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온 트럼프, 다가올 미래는?

트럼프가 4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막판 뒤집기도 아닌, 압도적 승리로 당선됐어요. 이전보다 더 위험한 공약들에 전세계가 긴장 상태인데요.

누군가는 환호하지만, 미국의 여성, 소수자, 이민자들은 일상의 위협을 토로하고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는 더 많은 죽음이 예고됐습니다.

트럼프는 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는지, 세계는 어떻게 달라질지 정리해봤습니다.

누가 트럼프를 뽑았나

대선 출구 조사 결과는 이렇습니다.

• 여성보다 남성의 트럼프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여성 44%, 남성 54%)
• 백인 유권자의 55%가 트럼프를 지지했습니다. 백인 여성의 경우에도 절반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했어요.
• 유색인종 중에선 흑인의 13%, 히스패닉/라티노의 46%, 아시안의 39%가 트럼프를 지지했어요. 특히 라티노 남성의 지지율이 높았어요.(55%)
• 대졸 이상보다 대졸 미만의 트럼프 지지율이 높았습니다.(대졸 이상 42%, 대졸 미만 56%) 특히 대졸 미만 백인의 지지율이 높았어요.(65%)
• 소득이 10만 달러 이상이면 해리스, 10만 달러 미만이면 트럼프 지지율이 높았습니다. 유권자의 60%가 후자에 해당합니다. (10만 미만 50% 10만 이상 46%)

투표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경제를 꼽은 사람들의 80%가 트럼프를 뽑았습니다.

여러 정체성이 교차하며 투표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이어도 백인이라면, 라티노여도 남성이라면 트럼프를 뽑았고 대졸 미만이어도 비백인이라면 해리스를 뽑았어요.

왜 트럼프가 이긴 걸까?

✅ 문제는 경제다?

• 바이든 정부에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실제 경제 지표는 나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직후였기에 국민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했어요.
• 트럼프는 이를 선거 전략에 활용했습니다. 해리스가 경제를 잘 모른다고 공격했어요. 해리스의 경제정책은 바이든의 정책을 계승하는 성격이 강했기에 매력이 부족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 대선보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유권자의 격차는 커졌습니다. 인플레이션의 효과로 해석돼요.

✅ 문제는 정체성이다?

• 유권자를 분류했을 때 성향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기준은 젠더와 인종입니다.
• 여성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에는 낙태권 문제가 중요했지만, 판을 움직일 정도로 해당 이슈가 영향력을 발휘하진 못했습니다.
• 공화당은 젊은 남성 유권자, 특히 저학력 남성을 상대로 적극적인 캠페인을 펼쳤어요. 그 결과 흑인과 라티노 남성의 트럼프 지지가 늘어났어요. 경제적, 사회적 입지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피로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이에 백인 여성 지지를 확보하는 게 해리스의 과제란 얘기가 많았는데요. 조사에 따르면 백인 여성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은 것은 성차별, 낙태권 보호가 아닌 경제였습니다.
• 학력 역시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지난 대선과 비교했을 때 민주당은 더 많은 대졸 백인의 지지를 확보했고, 공화당은 대졸 미만 유색인종의 지지를 늘렸어요. 민주당의 엘리트 정당 이미지가 강화된 것입니다.

결국 계급과 정체성 문제가 얽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백인 노동계급 남성, 백인 여성, 유색인종 노동계급 남성)이 사실 트럼프의 정책으로 피해를 본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가자 전쟁으로 인한 민주당 지지층의 분열, 해리스의 뒤늦은 등판 등이 원인으로 제기됐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미국 국내 이슈

• 경제적으로는 대규모 감세와 관세 인상이 예고됐어요. 트럼프는 보편 관세를 부과해 수입품 관세를 최소 10% 더 올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관세와 감세 모두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복원을 목표로 한 공약인데, 트럼프 집권 1기에도 같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효과는 미미했어요.
• 낙태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했기 때문에, 개별 주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어요. 트럼프는 전국에 적용되는 낙태 금지법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낙관하기는 이릅니다.
• 소수자에 대한 탄압이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경찰권 강화와 불법 체류자 강제 추방, 성소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한 등이 공약에 포함됐어요.
• 기후위기 규제가 완화됩니다. 트럼프는 ESG 규제를 줄이고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지원 사업(IRA)을 뒤집겠다고 약속했어요. 화석 연료 생산도 더 늘릴 계획이에요.
• 민주당과 공화당 내 반 트럼프파에 대한 정치보복이 예상됩니다. 주요 관료들을 대거 교체하고,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조사와 지역 선거 관리자를 기소한다는 계획이 이미 나와있습니다.

✅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큰소리쳤어요.
• 구체적인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에게는 평화 협상에 들어가야 지원을 하고, 러시아에는 협상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리겠다는 식으로 양쪽 모두를 압박하는 안이 유력해 보여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당분간 인정하고, 현 전선에서 마무리하는 방향입니다.
• 가자 전쟁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상황이 더 어려워집니다. 트럼프는 집권 1기부터 줄곧 이스라엘을 옹호해왔습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을 제일 먼저 환영했어요.
•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며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외면했지만 최소한 휴전과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를 요구해왔는데요. 트럼프는 이마저도 그만둘 것으로 예상돼요. 다만 이스라엘에 대한 적극적 지원보다는 무관심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어느 쪽이든 가자에서는 학살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한국에 미치는 영향

• 가장 이슈가 되는 건 방위비 분담입니다. 트럼프는 한국은 ‘머니 머신’이라며 분담금을 더 내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어요.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약 1조 3천억원을 분담금으로 내고 있는데, 트럼프는 연간 13조원은 내야 한다고 말했어요. 지난 10월 내년 분담금 협정이 타결됐는데, 트럼프가 취임 후 재협상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원/달러 환율은 폭등했어요. 7개월만에 1400원을 넘었는데요.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킬 확률이 높아서 금리 인하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높아지면 한국의 물가 상승 압력은 커져요.
• 한국은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인상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요. 트럼프 당선 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1.1%p 내려갈 수 있다는 계산도 나와요.
• 바이든의 IRA가 백지화되면 해당 사업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도 손해를 봅니다. 현대차, 기아 등의 자동차 기업 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는 삼성과 LG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요.
• 화석 연료 생산이 늘면 연료를 이송할 배의 수요가 높아집니다. 이에 트럼프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이에 조선업에는 청신호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 구독자 의견

• 트럼프 재선과 파시즘에 대한 경계라는 큰 취지에는 동감합니다만, 미국 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전세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가 침략당했다는 비유는 매우 부적절합니다. 그 민주주의를 이용한 미국의 제국주의가 팔레스타인, 레바논, 그리고 중동의 다른 나라들을 폭격하고 미국 안의 아랍 아메리칸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주의 혐오범죄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이요. 식민주의, 침략, 탈식민주의는 모두 메타포가 아닙니다. 이번 애정클의 글은 미국 대선을 논하는 데 있어 파시즘에만 집중하고 미국 국가 자체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제국주의에 활용하는지까지는 묻지 못한다는 한계를 너무 명확히 보여주어서 매우 실망스럽네요. (j 님)
• "대통령이 거짓말과 반사회적 행동을 일삼는다면, 곧 그러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동료 정치인, 나아가 유권자와 시민 모두를 감염시킵니다. 그동안 반사회적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정상화됩니다“ 이 부분은 기시감이 드네요. 작금의 우리 상황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요. 대안적 진실(alternative facts)에서 대안을 다른 단어로 대체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트럼프 사안에 대해서는요. 대안하면 긍정적 혹은 중립적인 느낌이 드는데 트럼프는 입만 열면 거짓말인데 말입니다. (춘춘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