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앞에서 윤석열이 버티는 이유

레터를 받아보신 지금,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진행 중입니다.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 대통령이 끝까지 저항하며 그 과정이 더욱 복잡해졌어요. 현재까지의 상황을 정리해봤습니다.

2일 오후 윤석열 지지자들이 윤석열 피의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스크럼을 짜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내란 사태 수습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죄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이 두 가지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두 절차를 모두 거부하고 있습니다.

내란죄 수사

  • 공조수사본부(공조본: 공수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내란죄 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게 출석을 3번이나 통보했습니다. 윤석열은 세 차례 모두 출석하지 않았어요.
  • 통상 피의자가 출석 요구에 3번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집행합니다. 법원은 지난 31일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오늘 집행이 시작됐어요.
  • 체포영장은 발부 후 7일 내 집행되어야 하고, 공수처는 체포 시점에서 48시간 내에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해야 합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석방됩니다. 따라서 체포 후 철저한 조사를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합니다.
  • 윤석열 측은 체포영장이 불법이라며 관련해 헌재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어요.
  • 법원은 이번 영장에 형소법 110조, 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군사보안시설(대통령 관저)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 압수, 수색할 수 없다는 조항인데요. 윤석열은 이 조항을 들어 체포 자체에 반대해왔어요.
  • 윤석열 측과 국민의힘은 110조, 111조 적용 예외가 불법이라며 영장 발부 무효를 주장합니다.

탄핵심판

  • 윤석열은 탄핵심판 서류 수취도 일주일 넘게 거부해왔어요.
  • 이에 헌재는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탄핵심판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소송 서류를 거부하면 서류가 송달된 곳에 도착했을 때 송달이 이뤄졌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 윤석열은 탄핵심판이 내란죄 수사보다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내란죄 수사를 미뤘는데, 탄핵심판 절차에도 협조하지 않으며 수사를 지연시켰습니다.
  • 한덕수 총리의 헌재 재판관 임명 거부도 탄핵심판을 지연시켰어요. 그러나 지난주 한 총리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새로운 권한대행이 되며 재판관 2명이 임명됐죠.
  • 헌재는 오는 6일 8인 체제로 첫 회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 명이 더 임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8인 체제는 탄핵심판 진행에 무리가 없습니다.
  • 헌재 8인 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00일 정도입니다. 재판관 2명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따라서 헌재도 서둘러 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보여요.
  • 그러므로 윤석열과 탄핵 반대 세력은 100일간 헌재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오늘 체포 현장 어때?

⏰ 타임라인

  • 6시: 공수처 과천 청사 출발. 공조본 인력 150명 투입
  • 7시: 공수처 관저 앞 도착. 윤석열 지지자 추가 집결. 경찰 기동대 추가 투입 및 차벽 형성. 관저 앞에 대통령 경호처가 세워둔 미니버스로 인해 진입 막힘
  • 8시: 공수처 대통령 경비초소 통과해 관저 진입. (1차 저지선)
  • 9시: 공수처와 관저 내 군부대 대치. 해당 부대는 관저 경비를 맡는 육군 수방사 55경비단으로, 지휘통제 권한이 군이 아닌 경호처에 있음. 윤석열 측에서 “불법 영장집행에 법적조치 하겠다”고 발표.
  • 10시: 공수처 군부대 뚫고 경호처와 대치. 경호처장에게 체포영장 제시했지만 경호처장 수색 불허. (2차 저지선)
  • 11시: 공수처 검사와 경호처 차장 협상 결렬.

현재도 공수처와 경호처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어요. 윤석열 지지자와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호처는 대통령 경호법에 따라 영장 집행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박종준 경호처장은 경찰 출신입니다. 박근혜 정부 경호처 차장으로 일할 때 이번 계엄을 기획했다는 노상원과 함께 근무했어요. 지난 9월부터 윤석열 정부 처장을 맡았는데요. 직전 경호처장은 계엄을 주도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입니다. 19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을 받았으나 낙선했습니다.
  • 영장을 강제 집행하려면 경호처와 시위대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할 수도 있지만, 공수처에서 신중하게 접근 중입니다. 현직 대통령 체포는 처음인 만큼 절차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에요.
  •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내란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지지자를 방패 삼는 대통령

현재 보수 세력의 가장 급한 과제는 극우 지지층의 결집입니다. 헌재의 탄핵 인용 여부와 관계없이 탄핵 절차에 미심쩍은 구석이 있으며, 계엄은 정당했다고 믿는 이들이 똘똘 뭉쳐야만 괴멸을 피할 수 있습니다.

내란에 발을 걸치고 있는 이들에게는 한번이라도 더 자리를 보장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차기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영남 지역정당’ 수준으로 쪼그라들어도 상관없습니다.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 ‘보수 쇄신’을 외치는 것은 중도 보수의 마음을 얻는 길입니다. 어렵고 불확실한 방법이죠. 하지만 극우 세력의 마음을 얻기는 쉽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말을 반복하기만 하면 되고 효과도 확실합니다.

수사를 거부하고 탄핵심판을 미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만큼 법적 근거가 명확합니다. 따라서 현재 윤석열과 보수세력, 그리고 일부 보수 언론의 목적은 탄핵과 내란죄 처벌을 막는 것이 아니라, 보수가 당장 내일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혼란을 틈타 절차에 흠을 내고, 시민들을 지치게 만들며, 지지층의 마음에 불신과 증오를 심는 것이죠.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버는 것은 덤입니다. 체포 현장의 대치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