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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정당, 어떻게 봐야할까

정신없이 달려온 제3지대의 현황을 정리하고, 역사를 통해 이들 앞에 펼쳐질 갈림길을 예측해봤습니다.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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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분 걸림 -

22대 총선까지 앞으로 두 달 남짓이 남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러분이 기대하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무당층이라면, 혹시 제3지대 소식에 관심을 두고 계신가요?

제3지대의 가능성은 매 총선 때마다 화제였습니다. 유권자들은 제3지대에 기대를 품었다 양당으로 회귀하길 반복해왔습니다. 이번에도 다수의 진영이 제3지대 야영장에 텐트를 펼쳤습니다. 이곳의 모두가 공유하는 고민은 어떻게 정치권에 뿌리내릴 것인가입니다.

텐트를 합쳐야 할까요? 이념을 강조해야 할까요? 과거 제3지대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르죠.

오늘의 <근본적 정치 탐구>에서는 정신없이 달려온 제3지대의 현황을 정리하고, 역사를 통해 이들 앞에 펼쳐질 갈림길을 예측해봤습니다.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는 개혁신당 내 4개 세력 인사들. 우측부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원칙과상식 소속 조응천 의원. ⓒ연합뉴스

제3지대 훑어보기

제3지대 야영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텐트는 개혁신당입니다. 가장 크고, 가장 최근에 만들어졌죠. 지금의 개혁신당은 4개 세력이 합당한 결과입니다.

1️⃣ 개혁신당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창당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이 창당한 한국의희망과 합당했습니다.

2️⃣ 새로운미래

  • 이낙연 전 국무총리 주도로 더불어민주당 탈당파들이 창당했습니다.
  • 또 다른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인 3️⃣원칙과상식과 공동 창당을 시도했으나 불발됐습니다. 하지만 두 세력은 개혁신당에서 결국 다시 모였습니다.

4️⃣ 새로운선택

  • 더불어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이 창당했습니다.
  • 류호정 전 의원이 이끄는 정의당 내 그룹 세번째권력이 합류했습니다.

각 세력 중심 인물의 출신 정당을 보면 알 수 있듯,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있습니다. 세 정당 모두 중도를 표방하지만 페미니즘 등 특정 의제를 두고는 노선이 크게 다르죠. 각 세력 지지층은 서로를 적대해왔어요. 특히 류호정 전 의원에 대한 이준석 지지층 반감이 큽니다.

이번 설 연휴 전까지만 해도 합당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절차와 형식을 두고 계산이 복잡했어요. 한 정당에 흡수 합당되어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죠. 완전히 새로운 당을 공동 창당하기도 까다롭습니다. 지지층을 설득해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개혁신당은 합당에 성공했습니다. 설 연휴 첫날에 깜짝 발표를 했죠.

  • 이낙연·이준석이 공동대표를 맡고, 최고위원은 4개 세력에서 1명씩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 깜짝 발표에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각 세력 내부에서 반발이 나온 겁니다. 핵심 사유는 역시 당 정체성이었습니다. 개혁신당 당원 게시판에는 탈당 의사를 밝히는 글이 쏟아졌습니다.

한편 제3지대 야영장에 지난 총선부터 거주해온 세력도 있습니다. 기존 소수정당입니다.

녹색정의당

  • 정의당과 녹색당이 결성한 선거연합정당입니다.
  • 진보당, 노동당도 합류한 진보4당 연합도 물망에 올랐지만 아직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새진보연합

  • 기본소득당이 주도하고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이 참여하는 선거연합입니다.
  • 개혁연합신당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가 기본소득당이 당명을 새진보연합으로 바꿔 출범했습니다.
  •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했습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다는 전제로, 민주당과 개혁연합신당 참여 정당들이 비례 후보를 함께 내자는 겁니다. 선거 이후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한편 민주당은 녹색정의당, 진보당, 새진보연합에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제안했습니다. 지역구 후보 단일화를 원칙으로, 야권 의석을 최대한 확보해 윤석열 정권에 대항하자는 겁니다. 이 기획에 응하면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선거에 참여하게 됩니다.

역사로 보는 제3지대 성공조건

지금까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되는 제3정당은 통일국민당, 자유민주연합, 국민의당입니다.

통일국민당: 재벌의 정치사업

  • 1992년 14대 총선에서 31석을 얻었습니다.
  •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창당했습니다. 정주영은 1992년 통일국민당 대선 후보로 나서 16.3%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 하지만 정주영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당은 빠르게 몰락했습니다. 은퇴 사유는 대통령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인한 검찰 수사였습니다.
  • 통일국민당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정주영의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소속 의원들은 그가 가진 가능성만을 보고 모였기 때문에 이념이나 유대감을 공유하지 않았죠. 즉 정주영 없는 통일국민당은 존속 이유가 없었고, 대다수의 의원들은 탈당 후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에 입당했습니다.

자유민주연합: 지역을 쥔 캐스팅보트

  • 1996년 15대 총선에서 50석을 얻었습니다.
  • 민주자유당을 탈당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창당했습니다.
  • 김종필은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 캐스팅보트를 쥐어왔습니다. 3당 합당으로 김영삼 대통령을, DJP 연합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을 당선시켰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는 최초이자 마지막인 연립 정부를 구성했어요.
  • 이러한 영향력은 튼튼한 지역 기반 덕분에 발휘됐습니다. 충청 기반의 자민련이 지역정치 구도를 비호남권(영남+충청)과 호남권으로 재편하며 정계가 크게 바뀌었죠. 그 결과 지역주의는 더욱 강화됐습니다.

국민의당: ‘새정치’에 대한 기대

  •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었습니다.
  • 2012년부터 ‘새정치’를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의원이 창당했습니다.
  • 국민의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삼았습니다. 2016년 호남 지역구 28개 중 23개에서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됐죠. 호남의 젊은 세대가 호남을 ‘잡힌 물고기’ 취급하며 홀대하는 민주당에 불만을 품었기 때문입니다.
  • 모호한 정치적 입장으로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졌고, 내부 분열도 심해졌습니다. 결국 창당 2년 만에 해산하고 보수정당 계열의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이 됐습니다.
  • 2020년 안철수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다시 국민의당을 창당하지만, 2022년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과 합당했습니다.

1990년 3당 합당, 왼쪽부터 차례로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 노태우 대통령,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 ⓒ중앙일보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대선 주자급 인물탄탄한 지역 기반입니다.

특히 중심 인물들의 특성을 통해 제3지대에 걸린 기대의 성격을 분석해볼 수 있는데요.

  • 정주영과 안철수는 정치 입문 전부터 대중적 인기가 높았습니다. 정치 경력의 부재는 기성 정치에 냉소적인 대중들에게 외려 매력으로 작용했어요. ‘그놈이 그놈’인 정치판에 완전히 새로운 판을 깔아줄 참신한 영웅으로서 부상한 겁니다. 정치혐오를 등에 업고 성장한 측면이 있죠.
  • 김종필은 탄탄한 정치 경력과 강력한 지역 기반을 융합시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현 시점에서 지역 기반의 중요성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말 그대로, 지역이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유리한 지지층이란 것이고, 둘째는 꼭 지역이 아니더라도, 확실하게 지목할 수 있는 타겟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조건들은 제3정당이 지속되지 못한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중심 인물이 이탈하자마자 정당 조직이 무너졌죠. 지역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지역 기반도 빠르게 약해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인물과 지역은 제3정당 부상의 조건일진 몰라도 지속의 조건은 되지 못합니다.

제3지대, 어떻게 바라볼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사례들에 비추어 지금의 제3지대를 살펴보면 어떤가요? 개혁신당에는 이준석, 이낙연이라는 인지도 높은 인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지역을 놓고 보면, 합당 전 개혁신당은 대구를 중심으로 당원 모집을 해왔습니다. 새로운미래는 ‘호남을 근거로 영남에 돌진하겠다’고 했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였죠.

제3지대의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새로운 세력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에 걸려 있습니다. ‘새정치’를 한다는 세력이 기성 정치와 똑같아 보인다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겠죠. 또한 정치 구도 개편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합의가 필요합니다. 당장 확실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여기에 나서 줄 안정적인 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면 불확실한 제3지대는 선택지에서 제외될 테니까요.

유권자들은 이미 숱한 실패를 목격했어요. 제3지대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입니다. 제3지대가 기회를 얻으려면 ‘어차피 오래 못 가고 거대양당과 합당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야 합니다. 이제는 부상과 지속의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해야죠.

이에 제3지대 세력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해답은 ‘합리성’과 ‘원칙’입니다. 기존의 이념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를 추구하고, 정치의 원칙에서 벗어난 양당과 달리 공정한 태도를 보여주겠다는 건데요. 중도·무당층을 노린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가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고, 그중 무당층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개혁신당의 연합은 거대양당의 ‘적대의 정치’를 깨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는 “제3지대가 국민들께 새로운 정치를 보여드리는 방법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을 수 있다는 것, 건강하고 상식에 맞는 정당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서 여러 이견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이념 대립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생각의 차이가 좁혀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합리성’, ‘원칙’은 다를 수밖에 없고, 이 지점에서 드러나는 차이는 그야말로 본질적인 차이겠죠. 합당에 등을 돌린 지지층들은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고 여깁니다.

따라서 결과물은 의석 확보 이상이어야 합니다. 개혁신당은 태생적으로 장기적인 정치 개혁에 매달려야 하고, 그 방법을 내부에서 먼저 증명해야죠. 개혁신당의 빅텐트는 연합군이 모인 야영장보다는 거대한 실험실에 가깝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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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정치 탐구

건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바라볼 때 나오는 날카로운 분석을 좋아합니다.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다정함을 글 쓰는 동력으로 삼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애정클에서 애(愛)든 증(憎)이든, 정치를 대할 때면 쉽게 끓어오르는 마음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최근엔 일상을 가꾸고 나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