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도 복지 예산, 팍팍해질까?

지난주, 정부예산과 관련해 중요한 지침이 국무회의에서 나왔습니다. 바로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입니다.

예산이 어떻게 짜이는지는 모든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돈, 즉 예산이 필요합니다. 이번 지침은 내년도 나라 살림의 큰 틀을 짭니다. 지침의 방향에 따라 우리의 일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지침은 우리 삶과 특히 밀접한 복지 예산안 편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기조는 건전재정입니다. 건전재정이란 쉽게 말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내가 이용하는 복지 제도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부는 보조금 부정수급, 복지사업의 도덕적 해이 등 재정 누수요인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부정수급·부당사용이 발생한 국고보조사업에 페널티를 부여하고, 사회보장급여의 과다·반복수급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렇게 아낀 돈으로 ‘약자복지’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복지는 포퓰리즘적 정치복지"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진정으로 약자를 위한 복지는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 맞춤형 복지라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내년도 현금성 지원사업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화폐사업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정부는 건전재정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돈 쓰는 곳을 줄여 세금을 더 알뜰히 쓰겠다는 겁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추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인 2023년도 예산안을 짤 때도 재정정책을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확장재정이란 정부의 지출을 늘리는 것으로, 지난 정부의 정책 기조였습니다.

각 부처는 이번 지침에 따라 5월 31일까지 예산요구안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를 기획재정부가 검토해 정부예산안을 편성하고, 9월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합니다.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됩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2년째 건전재정과 약자복지를 강조하지만, 감세 때문에 둘 다 놓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 또한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세수가 줄어들면 건전재정을 이루기 힘들다는 겁니다.

또한 갈수록 치솟는 물가에 사회안전망이 절실함에도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게 맞는지 비판이 나옵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복지 규모가 작은 한국은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식비 걱정인 대학생이라면 주목!

‘천원의 아침밥’

✔ 대학생들을 위한 ‘천원의 아침밥’사업 지원이 2배 이상 확대됩니다. 학생이 한끼 천원을 내면 정부가 학교에 천원을 지원하고, 나머지 금액은 학교가 부담하는 사업입니다. 현재 41개의 참여대학이 선정됐고, 다음달 중 신규 참여 대학을 모집합니다.

✔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53%가 시간과 비용 문제로 아침 식사를 거릅니다. 최근 물가가 크게 상승하며 식비 부담이 더욱 커지기도 했죠.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을 격려하기 위해 사업 확대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 사업 추진 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입니다. ‘천원의 아침밥’은 농민들을 위한 정책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1인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민의 대다수는 여전히 쌀을 재배합니다. 남는 쌀이 늘어나며 쌀값이 하락하자 농민 소득도 불안해졌는데요. ‘천원의 아침밥’ 사업엔 청년층의 쌀 소비를 늘려 쌀 수급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키오스크가 불편하다면 주목!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안

✔ 내년 1월 말부터 키오스크에 점자 블록과 음성안내가 제공됩니다. 휠체어가 접근 가능하도록 공간도 개선되고 보조 기기가 설치됩니다. 대부분의 키오스크는 서서 화면을 보고 터치해야 사용할 수 있어 장애인들이 활용하기 어려웠습니다. 법안에 따라 개선된 키오스크는 역시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에서 작성했고,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2021년 6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되며 키오스크 운영 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무가 추가됐는데, 그에 따른 조치를 마련한 겁니다.

✔ 공공기관부터 우선 적용되고, 3단계에 걸쳐 민간 기관까지 점차 확대할 계획입니다. 법안 시행일 이전부터 설치된 키오스크는 2026년까지 개선돼야 합니다.

<다음 소희>를 막고 싶다면 주목!

현장실습생 괴롭힘 금지법

✔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보호를 강화하는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발의 후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계류돼있던 법안인데요. 콜센터 현장실습생의 사망을 다룬 영화 <다음 소희>가 개봉한 뒤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 개정안은 현장실습생에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조항을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강제근로 금지, 폭행 금지, 중간착취 배제, 괴롭힘 금지 등의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더불어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직업교육훈련기관의 장 또는 직업교육훈련교원은 현장실습산업체의 장에게 조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인 간접고용을 금지해야 실습생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2022년 정의당 이은주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습니다. 통과된 개정안은 이를 통합해 교육위원회가 만든 대안입니다. 지난달 소위에서도 법안 순번이 뒤에 있어 논의되지 못하고 소위가 끝날 뻔 했는데,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의 제안으로 순번이 당겨졌습니다.

한밤중 약국에 못 가서 곤란했다면 주목!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 현재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공공심야약국의 지정 및 예산 지원에 대해 법률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공공심야약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에서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로써 휴일, 심야시간대 약사 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제공됩니다.

✔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약국 운영 시간에 맞추지 못해 약사의 도움 없이 의약품을 구매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인데요. 기획재정부는 반대했습니다. 민간기관인 약국에 법안을 통해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판매 중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전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 지자체가 조례로 공공심야약국을 이미 운영 중이므로, 시범사업 종료 후 평가를 거친 뒤 법안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반면 여야는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도읍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춘숙 의원이 각각 공공심야약국 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민주당은 최우선 중점 처리 법안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