)을 추진 중입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8월 중 법안 처리를 국민의힘에 제안했습니다. 20대 국회부터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4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는 유럽에선 근무 환경 온도 규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규제 강도가 가장 높은 스페인에선 법정 온도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고용주를 정부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선 도시 설계의 관점에서 폭염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냉방비 지원은 단기적 대책으로 더 심하게, 더 자주 찾아올 폭염에는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접근성이 높은 곳에 ‘쿨링 센터’를 설치하고, 저소득층에겐 냉방시설 개보수를 지원하며, 건축법을 변경해 다가구 주택에 중앙 냉방을 제공하는 등의 대안이 제시됩니다.

완화: 최악을 막아내기📌

에어컨에 의존하는 대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늘려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에어컨에 쓰이는 냉매는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가스고, 냉방 수요가 늘면 전력 사용량도 늘어납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30년 인구 3분의 2가 에어컨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하려면 에너지 효율이 좋은 냉방 기술이나 관련 정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합니다.

에어컨 실외기에 뒤덮인 주택 외벽 ⓒUnsplash

폭염은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아스팔트와 고층 빌딩이 열을 가두는 도시 열섬 현상이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포장도로와 지붕의 소재를 햇빛을 반사하는 소재로 바꾸는 등 도시 인프라를 정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포장도로와 지붕은 도시 표면의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도로 코팅을 통한 온도 감소를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코팅으로 대기 온도를 0.5도 낮추면 4천만달러어치의 에너지와 5억 갤런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폭염을 대비할 수도 있습니다. 독일 칼스루시는 도시 계획 부서에서 ‘폭염적응종합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 시의회는 ‘50°C의 파리’라는 연구를 수행해 85가지 권고안을 제시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초당파적 프로젝트로 진행됐고, 권고안은 파리의 도시 계획 규정 초안에 포함됐습니다.

도시 계획을 통한 폭염 대응은 녹지 조성, 열 친화적인 소재 교체, 바람길을 내는 공간 구성 등이 포함됩니다. 도시 냉방 문제를 다루는 UN 청정에너지 싱크탱크 ‘쿨 코얼리션’의 루샤드 나나바티 상무이사는 특히 녹지 조성강조하며,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도시의 자연도 인프라로 간주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은?

앞서 살펴본 세계 각국의 폭염 대책에는 구조적 대응과 비구조적 대응이 섞여 있었습니다. 노동·건축법 개정, 도시 계획 등의 구조적 대응은 한국에서 아직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습니다. 국토연구원의 ‘기후변화 적응대책 세부시행계획’ 조사에 따르면 국내 폭염대책은 건강 부문의 단기적 대책 중심으로, 중장기 대책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2010년 처음으로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국가 차원의 계획을 수립한 것은 세계적으로 빠른 편이었지만, 실천 단계에서는 뒤처졌습니다. 한국환경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적응 정책 결과는 산림·생태계 부문, 농수산 부문에서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고, 국제적 기준에서도 떨어졌습니다. 중앙정부-지방정부로의 하향식 정책 결정기후위기 정책의 우선순위 문제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1️⃣지방정부의 역량 강화

지자체마다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는 다르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기후위기 적응 정책을 도입하려면 지방정부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재난 대응 시스템은 중앙정부가 방침과 예산을 정하면 지자체가 실행하는 식입니다. 이에 전문가들을 지자체의 권한을 확대해 지역 맞춤형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역별 피해 규모와 시급성을 고려하지 않고 폭염 대책을 적용하거나, 중앙정부의 계획을 따라가는 데 급급해 형식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지자체의 재난 대응 권한은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지난 6월 발표된 ‘제3.5차 국가기후위기적응대책’은 지자체에 자체 적응대책 수립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올해 초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계획을 발표하며 행정안전부 장관만 갖고 있던 재난사태 선포 권한을 시·도지사에게까지 확대하고, 지역 경찰과 소방을 동원·총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 구체적인 역량 강화 방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자체의 재난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선 예산 자율성부터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지자체 인건비는 행안부에서 확정하기 때문에 지자체 수요에 따라 인력을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당장 대응해야 할 민원 등에 인력이 우선 배치되기에 재난 분야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기 십상입니다.

과도한 업무부담으로 재난담당 공무원의 조기 퇴직률은 전체 지방 공무원 평균보다 14배 높습니다. 기후위기로 재난은 더 잦아질 텐데, 재난 전문인력이 양성되고 있지 않은 겁니다.

2️⃣정치의 기후위기 감수성

폭염 등의 기후재난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기후위기를 최대한 ‘연착륙’시키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여름 폭우의 원인으로 기후위기를 지목하며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재 탄소세법,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 촉진법, 탄소인지 예산법 등 관련 법안 상당수가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21대 국회에서만 탄소중립을 키워드로 한 법안이 100여 개 발의됐지만, 그중 통과된 것은 33개 뿐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도는 ‘경제성장’에 밀리고 있습니다. 정부의 산업 부문 탄소 감축 목표는 11.4%로, 전 정부보다 3.1%p 낮아졌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도 하향 조정됐습니다. 오직 원자력 발전에 의존해 기후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듯한 정부의 태도는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경제계의 피해를 들어 산업계의 탄소배출을 눈감아주지만, 앞서 언급했듯 이제는 기후위기가 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유럽은 폭염과 에너지난을 함께 겪었습니다. 스페인은 40℃가 넘는데도 에어컨 온도 제한을 발표했고, 프랑스는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업체에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기후위기 감수성’을 갖춘 시민사회와 이를 따라가는 정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정책이었습니다.

ⓒUnsplash

먼 얘기처럼 느껴지지만, 우리에게도 곧 닥칠 미래입니다. 당장 지난 여름에도 전력난이 있었고, 남부 지방에선 가뭄으로 물 공급이 제한됐습니다. 더 큰 재난이 찾아오리라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그 부담을 나눠 져야만 할 때, 정치는 가장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분담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일시적인 전력난, 단수에 대응하는 것 이상의 결단이 필요해질 겁니다.

경고는 결코 부족하지 않았고, 기회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극심한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인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막기도 이미 늦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1.5도의 선을 넘은 뒤에도 삶은 계속되고, 선택지는 무한히 제공될 겁니다. 운석이 충돌하듯 세상이 한꺼번에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서서히 확실하게 찾아오는 재난 앞에서 정치의 역할은 만성 질환을 관리하는 의사와 같습니다. 큰 수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병을 씻은 듯 낫게 하는 마법의 치료제가 있다는 의사는 경계해야겠죠. 우리 정치는 어떤 의사가 되고 있는 걸까요.

🎼건조 스테이션: 생각할 거리 자동재생

🎵 재난관리체계 - 문제는 매뉴얼?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계기로,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기후위기를 반영한 최근 5년 기준으로 재난대응 매뉴얼을 개편하고,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 중심의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같은 달 '기후위기 재난안전 3법'을 발의했습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요건 추가 및 보상범위 확대, 기후위기 반영 재난위기관리 매뉴얼 마련 등이 포함됐습니다. 두 방안 모두 현 매뉴얼이 기후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오송 참사의 원인은 매뉴얼의 부재와 결함보다는 컨트롤타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부실한 폭염 대응으로 비판받은 새만금 잼버리에 대해서도 동일한 지적이 나옵니다. 매뉴얼의 개선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매뉴얼 적용을 판단하는 것은 결국 컨트롤타워입니다. 매뉴얼만 탓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 농업정책 - 기후위기의 최전방

농업은 기후위기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산업인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의 열쇠를 가진 산업입니다.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고 녹지화에 기여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농업정책은 스마트팜 확대 등 탄소배출을 늘리는 사업 중심입니다. 기후위기 적응 관점의 논의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농업을 위한 정책은 어떻게 논의되고 있을까요?

참고문헌

권용석.(2019).폭염을 도시계획에서 다룬 선진 도시들 : 독일 칼스루에,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도시정보,(453),5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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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바라볼 때 나오는 날카로운 분석을 좋아합니다.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다정함을 글 쓰는 동력으로 삼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애정클에서 애(愛)든 증(憎)이든, 정치를 대할 때면 쉽게 끓어오르는 마음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최근엔 일상을 가꾸고 나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