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수능 출제 성적표

올해 수능 성적표가 지난 8일 발표됐습니다. 6월부터 ‘킬러문항’ 논란으로 뜨거웠던 올해 수능은 과연 어땠을까요?

‘킬러문항’을 빼면 물수능이 될 거라는 우려와 다르게, 올해 수능은 국영수 전 과목이 어려운 역대급 불수능이라고 합니다. 특히 국어에선 이전에 볼 수 없던 까다로운 유형의 문제들이 출제돼 역대 수능 중 만점자가 두 번째로 적었습니다.

킬러문항을 없애서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풀 수 있는 수능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이뤄진 걸까요? 윤석열 정부의 수능 출제 성적표는 과연 몇 점일까요?

‘킬러 문항’ 논란

• 지난 6월 모의평가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를 수능에서 뺄 것을 지시했습니다. 정부는 소위 초고난도 ‘킬러 문항’이 사교육의 주범이며,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교육 카르텔’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교육부는 대통령의 지시대로 킬러 문항을 폐지한 ‘공정한 수능’을 만들겠다며 사과했습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평가원장이 사임했고,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은 경질됐습니다.
• 수능을 5개월 앞두고 수험생들 사이에선 출제 방향을 둘러싼 혼란이 생겼습니다. 정부는 변별력 있는 수능을 출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쉬운 수능’ 예고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킬러 문항의 기준과 사교육 감소 효과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킬러 문항 정말 빠진 거야?

킬러 문항 배제 여부를 두고는 교육부와 현장 사이 의견이 갈립니다.

🙆 킬러 문항 빠지고 준킬러 문항 늘었다

• 교육부와 평가원은 이번 수능 출제에서 킬러 문항을 빼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입장입니다.
• 수능 출제 전 현직 교사 17명으로 구성된 ‘공정수능 자문위원회’에서 조언을 받았습니다. 출제 기간에는 교사 25명의 ‘공정수능 출제점검위원회’가 출제·검토위원과 함께 합숙하면서 킬러 문항 여부를 판별했고요.
• 이번 수능에선 킬러 문항(정답률 10% 이하) 한두 개가 빠지는 대신 준킬러 문항(정답률 30-40%)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쉬운 수능으로 입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수험생들이 어려워할 만한 요소를 다양하게 추가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그 결과 출제 경향이 이전의 모의평가들과도 달라졌습니다. 과거 국어 킬러 문항은 주로 한 페이지에 달하는 긴 독서 지문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지 측정했습니다. 이번 수능은 지문 길이를 줄이는 대신 선지들이 알쏭달쏭해 보이는 ‘매력적인 오답’을 여러 개 넣었다고 합니다.
  

➕ 사교육도 줄어들 거야👍

• 교육부는 출제 경향의 변화로 킬러 문항 풀이 기술을 가르치는 사교육이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기보단 사고력, 추론 등 전반적인 실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업 본연에 집중하게 될 거라는 겁니다.
• EBS 강사들도 향후 EBS와 학교 수업만 충실히 학습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EBS 국어 강사인 윤혜정 교사, 수학 강사인 심주석 교사는 이번 수능이 특별한 전문 지식이나 복잡한 계산량 없이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학습 시그널을 준다고 평했습니다.

🙅 킬러 문항 안 빠졌다

•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 킬러문항이 없어졌느냐’는 물음에 중·고등 교사 4천여명 중 75.5%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은 수학 영역에서 6문제를 킬러 문항으로 지적했습니다.
  

➕ 사교육 오히려 늘어날 걸👎

• 준킬러 문항의 ‘매력적인 오답’에 ‘빠지지 않으려면 문제풀이 훈련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이리저리 꼬인 문제를 무수히 풀게 하는 학원이 성행하게 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이번 수능에서 전 영역 만점자와 표준점수 최고점자는 모두 킬러 문항 훈련으로 유명한 입시학원 수강생이었습니다. 해당 학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목한 ‘사교육 카르텔’의 대표 사례로, 지난 10월 경찰에 압수수색까지 당했습니다. 수능이 끝나자 해당 학원의 수강 경쟁이 오히려 치열해졌다는 말이 들립니다.
• 당초 킬러 문항 배제의 목적은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 완화였는데, 갑작스레 바뀐 수능 출제 방식에 당황한 수험생들은 되려 사교육 시장을 향하고 있습니다. 입시 자료를 불법 공유하는 ‘피뎁방’(PDF방) 역시 참여자가 급증했습니다.
  

내년 수능은 또 어떻게 될까?

✅ 일관적인 정책이 필요해

• 교육 당국이 변별력 확보에 과도하게 치중한 탓에 시험의 ‘예측 가능성’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일관된 수능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릅니다.
•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6월 모의평가를 치르고 난 직후 정해지면서 올해 수능은 그 어느 해보다 출제 경향 예측이 어려웠습니다. 수험생들은 모의평가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준킬러 문항들을 수능 실전에서야 접하게 됐습니다.
• 수능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수험생들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사교육에 의존하게 됩니다.
  

✅ 문제는 킬러 문항이 아니야

• 사교육을 줄이려면 킬러 문항 몇 개를 없애는 게 아니라, 수능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수능이 제한된 시간 내에 고난도 문항을 풀 수 있도록 여러 번 훈련해야 유리한 시험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입니다.
• 수능의 당초 기획은 반복 훈련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능은 암기 위주의 학력고사에서 벗어나고자 1994년 도입됐습니다. 당시 수능 창시자는 통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일종의 예비고사를 의도했습니다.
• 그런데 막상 대학들이 수능 점수로 학생들의 줄을 세우자, 수능에 대비한 학원식 문제풀이가 주목받았습니다. 출제 기조도 점차 교과목 지식 중심으로 변화했습니다.
• 현행 상대평가 체제의 수능에선 1점이라도 높이기 위한 사교육 참여 대열을 없애기 힘듭니다.
• 내년 2월이면 2028년 대입 개편안이 확정됩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25년부터 전국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게 수능과 학교 내신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교육부는 현행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대신, 사회·과학탐구 영역까지 선택과목을 전부 폐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점수를 고려한 선택과목 쏠림 현상을 없애고 교과 영역 전반에 대한 통합적 사고를 함양하겠다는 겁니다.
• 그러나 새로 도입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또 다른 ’사교육 카르텔’을 만들 거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혼돈의 국민의힘

•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장 의원은 부산의 3선 의원으로, 친윤 세력의 실세로 꼽힙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런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다들 당황하는 분위기입니다. 장 의원은 지난달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친윤 세력 험지 출마 권고도 거부했었습니다.
•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도 사퇴했습니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바로 다음 날이었는데요. 지난 11일 대통령실이 김 대표에게 대표직을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를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김 대표는 반대로 대표직을 포기하고 출마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내에서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사퇴를 수용했습니다.
• 혁신위는 종료됐지만, 핵심 친윤 세력이던 김기현 대표, 장제원 의원이 물러나며 결국 혁신위가 요구한 친윤 희생이 실현되는 그림이 됐습니다. 당분간 국민의힘은 권한대행 체제를 거치다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할 전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네덜란드 순방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네덜란드 순방에 나섰습니다. 반도체 동맹과 외교 안보 관계 강화가 주된 목적이라고 합니다.
• 취임 후 16번째 해외 방문입니다. 같은 기간 전 대통령들의 해외 방문 횟수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지만, 장거리 순방이 많고 성과가 낮아 더 많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후 윤 대통령은 부산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어 재벌 총수들과 함께 시장 떡볶이를 먹는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해외 순방 때도 그렇고 재벌 동원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쇄도했는데, 이번 순방에서도 반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신당 러시

• 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새해에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당을 준비하고 있는 제3지대 세력과 연대할 의지도 분명히 했습니다.
• 신당 러시의 중심에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낙연 전 총리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 민주당 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은 17일 신당 ‘새로운선택’ 창당대회를 열 예정입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세번째권력’이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두 세력은 첫 공 정책 의제로 남녀 병역 평등과 남성 육아휴직을 내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