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og in

특검이 뭐길래

특검 정국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요? 기초부터 탐구해봤습니다.

건조
건조
- 11분 걸림 -

특검은 지난 3년 간 정당정치의 최전선이었습니다. 대장동 특검,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 특검법의 상정과 통과 여부는 모든 국회 본회의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특검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외쳤죠. 이제는 민주당이 이 말을 끌어와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21대 국회의 가장 강력한 창이자 방패였습니다.

특검 정국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요? 기초부터 탐구해봤습니다.

특별검사 제도란?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가 발견됐을 때 독립된 수사 기관을 임시로 꾸려 이들이 수사를 담당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고위 공직자가 수사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최소화해 수사의 중립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특검 운영 방식은 별도 특검상설 특검으로 나뉩니다.

별도특검

  • 개별 사건마다 국회에서 법안을 제정해 수사 범위와 기간, 특검 후보자 추천 방식 등을 정하는 형태입니다. 대부분의 특검이 별도 특검으로 이뤄졌습니다.
  • 여야 합의로 추천된 특검 1명을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합니다.
  • 법안의 세부 내용, 특히 특검 후보 추천을 두고 여야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특검 수사 합의 후에도 특검법 내용 협상, 수사팀 구성에 시간이 걸립니다. 여야 합의부터 특검 수사 개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한달 반 정도입니다.

상설특검

  • 상설특검법에 이미 규정된 방식대로 특검을 진행합니다. 별도 특검보다 절차가 간략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고, 정치적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 특검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는 특검추천위원회가 꾸려집니다. 추천위는 여야 추천 인물 4명,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 회장, 총 7명으로 구성됩니다. 추천위가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합니다.
  • 결국 대통령 입맛에 맞는 인사를 특검으로 지정하게 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특검 수사 기간이 최장 90일이고, 규모도 법정 인원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2014년 도입됐습니다. 이후 상설특검을 거친 특검은 세월호 특검이 유일합니다.

🥊 별도특검의 단골 쟁점

  • 특검 후보 추천권: 후보 추천권은 대한변호사협회,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기관에 부여하는 게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2012년 내곡동 특검법부터 야당이 후보 추천권을 가져가는 사례가 생겼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도 여당의 후보 추천권을 배제 여권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 언론 브리핑: 2016년 최순실 특검법부터 언론 브리핑 조항이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특검으로 불리해지는 세력에서는 특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합니다. 2018년 드루킹 특검, 2022년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에도 적용됐습니다.
  • 수사 범위 해석: 특검법 통과 후에도 수사 범위 해석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어납니다.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과 같은 문구가 대표적입니다. 말 그대로 특검법 안에서 취지가 맞는다면 수사에 포함할 수 있다는 해석과 특정 사건과 관련된, 요건이 맞는 사건만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딪힙니다.

역대 특검 훑어보기

특별검사제도는 1999년 도입돼 지금까지 15번 실시됐습니다.

💡 역대 특검

조폐공사 파업유도(1999년), 신동아그룹 옷 로비 사건(1999년) 이용호 게이트(2001년), 대북송금(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비리(2004년), 철도공사 유전개발(2005년), 삼성 비자금(2008년), 이명박-BBK 의혹(2008년), 스폰서 검사 의혹(2010년), 디도스 공격 의혹(2012년), 이명박 내곡동 사저 의혹(2012년), 최순실 국정농단(2016년), 드루킹 댓글조작(2018년), 세월호 참사(2020년),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2022년)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는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입니다. 박영수 특검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 등 30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특검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세력을 상대해야 하고, 여야의 정쟁에도 영향을 강하게 받기에 실질적인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두 번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 특검에 대해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하지만 국회 재의결을 거쳐 결국 특검이 이뤄졌습니다.
  • 두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입니다. 대통령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특검을 거부한 첫 사례였습니다.

특검을 둘러싼 정치

1️⃣ 검찰 중립성

  • 특검은 수사를 맡아야 할 검찰을 믿을 수 없을 때 실시됩니다.
  • 김건희 특검50억 클럽 특검의 경우, 민주당은 두 사건의 수사 상황을 볼 때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검찰은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중 곽상도 전 의원만을 기소했고, 곽 전 의원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민주당은 검찰이 일부러 부실 수사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 김건희 여사가 수사를 비껴간 것도 마찬가지로 검찰의 의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 검찰 수사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기도 합니다. 진상규명이 아닌 정치적 의도를 위해 특검을 진행한다는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이유로 측근비리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2️⃣ 시간끌기

  • 특검의 생명은 시간입니다. 수사 개시 시점과 수사 기간 모두 중요합니다.
  • 채 상병 특검의 경우 7월이 지나면 통신기록 보존기한이 지납니다. 22대 국회로 특검을 넘기면 증거가 사라져 진상규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공수처장을 급하게 지명한 것도 시간끌기를 위해서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공수처는 현재 채 상병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대장동 특검의 경우, 이 대표가 직접 특검을 제안했음에도 국민의힘 측에서 ‘시간 끌기 수법’이라며 거부했습니다. 특검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증거 인멸이나 수사 방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미 검찰이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3️⃣ 진상규명 VS 정치적 목적

  • 특검 정국에서 늘 언급되는 프레임입니다. 특검 추진에 반대하는 쪽은 정치적 목적으로 사건을 이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특검을 추진하는 쪽은 진실을 밝히려는 것 뿐이라고 대응합니다.
  • 특검 대상이 되면 수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부정적인 여론도 커집니다. 결국 특검 정국은 여야의 강대강 대치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4️⃣ 정치의 사법화

  • 한편 특검으로 넘어가는 사안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정치가 사법화됐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치적 승패가 유죄와 무죄, 합법과 불법으로 갈리면서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국정 의제에 대한 실질적 논의도 어려워진다는 겁니다.
  • 정치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상대를 쓰러트리려 하면 사법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에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법원에 넘어오면서 사법 역시 정치화되는 것입니다.

결국 특검 정국이 말하는 것은 신뢰의 상실입니다. 고위공직자와 검찰에 대한 불신, 특정 세력에 대한 증오가 확산된 결과이자 과정이죠. 하지만 특검의 결과가 상황을 타개해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죄는 벌해져야 합니다. 특검은 그 시작점은 될 수 있지만, 종착지는 아닙니다.

가장 최근에 통과된 특검법인 채 상병 특검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마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검법 통과는 정치적 해법이 작동할 수 있는 마지막 선입니다. 또 다시, 신뢰는 사라지고 증오는 자라나게 될까요?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근본적 정치 탐구

건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바라볼 때 나오는 날카로운 분석을 좋아합니다. 동시에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다정함을 글 쓰는 동력으로 삼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애정클에서 애(愛)든 증(憎)이든, 정치를 대할 때면 쉽게 끓어오르는 마음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최근엔 일상을 가꾸고 나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