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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의 목소리, 들리고 있을까

교사 집회의 구호는 “현장 요구 즉각 반영”입니다. 교육 현장에 대한 정치권의 몰이해와 무관심이 공교육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겁니다.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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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에디터의 취향반영 정책 디깅. 에디터의 관심 의제에서 현재진행형의 변화와 일하는 정치인을 찾아봅니다.

“교육의 전문가는 교사입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천경호 교사가 회장 선거에서 내건 슬로건입니다. 일선 교사들의 목소리를 간과하는 사회적 인식을 없애고, 교사로서의 삶에 의미를 되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의 활동 목표입니다.

목소리도 의미도 잃어버린 자리, 교육 현장에 위태롭게 서 있던 교사들은 자기 자신까지 잃었습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후 5명의 교사가 또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치권은 부리나케 해결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교사들의 분노는 여전합니다. 교사 집회의 구호는 “현장 요구 즉각 반영”입니다. 교육 현장에 대한 정치권의 몰이해와 무관심이 공교육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겁니다.

오늘의 <쓸모있는 정치플리>에서는 교권 침해 방지를 둘러싼 정치권과 현장 교사들의 엇박자를 살펴보겠습니다.

⭐ 키워드: 공교육 정상화, 교권 침해, 아동복지법, 학교폭력

⭐ 미리 보는 결론: 현장이 원하는 해결책은 아직 멀다.

왜 중요해?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침해와 관련해 8월 한 달에만 20여 개의 법안이 나왔습니다. 개정이 거론되는 법안은 크게 아래의 4가지입니다.

1️⃣ 초중등교육법 2️⃣ 교원지위법 3️⃣ 아동복지법 4️⃣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이중 교사 집회의 피켓에 꾸준히 등장한 법안은 아동복지법입니다. 현장의 교사들은 공교육 개선을 위해선 아동복지법 17조 5호가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합니다.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법안입니다.

정서적 학대행위는 그 규정이 모호하고 범위가 넓어 무고한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원의 지도는 해당 법이 적용되지 않게 하거나, 정서적 학대행위의 행위자를 '양육자'로 제한하는 안이 제시됩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는 해당 법안의 개정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간 책임소재와 대응방식이 제대로 규정되지 않아 교사 개인이 감내해야 했던 사안에 대해 많은 대안이 제시됐음에도 교사들이 실효성을 되묻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근본적인 입장차의 원인을 읽어내려면 정치권이 주목하는 지점과 일선 교사들의 요구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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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어떻게 바꾸고 있어?

교육부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대한 고시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잇달아 발표했습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안에는 그간 발의된 법안 내용들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름 기재는 관련 법안 발의 순서
  • 법령, 학칙에 따른 학생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음 (강득구, 홍석준, 김철민)
  • 아동학대 신고 시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불가 (서동용, 김철민), 수사 전 교육청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해 직위해제 결정 (서동용, 이태규, 권칠승)
  •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로 인한 징계 기록을 생활기록부에 기재 (이태규, 이상헌, 윤상현 )
  • 학교장이 총괄하는 민원 대응팀 구성해 교사에게 직접 민원 가지 않도록 조치, 악성민원 학부모에겐 특별교육 이수 강제하고 미이수 시 과태료 부과 (강민정)
  • 학교장이나 교원이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은폐·축소할 경우 시도교육감이 징계 가능 (이태규)
  • 교원이 보호자에게 전문가에 의한 검사·상담·치료를 권고하는 조언 가능 (강민정)
  • 교권보호위원회를 각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 (강득구),  운영 활성화(이태규)

이외에 교육부 차원에서 추진한 안은 이렇습니다.

  • 수업 방해 학생 보호자에게 인계 가능
  •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은 허용 시에만 가능, 부적합한 물품 사용 학생에게 주의 가능
  • 교권 침해 학생을 교실 밖 지정 장소로 분리 조치
  • 교사가 개인 휴대전화를 통한 민원에 응대하지 않을 권리, 교육과 무관한 민원에 대해 답변 거부할 권리 보장
  • 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원배상책임보험 보장범위 확대해 피해교원 지원
  • AI 챗봇과 지능형 나이스 시스템을 도입해 단순 민원에 효율적으로 응대

생활지도 고시는 9월부터 시행 중이고, 국회에서 처리할 법안은 14일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의결 뒤 21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다시피 여야가 크게 다른 의견을 내고 있지 않고, 사안의 심각성에도 동의해 어려움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징계 기록 생기부 기재 조치에 대해서는 여야의 의견이 갈립니다. 해당 법안은 서이초 사건 전 이태규 의원이 발의했는데요. 지난해 국회 교육위에서 강민정 의원이 반대한 바 있습니다.

강 의원은 이미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징계 조치가 있어 이중 처벌 문제가 있고, 교육적 효과도 없는 가혹한 조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태규 의원은 적극적 예방 조치로 생기부 기재가 꼭 필요하다며, 보완 조항을 두어 요건을 엄격하게 해 이중처벌 문제를 막으면 된다고 맞섰습니다. 두 의원의 의견차는 현재 여야의 쟁점으로 확대됐습니다.

한편 발의됐지만 계류 중인 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피해 교사의 소송 등 분쟁 비용 지원(김용민, 이태규, 김철민, 도종환)
  • 교육활동 침해자(학부모 포함)와 피해 교사를 즉시 분리(강민정, 이상헌, 박범계), 일시적 업무 중단과 유급휴가 등 보장(서동용)
  •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 시 수사 전 교원과 학부모가 조정을 통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교육활동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서동용)
  •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학생과 보호자가 협조할 의무를 명시 (이태규)
  • 아동학대 전담조직을 교육부, 교육청에 마련 (서동용, 김용민)
  • 피해 교원 요청 없이도 교육청이 교육활동 침해 즉시 고발(강민정)
  •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형법상 무고죄를 추가해 무분별한 신고에서 교원 보호 (조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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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언론창 윤근혁

교육부는 토론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고시안이 만들어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고시와 종합방안 발표 후 이뤄진 현장 교사와의 토론회에선 ‘충분치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 교육부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의 원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관련해 시도교육청의 개정을 권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민원 체계 개편에 대해 현장 교사와 학부모 모두 우려를 표했습니다. 상담과 민원의 경계가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도교육청이 아닌 교육부 차원에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 민원 응대를 포함한 학교 업무를 이미 학교장이 총괄하나 교사가 민원을 받는 현실도 지적됐습니다. 민원 책임이 돌고 돌아 담임 교사에게 오는 상황에서 총괄을 교육청에서 맡지 않으면 여전히 교사 개인이 민원을 처리하게 된다는 겁니다. 교육부는 민원의 분류는 최소한 학교의 민원 대응팀에서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교권보호위원회 활성화가 고시에 포함됐지만 학부모와 달리 교사에겐 위원회 판단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가 없다는 것도 문제시됐습니다.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아동복지법 17조 5호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법 집행 방식을 개선하는 것으로 정당한 교육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교육행위’를 고시를 통해 명확히 규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해당 법안의 존재는 여전히 아동학대 신고의 위험과 그에 대한 대응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특별교육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해 결국 교사들이 관련 업무를 담당해야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은?

현장 목소리, 어떻게 반영할까?

많은 교사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대안은 현장 교사 TF 보고서입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현장 교사들이 실시한 연구로, 3만 8천명의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정책 평가 및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후속 설문 결과 조사에 참여한 교사 96.4%가 정책 제안에 만족했습니다. 해당 자료는 교육부에도 전달됐습니다.

현장 교사 TF는 1️⃣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 보호, 2️⃣ 학교폭력법 개정, 3️⃣ 기관 책임 민원시스템 구축, 4️⃣ 법적 효력 있는 문제 행동 지침 마련 4개 분야로 나눠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이중 정치권 논의에서 빠져 있는 내용은 학교폭력에 대한 것입니다. TF는 학교폭력 담당 교사 역할을 교내 학교폭력에 한정하고, 학교폭력의 정의를 분명히 해야만 악성 민원의 주된 요인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설문 결과 학교폭력과 관련해 악성민원을 받아 본 교사가 응답자의 62.5%였습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학교폭력과 관련해 협박 도구로 쓰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설문 참여 교사들이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대책 순위도 정부 움직임과 차이를 보였습니다. 아동학대 부문 설문에서 ✔️무혐의 종결 시 교육감이 악의적 신고자를 민형사상 고발, ️️✔️교육부, 교육청 내 원스톱 아동학대 대응 전담팀 신설, ✔️선제적 직위해제 금지, ✔️교육청 내 법무팀 신설 순으로 응답이 나왔는데, 이중 선제적 직위해제 금지만이 정부에서 논의됐습니다.

교권 보호 종합방안에 제시된 ‘교장 직속 민원대응팀’에 대해선 교사 85.7%가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토론회에서 얘기됐듯 교사에게 결국 민원이 전달되는 절차가 될 거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TF는 그보단 교육청 법무팀을 통해 민원을 적극 지원하고,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민원매뉴얼 제작에 힘쓸 것을 주장했습니다.

이외에도 TF는 현장을 반영한 아동학대 신규 체크리스트와 문제행동 지도 매뉴얼 제작, 교사 연수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교육정책에서 탈피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습니다.

ⓒUnsplash

문제는 결국 인력과 예산

교육부 해결책은 담당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는 내용입니다. 교권보호위원회의 이관 및 활성화는 인력 확충, 교원배상책임보험 확대는 예산안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교권 침해 학생의 즉시분리의 경우 분리 장소와 지원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강민정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개정안이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선 전문상담교사 확보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전문 상담 교사 배치율은 전체 학교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문제 학생의 특별 교육을 위해선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치료 연계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역시 상당한 예산이 있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교사 정원 및 교육 예산 축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초중등 교원은 학령 인구 감소를 이유로 2027년까지 최대 29% 감축할 예정입니다. 내년 예산안에서 교육교부금은 7조원 줄었습니다. 교사 단체는 교사 정원과 학령 인구를 비례 관계로 여기는 것은 교육의 질과 대도시·지방의 인구 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일차원적 정책임을 지적해왔습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교육부는 말로만 교원을 보호하겠다 하고 내년 예산안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인력과 예산 확충은 교권 보호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지표나 다름없습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현장 교사와의 토론회에서 법률로 교육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면 타당한 발언입니다. 제도적 개선은 충분한 자원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 두 가지가 따라와야만 힘을 쓸 수 있으니까요.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읽어내야 할 중요한 순간은 제도적 개선이 막 시작된 지금부터 더 많이 찾아올 것입니다. 더는 교사들이 자리를, 삶의 의미를 잃지 않도록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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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바라볼 때 나오는 날카로운 분석을 좋아합니다.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다정함을 글 쓰는 동력으로 삼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애정클에서 애(愛)든 증(憎)이든, 정치를 대할 때면 쉽게 끓어오르는 마음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최근엔 일상을 가꾸고 나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