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나뉜 광복절과 뉴라이트

제79주년 광복절, 사상 최초로 두 개의 경축식이 진행됐어요.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 단체 주최의 경축식이 각기 다른 곳에서 열렸습니다.

배경엔 새로운 독립기념관장 임명이 있습니다. 뉴라이트 논란이 있는 인물을 뽑은 것에 대해 독립운동 단체의 항의가 있었죠.

지난해 광복절도 순탄하진 않았어요. 대통령의 경축사 내용을 두고 논란이 있었죠. 하지만 올해의 갈등은 그보다도 심각합니다. 보수와 진보가 손잡고 독립을 축하하던 광복절은 어디로 간 걸까요? 윤석열 정부의 역사 인식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뉴라이트

뉴라이트란 200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개혁 보수 세력을 말합니다.

처음에는 반공보다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보수 이념을 개혁하자는 움직임이었는데요. 갈수록 보수의 과거를 재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게 됩니다. 한국의 역사 인식이 좌편향되어 있으므로 보수의 관점에서 역사를 다시 봐야 한다는 거예요. 그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뉴라이트의 역사관

• 건국절 제정: 대한민국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이 아닌 1948년 8월 15일 남한 단독 정부 수립으로 건국됐다. 따라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해야 한다.
• 식민지 근대화론: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한국 경제 발전의 기반이 되었다.
• 1948년 정부 수립 전까지 한국에 살던 이들의 국적은 일본이다.
• 위안부나 징용은 자발적이었다.
•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독재는 필요한 측면이 있었다.

뉴라이트 세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주요직에 진출했고, 이때부터 역사 교육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2015년 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독립기념관장이 뉴라이트라고?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뉴라이트라는 근거는 이렇습니다.

• 광복절 부정: 지난해 한 보수단체에서 열린 강연에 참석해 “1945년 8월 15일이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면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라고 발언
• 친일 세력 옹호: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이분법적으로 봐선 안된다고 주장
• 친일인명사전 수정: 관장으로 취임 후 첫 업무로 친일인명사전에 억울하게 등재된 사람들의 명예 회복을 강조
• 일제시대 우리나라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주장
  

독립운동가 후손 단체인 광복회는 김형석 관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취임 전부터 항의해왔습니다. 하지만 김형석 관장은 사퇴를 거부하며 자신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반박했어요.

• 건국절 제정에 반대하며, 광복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본의 식민 지배를 옹호하지 않았다.
• 일제시대 한국인의 국적이 일본이었기에 독립운동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형석 관장은 뉴라이트 논란이 일종의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어요. 정부여당의 입장도 이와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사이비 지식인의 가짜뉴스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비판 세력을 저격했어요.

한편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뉴라이트 논란이 과도하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논란이 있는 인물을 굳이 임명할 필요는 없었다고 우려를 표했어요.

왜 윤석열 정권은 뉴라이트를 내세울까?

대부분의 정권에서 광복절 경축식은 일본의 역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자리였습니다. 독립운동은 인정하고 친일은 비판한다는 게 보수와 진보의 합의였기에, 양당이 모두 참석해 통합을 논하는 곳이기도 했죠.

하지만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갈등을 심화시키는 발언을 이어왔습니다.

• 지난해에는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었고, 반공을 강조했습니다.
• 올해는 독립운동의 역사와 평가는 생략하고 상대 세력에 대한 비판과 대북 정책을 강조했습니다. 독립기념관장 논란에 대한 언급도 없었어요.

광복절 경축사 외에도 대통령의 역사관을 생각하게 하는 행보는 많았습니다.

• 국내 3대 역사 기관(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기관장이 모두 뉴라이트 성향 인사로 교체됐어요.
• 강제 징용의 역사가 있는 일본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을 막지 않았어요.
•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식민지배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주장을 펼쳤어요.
• 이외에도 홍범도 흉상 철거,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등이 역사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역사관과 외교 정책이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뉴라이트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두고 이런 해석이 나옵니다.

• 미국과 일본의 행보를 합리화해야 기득권에게 이득을 주는 경제 체제를 정당화할 수 있다.
• 윤석열 대통령에게 1960년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받은 ‘일본은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 중국과 북한에게서 등을 돌리기 위해 일본과의 확실한 관계를 선호한다.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확실한 해명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편 보수정당 내에도 정부의 외교 정책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번 경축사를 두고도 비판이 나왔어요.

• 국민의힘 안철수, 김종혁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경축사에 일본의 반성 촉구가 없었음을 비판했어요. 경축사에서 발표한 통일 정책도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는 경축사가 부끄러웠다고 말했어요. 북한과의 통일보다 한국 내의 통일을 더 얘기해야 하는데,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축사였다고 꼬집었습니다.
•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는 야당과 광복회가 정부 경축식에 불참한 것이 유감이라고만 언급했어요. 김형석 관장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