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으로 보는 22대 총선: 영남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보수 일변도의 경향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새로운 격전지들이 등장했습니다.
표심 세줄 요약
보수의 심장: 영남은 전통적인 보수 텃밭입니다. 그중에서도 대구·경북은 가장 견고한 보수 지지를 보이는 지역으로 ‘보수의 심장’이라 불립니다.
격전지의 확장: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보수 일변도의 경향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새로운 격전지들이 등장했습니다.
다시 만난 진보당: 두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의 단일화 경선에서 진보당 후보가 선출되었습니다. 예상외의 선전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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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차이
영남은 보수 우위 지역이지만, 지역별로 뜯어보면 지지 양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크게 PK(부산·울산·경남) 지역과 TK(대구·경북)으로 나눠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PK(부산·울산·경남)
- 부산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입니다. 김영삼이 민주화 인사로 활동하던 80년대까지 민주당계 정당이 상당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3당합당 이후 보수 성향이 강해졌고 최근까지도 국민의힘 강세지역이었지만, 갈수록 격전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 울산에선 주로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2000년대 등장한 진보정당이 줄곧 좋은 성적을 거둬왔습니다. 현대중공업 등의 생산직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부산 북구강서구 갑·을 사상구, 사하구 갑·을, 경남 김해시 갑·을, 양산시 갑·을은 민주당 지지세가 특히 높아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힙니다. 이 지역구들을 묶어 낙동강 벨트라고 부릅니다.
- 낙동강 벨트 중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은퇴 후 자리를 잡은 곳이고, 김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입니다. 두 사람 모두 부산을 주무대로 정치 경력을 쌓아오기도 했습니다.
TK(대구·경북)
-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연고를 둔 지역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사면 후 대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 만큼 가장 굳건한 보수세를 보입니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 이름 있는 보수 정치인들은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기도 합니다.
- 호남과 같이 ‘잡은 물고기’로 여겨져 오히려 보수정당으로부터 홀대받는다는 TK 홀대론도 나옵니다.
TK가 ‘보수의 심장’인 이유
- 대구·경북이 처음부터 ‘콘크리트 보수’였던 것은 아닙니다. 해방 전후 대구는 ‘한국의 모스크바’로 불릴 정도로 진보세가 강했습니다. 1956년 총선에서는 이승만 심판을 외치며 진보 진영 후보였던 조봉암에게 70%의 표를 몰아줬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의 민주화운동인 1960년 2.2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 그랬던 대구가 ‘보수 도시’로 탈바꿈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등장 이후입니다. 우선 진보 세력이 붕괴되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은 1974년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등을 통해 대구의 진보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탄압했습니다.
- 영남 패권주의라는 당근도 함께 쓰였습니다. TK 출신을 고위직에 대거 등용해 정치 권력을 집중하고, 구미공단과 포항제철 등 기업 유치를 영남에 몰아주어 경제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정치사
🗳️최근 3번의 선거
19대 총선(2012)
부산 민주통합당 2석 새누리당 16석
경남 민주통합당 1석 새누리당 14석 무소속 1석
울산 새누리당 6석
대구 새누리당 12석
경북 새누리당 15석
20대 총선(2016)
부산 더불어민주당 5석 새누리당 12석 무소속 1석
경남 더불어민주당 3석 새누리당 12석 정의당 1석
울산 새누리당 3석 무소속 3석
대구 더불어민주당 1석 새누리당 8석 무소속 3석
경북 새누리당 13석
- 부산과 경남에서 보수정당의 지지세가 약해졌습니다. 경남 창원 성산구에서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 대구 수성구 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당선됐습니다. 대구에서 45년 만에 나온 민주당계 의원이었습니다.
- 울산에선 2명의 통합진보당 출신 무소속 당선자(김종훈, 윤종오)가 나왔습니다.
21대 총선(2020)
부산 더불어민주당 3석 미래통합당 15석
경남 더불어민주당 3석 미래통합당 12석 무소속 1석
울산 더불어민주당 1석 미래통합당 5석
대구 미래통합당 11석 무소속 1석
경북 미래통합당 13석
- 부산에선 미래통합당이 이전의 의석 규모를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평균 40%를 넘어 민주당 지지세가 여전히 강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경남에선 산청·함양·거창·합천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30%를 넘었습니다.
- 울산은 다시 보수화되었습니다. 진보정당의 지지율도 내려앉았습니다.
- 대구에서는 탄핵 정국 이후의 보수 결집으로 다시 ‘보수정당 싹쓸이’가 나타났습니다.
📰 주목할 만한 사건
2018년 지방선거
- 2018년 지선에서 민주당은 전국적으로 압승을 거뒀습니다. 전국 226개 기초단체장 중 151석을, 광역단체장 14석 중 11석을 차지했는데요.
- PK 광역단체장에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이 지역들에서 민주당계 정당이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킨 것은 1995년 지방선거 실시 후 처음이었습니다. 울산에서는 진보 성향인 노옥희 교육감이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 TK에서도 최초로 민주당 지역구 시의원이 4명이나 탄생하긴 했지만, 여전히 자유한국당이 앞섰습니다. 이러한 TK와 PK 지역의 투표 행태 차이는 기초의회 선거, 정당투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 이를 두고 영남 지역주의가 분화되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았음을 고려하면 과도한 의미 부여는 경계해야 하나, 이후 영남 지역을 대하는 민주당의 전략은 변화했습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 부산의 최대 사업이던 엑스포 유치 실패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엑스포 유치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습니다. 유치에 성공한다면 정부 지지율과 총선에서의 여당 지지율 모두 오를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 부산의 민주당 후보들은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여당 공격에 나섰습니다.
- 국민의힘은 부산 엑스포를 정쟁 도구를 이용해선 안된다고 반박하는 한편, 유치 실패에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을 압박하는 현안입니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지난해 5월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됐지만, 산은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개정 의결을 보류했습니다.
- 국민의힘과 민주당 부산 후보 모두 산업은행 이전을 공약했습니다. 국민의힘 부산 후보들은 민주당이 법 개정을 막지 않았냐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서울 후보들은 은행 이전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금융특구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이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국민의힘 공천 번복
- 국민의힘 대구 중구남구 후보였던 도태우 후보는 5.18 폄훼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됐습니다.
- 김기웅 전 통일부 차관이 국민의힘 후보로 새롭게 공천됐으나, 도태우 후보는 탈당 후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섰습니다.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됐던 자신이 일방적인 공천 취소를 당해 지역민들의 선택이 존중되지 않았음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진보당의 성장
- 2022년 지선에서 진보당이 구청장을 배출했습니다. 12년 만의 원외정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이었습니다. 울산의 진보정당 기반이 복구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한편 정의당의 지지율은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 울산 북구에서는 진보당 윤종오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었습니다. 민주당과 진보당이 합의해 윤종오 후보를 본선에 올리기로 하자, 이 지역 현역인 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무소속 출마 후 경선을 제안했는데요. 경선 결과 윤 후보가 승리했습니다.
- 부산 연제구에서도 진보당 노정현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했습니다. 단일화 경선에서 민주당 이성문 후보를 제쳤습니다.
22대 총선 전략은?
더불어민주당
- 낙동강 벨트 탈환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부산도 민주당 지지세가 높아져 사실상 경합지역이 되었습니다.
- 부산에서 총 18석 중 6~9석을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 양당은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 매번 ‘물갈이’를 시도해왔습니다.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이 필요한 인물을 우선 배치하는 것이죠. 보수정당의 공천 파동이 가장 거센 지역은 영남, 그중에서도 TK였습니다.
- 그러나 이번에는 대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후보 자리를 지켰습니다. TK의 현역 생존율은 64%에 달합니다. 친윤, 중진 의원일수록 생존율이 높았습니다.
-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영남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3지대
- 진보당은 부산 연제구, 울산 북구 후보들의 선전으로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합쳐 5명 당선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 개혁신당은 영남에서 국민의힘과 경쟁하고자 했습니다. 국민의힘 공천에서 밀린 현역 의원 영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결국 공천한 후보들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자 수도권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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