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 케이블카가 향하는 곳은

지난 20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착공식이 있었습니다. 사업 추진을 주도해온 양양군은 "41년간의 숙원을 풀었다"고 말했지만, 환경단체에서는 "국립공원 최악의 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양양군에서는 오랫동안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려 시도해왔지만, 여러 차례 무산됐습니다. 설악산의 자연 보전이 개발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습니다. 불과 1년 만에 사업 승인의 최종 관문 격인 환경영향평가 협의 통과부터 착공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건데요.

그동안 케이블카 사업에 제기돼온 우려는 충분히 해소된 것일까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왜 이렇게 급하게 ‘첫 삽’을 뜨게 된 걸까요?

국립공원이란?

• 국립공원은 자연 생태계와 환경, 문화·역사 유산의 보전을 목적으로 지정돼 보호 및 관리되는 지역입니다.
• 국립공원 관리의 주체는 환경부입니다. 환경부 장관이 국립공원을 지정 및 해지하고, 공원을 보전·관리하기 위한 공원계획을 수립합니다.
• 국립공원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 사업을 시행하려면 국립공원계획 변경이 필요합니다. 이후에도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협의 ➡️ 국립공원공단 공원사업 시행허가를 거쳐야 합니다.

⏰타임라인: 지난 41년간의 갈등

• 1980년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 거론 시작
• 1990년대: 양양군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케이블카 건설 본격 추진
• 2000년대 초: 환경 보호에 관한 법제 강화로 사업 승인 어려워짐
• 2009년 이명박 정부: 국립공원 규제 완화
• 2015년 박근혜 정부: 평창올림픽 준비 일환으로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 사업‘ 추진 ➡️ 환경부 승인 ➡️ 2016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거부 ➡️ 사업 무산
• 2017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문화재위원회 허가 거부 처분 취소 ➡️ 문화재청 현상변경허가 통과 ➡️사업 재진행
• 2019년: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 수정안 부동의 ➡️ 사업 전면 백지화
• 2020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부동의 처분 취소
• 2021년: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언급
• 2023년: 2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조건부 동의로 통과 ➡️ 11월 마지막 행정 절차인 국립공원관리공단 공원사업 시행 허가 통과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소속기관으로, 중앙행정기관(각 부·처·청 등) 행정처분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판단합니다.

**환경영향평가: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 환경부에 제출하는 것. 환경부 장관은 평가서에 대해 동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 반려 네 가지의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동의 또는 조건부 동의를 받으면 통과입니다. 부동의일 경우 부동의 사유를 완전히 없애야 협의가 가능합니다.

케이블카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뭐야?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계속해서 호출됐습니다. 양양군 주민 상당수도 관광객 유치 등을 기대하며 사업에 찬성해왔습니다. 노약자, 장애인 등 산행이 어려운 사람들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면 사업에 반대하는 쪽에선 설악산 보전의 가치와 미심쩍은 경제적 효과를 말합니다.

1️⃣ 설악산에 필요한 건 파괴 아닌 보전

• 설악산 국립공원은 국립공원 자연공원구역,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 등으로 지정돼 중첩 보호되고 있습니다.
• 설악산은 산양, 담비와 같은 멸종위기종의 주요 서식지입니다. 수백 년에 이르는 수령의 나무와  고유의 식생을 품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이러한 생태계를 보호하기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산 정상 탐방이 늘어나면서 토양 유실과 식생 훼손도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 케이블카를 건설하면 주변의 수많은 나무가 훼손되고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됩니다. 이미 건설된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를 포함한 국립공원 케이블카 구간에 대한 국립공원연구원 연구에서도 증명된 일입니다.
• 설악산은 전국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설치를 막는 보루이기도 합니다. 중첩 보호 구역으로 가장 굳건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설악산 케이블카가 추진되면 다른 지자체에서 ‘설악산도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냐’며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적자는 예견된 미래?

• 전국의 케이블카 대다수가 적자 운영을 면치 못했습니다. 유의미한 흑자를 기록한 지역은 여수와 통영 두 곳뿐입니다. 통영케이블카도 해마다 이용자 수가 감소해 통영관광개발공사에서 올해 비상 경영을 선포했습니다.
• 양양군이 케이블카 사업 경제성을 과장해 보고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투자심사의뢰서에서 예상 편익을 부풀리고 비용은 축소했다는 겁니다. 수익성 지수를 지침에 따라 계산해보니 372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습니다.
• 더구나 케이블카 사업비는 전액 지자체 재원으로 충당됩니다. 국비 지원을 받으려면 추가 심사가 필요해 양양군에서 지방비를 우선 투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케이블카 사업비 1172억원 중 강원도가 224억원, 양양군이 948억원을 부담합니다.
• 948억원은 양양군 1년 예산의 21.8%에 달합니다. 때문에 지역민들 사이에서도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빚만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문제가 많은데 어떻게 통과된 걸까?

1️⃣ 유명무실한 사업 평가 장치

앞서 살폈듯 국립공원의 개발 사업은 검토 절차가 복잡하고 충족 요건도 까다롭습니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지만,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서 사업 계획이 충분히 개선되지 못했음에도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습니다. 환경 전문기관 5곳이 부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 이후의 개별 법령 인· 허가 절차는 속전속결로 이뤄졌습니다. 경제성을 과장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투자심사의뢰서도 이 과정에서 통과됐습니다.
• 최종 단계인 국립공원공단의 공원사업 시행허가는 접수 10일 만에 통과됐습니다. 시행허가의 쟁점은 국립공원위원회가 제시한 7가지 부대조건 충족이었습니다. 멸종위기종과 산양 보호 대책 수립 등 오랜 기간 논란이 된 문제들이 포함됐는데, 이렇게 빨리 마무리했다면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2️⃣  환경정책의 일관성 부재

케이블카 사업이 계속 뒤집힌 과정에는 정권에 따른 국립공원 운영 방침 변화와 환경부의 판단 번복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 환경부는 그간 일관된 정책 방향을 확립하기보다 정권의 정치적 계산에 쉽게 동원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 녹조 문제 해결과 생태계 복원을 위해 결정된 4대강 보 개방 방침을 철회하거나, 일회용품 규제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두 사례 모두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 방향이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 환경부의 이러한 태도는 환경 문제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도 내지 못할뿐더러,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심화시킬 수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 국립공원 문제의 경우 정책 결정 구조가 이러한 경향을 강화합니다. 국립공원위원회의 구성과 환경영향평가 최종 협의 권한을 모두 환경부가 갖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립공원의 개발 허가를 마음대로 내주는 것을 통제할 외부 장치가 없는 상황입니다.

사업 허가는 빠르게 이뤄졌지만, 공사가 당장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시공사도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양양군은 내년 상반기 공사를 시작해 2025년 말 준공, 2026년 초 상업운영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환경단체에서는 공사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케이블카 사업을 끝까지 막아내겠단 입장입니다.

정부 시스템, 연이은 먹통

• 17일, 공무원 행정 전산망 새올 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가 56시간 동안 마비됐습니다. 네트워크 장비 오류가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 정부의 전산망 오류는 올해만 세 번째입니다. 지난 3월엔 법원 전산망, 6월엔 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 나이스에 오류가 발생해 서비스가 잠시 중단됐습니다.
•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며 관련 예산과 사업 규모는 늘어가는 가운데, 전산 시스템에 대한 의존과 개인정보 노출 위험은 높아져 안전성 관리가 절실하단 얘기가 나옵니다.

북한 정찰위성 발사

• 21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위성이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전엔 두 차례 발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습니다.
• 정부는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하면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겠다고 경고해왔습니다. 9.19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에서 맺은 합의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한다는 내용입니다.
• 22일 정부는 이에 따라 9.19 군사합의 효력을 일부 정지했습니다. 정지된 조항은 남북 군사분계선 일대에 전투기, 정찰기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로써 우리 군의 대북 군사분계선 정찰, 감시활동이 재개됩니다.

이종성 의원과 장애인복지법

• 2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이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의원실을 점거했습니다. 점거는 20여 시간 이어졌고, 이 의원은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입니다.
• 문제가 된 개정안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IL센터)**를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한다는 내용입니다. 한자협은 IL센터는 시설 수용 중심의 기존 복지시설과 달리 중증장애인 당사자 참여로 운영되기에 운영 방식을 바꾸면 차별성을 잃는다며 반대했습니다.
• 한편 이종성 의원은 장애인복지시설에 편입해야 운영의 투명성과 서비스 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