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참사? ‘고작 말 한 마디’가 중요한 이유

정치에서는 말 한 마디가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156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태원 압사 사고를 두고 정부는 ‘참사’라는 표현 대신 ‘사고’라고 지칭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희생자’ 대신 ‘사망자’ 또는 ‘사상자’라고 지칭하도록 했다.

이는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중립적인 표현을 쓰려 한 것으로 이해된다. ‘참사’는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라는 뜻으로, 사건이 심각하고 끔찍하다는 평가를 담고 있다. 반면 '사고'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라는 뜻으로, 사건을 우연한 것으로 여기며 그 규모의 중대함에 대한 평가를 담지 않는 표현이다.

사고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을 ‘희생자’ 대신 ‘사망자’‘사상자’라고 지칭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희생’은 외부적 요인으로 불행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뜻으로 목숨을 잃게 한 외부의 요인이 존재함을 드러내는 반면, ‘사망’은 단순히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