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제무대에서도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1일 열린 국제노동기구 ILO 총회에서 양측은 한국 노동 정책을 두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맞섰습니다. ILO가 본 한국 정부의 노조 대응은 과연 어떨까요?

한국 노조 vs 정부 상황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노동절엔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양회동 씨가 경찰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 후 사망했고, 지난주엔 한국노총 간부가 농성 중 경찰 진압으로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 결과 노동계와 정부의 대화 창구마저 닫혔습니다.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 사용자, 정부 대표의 모임에 참여해온 유일한 노동자 단체였습니다. 보수 정권과도 나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윤석열 정부와는 각을 세우는 모습입니다.

국제노동기구 ILO

ILO는 유엔 산하의 노동 문제 전문 기구입니다. ▲국제노동협약 수립 및 이행 감독, ▲양질의 고용 확산을 위한 기술협력 등을 수행합니다. 현재 18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있습니다. ILO 회원국은 국제노동협약을 자율적으로 비준할 수 있습니다. 비준된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했습니다. 핵심협약 8개 중 7개를 비준했는데요. 4개는 2000년 이전에, 나머지 3개는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비준됐습니다.

ILO 총회에는 정부 2명, 노동자·사용자 각 1명으로 구성된 각국 대표단이 참석합니다. 이번 총회는 ‘사회정의 실현하기’를 주제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습니다.

ILO에서 무슨 얘기 오갔지?

⛑️ 노동자 (대표: 민주노총 위원장)

• 분신한 건설노조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 조건을 바꾸려고 했을 뿐이다. 정당한 노조 활동이 범죄로 취급됐다.
• 한국 정부는 노조를 배제한 채 노동시간, 임금체계 관련 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 2021년 비준한 ILO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결사의 자유’ 기본협약과 관련된 노란봉투법은 정부여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 정부, 사용자 (대표: 고용노동부, 한국경영자총연합)

• 노동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 정부는 노사법치주의에 입각해 대응 중이고, 노동계가 노조 탄압이라 말하는 것은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응한 것이다.
• 한국 노동법은 오히려 국제 기준에 뒤처져 있다. 성장을 막는 규제를 풀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 한국 노동계는 국내 사안을 국제 이슈로 만들고 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기업 경쟁력 훼손을 막아야 한다.

🌏 ILO

ILO 질베르 웅보 사무총장은 총회 전 민주노총·한국노총과 사전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양 노총 대표자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대응과 건설노조 압박 상황을 전했습니다. 웅보 사무총장은 이를 듣고 “한국의 노조 탄압이 심각한 상황임을 파악했다”고 말했습니다.

ILO는 화물연대 파업 국면에서부터 정부에 경고를 보냈습니다. 당시 정부가 파업 화물기사들에게 내린 업무개시명령에 대해선 ‘결사의 자유 침해’를 위반했다며 협약 준수를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관련해서는 ILO에 제소가 이뤄져 검토 중입니다. ILO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곧 개시될 관련 협약 감시감독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총회 회의장에선 각국 노동자 대표들이 양회동 씨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 리본을 달고 기립했습니다.

노사법치주의가 뭔데?

이번 ILO 총회를 포함해, 윤석열 정부의 노조 관련 발언이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해온 단어입니다.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핵심 철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노동 문제를 ‘법대로 하겠다’는 관점입니다. 정부는 노사를 가리지 않고 불법에는 엄격하게 대응한다는 점에서 노사법치주의가 공정함을 강조합니다. 불법적 관행으로 이득을 취하는 노동자의 '기득권'을 없애면 ‘진정한 노동 약자’가 보호받을 수 있다고도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처럼 ‘법치’의 기준이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총회에서 노동자 대표는 정부가 사용자 측을 구속하거나 소환한 일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실천하고 있는 노사법치주의는 ‘약자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생활을 유지하려면 법을 지키기 어렵거나,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법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들이대면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을 외면하고,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방치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에디터 건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베팅’ 발언 논란 확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 발언을 두고 한중 갈등이 고조됐습니다. 한국이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불러서 항의) 하자, 중국은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맞초치하며 한중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돌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싱 대사의 발언에 국민들이 불쾌함을 느낀다며 중국 측의 적절한 조치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싱 대사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자리에서 논란의 발언을 꺼냈기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부 외교를 무리해서 비판하려다 중국에 빌미를 준 게 아니냐는 공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민주당 ‘돈봉투’ 논란 /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지난 12일,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습니다. 이에 따라 두 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은 폐기됩니다.

부결 후 윤 의원은 검찰이 정치적인 의도로 부당한 수사를 하고 있으며,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음이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의원은 지난달 민주당을 자진 탈당했습니다.

한국 정부, UN에 ‘비동의 강간죄 반대’

한국 정부가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비동의 강간죄는 상대방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를 범죄로 처벌하기 위한 개념입니다. 해당 유엔 기구는 한국 정부가 형법상 강간의 정의를 동의 여부 중심으로 개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현행법은 폭행, 협박을 강간죄 성립 필수요건으로 규정합니다.

정부의 반대 이유는 비동의 강간죄가 ‘범죄 입증 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하고, ‘여성의 의지와 능력을 폄하할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올해 초 비동의 강간죄 신설을 검토한다고 밝혔다가 번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