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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어떻게 만들지?

법안소위가 무엇이길래 입법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걸까요? 국회는 정말 빈둥대고만 있는 걸까요?

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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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발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년 6개월, 빠르면 6개월입니다. 그만큼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까다롭습니다. 절차 자체도 복잡하지만 외부 요인에 의해 발목이 잡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한 건 국회가 일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2021년부터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한 일명 ‘일하는 국회법’이 시행되기도 했죠. 월 3회 이상 법안소위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는데요. 시행 2년간 조항을 지킨 상임위원회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법안소위가 무엇이길래 입법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는 걸까요? 국회는 정말 빈둥대고만 있는 걸까요? 입법 절차를 차근히 살펴보면 답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21대 국회 1호 법안을 제출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읽기 전에! 헷갈리는 의회 용어

회부 안건 심의를 위해 상임위에 보내는 것

부의 회부된 안건의 심의를 마쳐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

상정 부의를 거친 안건을 표결하기 위해 상임위나 본회의에 올리는 것

국회의원 입법

1️⃣법률안 제출

  • 국회의원 10인 이상이 모여 법안을 발의합니다.
  • 입법 예고를 통해 법 심사 전 법안 내용을 미리 알리고 의견을 받습니다. 국민들도 국회 홈페이지에서 입법 예고를 확인하고 의견을 제시해 입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입법 예고 기간은 보통 10일 이상, 새로운 법이거나 개정 내용이 많을 경우엔 15일 이상입니다.

2️⃣국회의장 위원회 회부

  • 국회의장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의안을 보냅니다(회부).

3️⃣상임위원회 상정

  • 법안과 관련된 분야의 상임위 전체회의에 법률안이 안건으로 올라옵니다. 대표 발의자가 입법 이유를 설명하면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사합니다.
  •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상임위 내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구성해 소속 의원들만 법안을 심사하기도 합니다.
  • 대부분의 계류 법안은 법안소위 심사 단계에 남아 있습니다. 발의한 국회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계류 중인 법안은 임기 종료 시 자동 폐기됩니다.
  • 새로 만드는 법이나 개정 내용이 많은 법은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열어 더 많은 의견을 듣기도 합니다.

4️⃣상임위원회 전체회의 의결

  • 법안소위 심사 결과를 전체회의에서 보고하고 의결합니다.
  • 반대 의견이 있을 경우 가결 전 반대 토론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5️⃣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은 법사위 전체 안건으로 상정해 체계자구심사를 받습니다. 관련법과 충돌하지 않는지(체계), 법안에 적힌 문구가 적정하게 쓰였는지(자구) 살펴보는 것입니다.
  • 법사위는 사실상 양원제의 상원 역할을 합니다. 위헌적 법률을 걸러내고 제3자 입장에서 법안을 조정하는 겁니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의도적으로 심사를 미루거나, 법안의 핵심 내용을 수정하는 문제가 발생해 권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6️⃣본회의 심의·의결

  • 모든 국회의원이 참석하는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최종 의결합니다. 이 단계에서도 질의 토론이 가능합니다.
  • 가결을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7️⃣정부 이송 및 공포

  • 가결된 법안은 정부로 이송되고,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공포합니다.

8️⃣대통령 거부권 행사

  • 대통령이 법안에 이의가 있으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 재의 요구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2/3 찬성으로 의결될 경우 가결됩니다.

정부입법

1️⃣입법계획 수립

  • 정부는 정부제출 법률안이 특정시기에 집중되지 않고, 법안이 필요한 시기에 준비되도록 입법계획을 세웁니다.
  •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매년 1월 15일까지 해당 연도의 입법계획을 법제처에 제출해야 합니다. 법제처장은 전체 일정을 조정해 매년 3월 중 국무회의에 보고합니다.

2️⃣법령안 입안

  • 어떤 정책에 관해 입법이 필요하면 정책의 주무부처인 중앙행정기관이 법령안을 입안합니다.

3️⃣관계 기관·당정 협의

  • 법령안과 관련이 있는 관계 기관과의 협의과정을 거칩니다.
  • 국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령의 경우 여당과 당정협의를 합니다. 야당에 협조를 구하기도 합니다.

4️⃣입법예고

  • 국회의원 입법과 같이 입법예고를 거칩니다. 입법예고기간은 통상 40일 이상으로 국회의원 입법보다 깁니다.

6️⃣법제처 심사

  • 법제처에서 법령안의 체계자구와 실질적인 내용을 심사합니다.
  • 규제를 신설 또는 강화하는 내용의 법령일 경우 법제처 심사 전 규제개혁위원회에 규제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7️⃣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

  • 법제처 심사가 완료되면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칩니다. 긴급한 경우 차관회의를 생략하고 바로 국무회의에 상정하여 심의할 수 있습니다.
  • 국무회의의 심의를 마친 법령안은 대통령 명의로 국회에 제출합니다.

8️⃣국회 심의·의결

  •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보고한 후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됩니다. 이후 국회의원 입법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공포를 위해 정부에 이송됩니다.

9️⃣국무회의 상정·공포

  •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되어 오면 법률공포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됩니다.
  •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송되어 온 법령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이송되어 온 후 15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재의 과정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후와 같습니다.
  •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받으면 법안이 공포됩니다.

입법을 제어하는 장치들

법안 통과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함정을 놓을 수 있는 지점이 많죠. 일부러 법안 심사를 지연시킬 수도 있고,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할 수도 있으며, 우세한 한 쪽이 무조건 밀어붙일 수도 있습니다. 작은 단위에서 이뤄진 합의도 최종 단계에 가면 무너질 수 있죠. 우리 법에는 이런 상황들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이 존재합니다.

필리버스터를 다룬 영화 <스미스 씨 워싱턴에 가다>(1939)

필리버스터

  • 국회에서 벌어지는 무제한 토론입니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은 본회의를 끝낼 수 없어 안건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본회의에서 다수결로 법안이 일방 처리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 재적 의원 3분의 1이 서명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진행할 수 있습니다.
  • 회기가 끝났거나, 토론에 참여할 의원이 없거나, 토론 종결 동의가 제출되고 24시간 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한다면 종료됩니다.

패스트트랙

  • 법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될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본회의에 상정되게 하는 제도입니다. 상임위, 법사위에서 법안이 계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 재적 의원 과반수가 서명한 동의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거나, 상임위 소속 위원 과반수 서명 동의서를 해당 상임위원장에게 제출하면 신속처리안건이 됩니다.
  • 신속처리안건이 되면 지정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상임위 심사를 마쳐야 하고,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법사위에 자동으로 회부됩니다. 법사위에서는 90일 이내에 심사를 마쳐야 하며, 역시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본회의에 자동 회부됩니다. 본회의에 회부된 지 60일이 지나면 가장 빠른 본회의 의사일정으로 상정됩니다.
  • 그러나 패스트트랙을 거친 법안도 본회의 상정까지 최대 330일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의안자동상정제

  • 상임위에 의안이 회부된 경우, 의안숙려기간이 지난 뒤에도 상임위에서 상정되지 않으면 30일 뒤 처음 열리는 상임위 일정에 상정하는 제도입니다.
  • 상임위에 상정까지의 기간을 줄이기 위한 장치입니다.

입법, ‘열일’의 기준은?

21대 국회 개원후 3년간의 국회의원 법안 가결률은 4.76%였습니다. 같은 기간 15~20대 국회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법안 발의는 역대 가장 많았습니다. 지난해 7월까지 무려 2만 94건이 발의됐죠.

발의 건수로는 국회의원의 ‘열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내용을 나눠서 발의하거나, 조문의 표현만 바꿔 개정안을 내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실적인 검토 없이 부실한 법안을 내기도 합니다.

국민들의 관심을 받는 사건이 생기면 비슷한 내용을 우르르 발의하는, 일명 ‘레카법’ 문화도 문제입니다. 하나의 법안으로 모아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자신이 해당 이슈에 기여했음을 알리기 위해 각자 중복 발의하는 것이죠.

경실련의 20대 국회의원 입법 실적 평가 ⓒ경실련 홈페이지

의원들이 물량 공세에 나서는 것은 입법 성과를 양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안의 질적인 평가는 기준을 세우기 어렵고 과정도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와 언론은 발의 건수를 토대로 의원들을 평가해왔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활발해지자 의원들의 발의 건수도 함께 늘어났습니다.

그만큼 국회가 검토해야 할 법안도 늘어났습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진 만큼 부실한 법안을 걸러내고 중요한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기가 어려워졌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장치가 입법영향분석 제도입니다.

  • 법안의 예상 효과를 발의 전에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부실 법안을 방지하고 입법 과잉을 막는 효과가 있습니다.
  • 국회입법조사처가 상임위 심사 전까지 입법영향분석서를 제출하고, 이를 참고해 상임위 심사를 시작하는 방식이 얘기되고 있습니다.
  • 쟁점은 도입 범위와 방법입니다. 경제계는 경제적 영향과 규제완화에 무게를 두고, 시민사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포함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현재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올해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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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 정치 탐구

건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바라볼 때 나오는 날카로운 분석을 좋아합니다.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다정함을 글 쓰는 동력으로 삼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애정클에서 애(愛)든 증(憎)이든, 정치를 대할 때면 쉽게 끓어오르는 마음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최근엔 일상을 가꾸고 나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