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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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통과됐다. 환노위 위원 16명 중 민주당과 정의당 위원 9명이 찬성했고, 법안에 반대한 국민의힘 위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통과 직후 정의당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위해 농성하던 국회 앞 천막을 철거했고, 국민의힘은 통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노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다음 단계인 법사위 심사로 넘어간 상태다.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정기국회 시즌부터 지속적으로 뉴스에 등장했는데, 갑자기 빠른 속도로 입법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알면 좋은 맥락

노동조합법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다. 헌법에 의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로, 근로기준법과 함께 대한민국 노동법의 토대를 이룬다.

노란봉투법

2013년부터 제기돼 온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다른 이름이다. 2013년, 쌍용차 노조가 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메꾸기 위해 회사와 경찰에게 47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이들의 사연이 알려지자 4만 7000원씩을 모금하는 ‘노란봉투 캠페인’이 일어났다. 캠페인을 계기로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과도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받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을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게 됐다.

노란봉투법은 2015년 처음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동조합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다시 관심을 끌었다. 정의당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7대 입법 중점추진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번에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그간 발의된 다양한 개정안을 종합한 안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동조합법 2조
  • 사용자의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노동쟁의의 정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것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것으로 개정했다. 노사 간 분쟁에는 권리분쟁(확정된 권리에 관한 해석•적용•준수를 둘러싼 분쟁)과 이익분쟁(권리의 형성•유지•변경을 둘러싼 분쟁)이 있는데, 기존 조항은 이익분쟁만을 노동쟁의로 봤다. 수정한 조항은 노동쟁의의 범위를 권리분쟁까지로 확대한다.


노동조합법 3조
  • 노동조합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사용자가 배상 금액의 청구 비율을 임의로 결정할 수 없게 했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누가 찬성하고 반대하지?

찬성

  • 노동계: 환노위 통과를 환영했지만 노동계가 제안한 안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을 비판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자에 대한 정의 확대, 기업의 손해배상청구 제한을 요구했지만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 야당(민주당, 정의당):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청구를 막기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에서 60일 이상 처리되지 않은 안건은 담당 위원회 위원 5분의 3 이상의 요구로 본회의 직회부가 이뤄질 수 있다. 환노위는 위원 16명 중 10명이 민주당 또는 정의당 소속이기 때문에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반대

  • 사용자 단체: 이전부터 ‘노란봉투법’에 반대해 왔고, 법안이 환노위를 통과하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노사 갈등이 급증하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축소되며 기업의 재산권이 침해당할 거라 주장한다. ‘불법파업 조장법’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 정부, 여당: 사용자 단체와 유사한 입장이다. ’건폭날개법’, ‘경영완박법’, ‘기업파괴법’이라는 표현으로 개정안을 비판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법안이 헌법과 배치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본회의 직회부가 실현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왜 갑자기 진도가 나간 거지?

민주당은 지금까지 노란봉투법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다보니 최근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이는 것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당과 협력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정의당은 꾸준히 노란봉투법을 주장해왔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관련 특검 법안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하고자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의원 18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현재 169석을 차지하고 있어 정의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한편 정부여당도 노란봉투법 반대에 의미를 두고 있다. 최근 정부는 노조의 회계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거나, 산업별 노조가 하부조직의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규약이 위법이라며 시정명령을 추진하는 등 노조를 압박하는 행보를 이어 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설 현장 노동조합을 조폭에 빗대며 ‘건폭’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판하기도 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공격도 노조를 배척하는 맥락에서 나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를 탄압해 노조를 부정적으로 보는 세력을 끌어와 지지율을 올리려 한다는 해석이다.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정부를 긍정 평가하는 이유 1위가 ‘노조 대응’으로 나오기도 했다.

에디터 나무🌳


이번 주 정치,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법원, 동성부부 건보 피부양자 인정
21일 서울고등법원이 동성부부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1심은 “혼인은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라며 패소를 판결했지만, 2심에서 “이성관계 사실혼 배우자만 피부양자 자격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판결이 뒤집혔다.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소수자의 권리 보호는 법원의 가장 큰 책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소송을 제기한 부부는 이번 판결로 “혼인으로 얻어낼 수 있는 천 가지 권리 중 하나”를 얻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고 밝혔다.

이재명 체포동의 요구서 국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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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소아 의료체계 개선해!”
윤석열 대통령이 소아진료 필수의료 정책간담회에 참석했다. 1) 중증 소아 의료체계 확충 2) 야간·휴일 등 소아진료 사각지대 해소 3) 적정보상 등을 통한 소아 의료인력 확보가 개선 대책으로 논의됐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24시간 소아전문 상담센터 시범사을 실시한다. 야간·휴일에 외래진료를 하는 ‘달빛 어린이병원’에 대한 보상도 늘리기로 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은 지난해 말부터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국 대학병원 50곳 가운데 38곳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