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가 뭐길래

이번주 정치와 경제면 모두에 등장한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공매도 금지'인데요. 지난 5일 금융당국은 내년 6월 말까지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공매도 금지를 통해 최근 심화된 시장 불안정성에 대응하고, 그간 지적돼온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이 조치가 적절한지를 두고 세간의 평가는 분분합니다.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긍정적 민생 행보라는 평가도 있고, 총선을 의식한 성급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공매도 금지, 주식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총선용 정책이라는 의심은 왜 나오는 걸까요?

공(空)매도: 없는 주식을 팔기

•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증권사 등으로부터 빌려 시장에 판 다음,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는 투자 기법입니다. 주식을 빌려 판다는 점에서 차입매도라고도 불립니다.
• 예를 들어 애정클이라는 회사 주식이 현재 주당 만 원일 때, 증권사로부터 주식 100주를 빌려 시장에 팔면 100만원이 생깁니다. 일주일 뒤에 같은 주식의 주가가 6천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60만원으로 100주를 살 수 있고, 빌린 주식을 갚고 나면 40만원의 이익이 생기는 겁니다.
• 즉 공매도는 특정 기업이나 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하는 투자입니다.  그 덕에 공매도는 개별 주식이나 시장의 버블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받습니다. 특정 기업과 시장이 과대평가됐다는 메세지를 시장에 전달함으로써, 기업이 허위 공시 등으로 주가 거품을 만들거나, 주가가 적정 가치 이상으로 과열되는 것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

•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공매도 제도는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불신을 사왔습니다.
• 거래 조건 자체가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돼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현 제도상 개인 투자자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에 비해 더 많은 기본 자금을 담보로 확보해야 합니다. 빌린 주식의 상환 기간 역시 개인은 90일인 반면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제한이 따로 없습니다. 개인의 공매도는 짧게,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것이지요.
•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 무차입매도가 행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무차입매도란 빌리지 않은 주식을 파는 것으로,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어 불법으로 규정돼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공매도 거래 시스템에서는 빌린 주식 규모 등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어려워 무차입매도를 사전에 방지할 방도가 마땅치 않습니다.
• 지난 10월, BNP파리바, 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의도적으로 빌린 주식보다 수량을 부풀려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를 진행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공매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동의 청원이 10일여만에 5만명을 넘겼습니다.

공매도 금지하면 주식 시장은 어떻게 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와 더불어 발표한 제도 개선 방향은 (1) 기관과 개인 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근본적인 해소, (2) 무차입 공매도의 사전 방지 대안 모색으로 압축됩니다.

여당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와 불법 공매도로부터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특단의 조치라고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금융 분야 전문가들은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습니다.

1️⃣ 한국 시장이 덜 매력적인 시장이 될 거야

공매도 투자자 대다수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입니다. 따라서 공매도 금지로 외국인 투자자 자금 이탈이 예상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시장의 신뢰도 저하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시장 참여가 제약될 거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외신들은 공매도 금지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어렵게 할 거라고 봤습니다. 대다수의 선진 시장에서는 공매도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으며, 그간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선진국 지수 편입의 고려 요인 중 하나로 꼽혀왔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MSCI가 고안해 낸 글로벌 주가 지수로, 선진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으로 구성된 주가지수를 일컬어요.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 지수를 참고해 움직이기 때문에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자금 유입이 더욱 활발해집니다. 한국은 현재 중국, 대만 등과 함께 MSCI 신흥국 지수에 속해있습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2️⃣ 주식 시장이 과열되고 변동성이 커질 거야

• 공매도는 버블을 방지하고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순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매도 금지는 과도한 가치 산정에 제동을 거는 시장의 수단을 없앤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는 공매도 제도에 대한 반감과 함께 공매도 금지로 주가가 향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부 공유돼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과 관계가 실증된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오히려 공매도를 금지하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2020년과 2021년 공매도 전면, 부분 금지가 시행된 시점을 대상으로 한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는 “공매도 금지는 가격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변동성을 확대시키며, 시장거래를 위축시킨다”고 결론지었습니다.
• 실제로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당일 역대 최대 상승폭을 보였던 국내 증시가 하루 뒤 크게 떨어지며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다시 포퓰리즘?

시장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하는 경제 정책이 선거에 휘둘렸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김포 서울시 편입을 갑작스레 던진 데 이어 총선용 인기 정책을 남발한다는 겁니다.

1️⃣ 정책 추진 근거가 부족해

• 공매도 한시적 금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 글로벌 증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시행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면 조치를 단행할 만한 특별한 명분이 없습니다.
• 금융위원회는 거래 왜곡이나 주가 변동성을 낳는 불법 거래 방지가 공매도 금지의 목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주가 변동성이 불법 공매도와 연관된다는 데이터가 있었냐는 언론의 질문에는 실제 데이터 분석은 수행해보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2️⃣ 금융당국이 여당의 요구에 휘둘렸어

•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발표 이틀 전인 지난 3일 ‘공매도 전면금지 추진은 확정된 바 없다’는 보도해명 자료를 내놓으며 공매도 제도를 유지하는 기조를 세워왔습니다.
• 그러나 여당 국회의원 등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를 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5일에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금융위원회의 입장을 뒤집는 방침이 결정되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은 불법 공매도 척결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갑자기 입장을 뒤집은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습니다.
• 지난주 금요일, 국민의힘 송인석 의원이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 한다”는 문자를 보내는 게 언론사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증시가 갑자기 오르내린 것이 공매도 금지 때문이라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요구에 무작정 따른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도 반박했습니다.

일회용품 규제 백스탭

• 정부가 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 사용금지 정책을 철회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는 계도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정책을 알리기만 하고 시행은 하지 않는 기간을 늘리겠다는 겁니다.
• 역시 총선용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회용품 규제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소상공인이 타겟으로 보입니다. 환경부는 “현장의 준비가 부족해 그대로 시행하면 소상공인의 희생을 강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제도를 다시 시행하는 시점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환경부는 각종 혜택으로 다회용컵을 장려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 블루 중단?

• 카카오 택시가 전면 개편됩니다. 카카오T 앱에서 다른 택시 호출 서비스를 쓸 수 있게 개방하고, 가맹 택시 수수료도 낮출 계획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모빌리티의 독점을 지적한지 6일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 카카오 모빌리티는 20%의 수수료를 내는 카카오 블루 택시와 비가맹 택시의 배차 수를 차별해 사실상의 이중 계약 구조를 만들어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징금을 냈습니다.
• 카카오는 주가 조작 의혹으로 김범수 회장이 수사를 받고,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는 등 다방면에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정의당 지도부 총사퇴

• 6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지도부가 사퇴했습니다. 총선을 위한 선거연합정당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당분간 정의당은 배진교 원내대표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됩니다.
• 선거연합정당 찬반에 따른 내부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정미 대표를 비롯한 찬성 측은 민주노총, 녹색당, 지역정당 등의 세력을 총선 때 받아들여 표를 끌어오고, 선거 후 해체하자고 주장합니다. 반대 측은 이것이 근본적인 정의당 개혁안이 되지 못한다며 비판합니다.
• 선거연합정당 추진 방안은 다음 달 당 대회와 당원 총 투표를 거쳐 확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