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정원 확대, 꼬여있는 문제들

실로 오랜만에 떠오른 정책 이슈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했습니다.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5년 입시부터 늘려, 1,000명 이상 증원한다는 파격적 방안이 나왔는데요. 세부 방안엔 이견이 있으나 모처럼 야당도 찬성하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은 원래 의사가 부족한 나라입니다. 인구 대비 의사 수가 OECD 최하위 수준입니다. 빠른 고령화로 의사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최소 5,500명 증원해야 30년 후 OECD 평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의료 문제는 이뿐만 아닙니다. 의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외과,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분위기, 의료 서비스의 지방 불균형 문제도 있습니다. 오늘 정부 회의에서 더 구체적인 얘기가 나올 예정이라는데요. 주목해야 할 포인트를 뽑아봤습니다.

의대 정원 제한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그 배경엔 2000년 시행된 의약분업이 있습니다. 의사와 약사의 업무를 분리해 의사의 약 조제를 금지한 겁니다. 이로 인해 병원의 수입이 줄어들자 의료계는 장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의대 정원 감축 및 동결은 당시 정부가 의사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내놓은 중재안이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의사 인력은 정부가 규제합니다. 직업 윤리와 전문성이 매우 중요한 영역이고, 인력 양성이 오래 걸려 의료 서비스 수요를 따라가려면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시도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포함한 4대 의료 정책을 내세웠습니다.

• 의대 정원 확대: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 동안 총 4,000명을 늘리는 안
• 공공의대 신설: 국립 의대가 없는 지역에 공공의대를 신설해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하게 하는 안
• 지역의사제: 기존 의대에 ‘지역의사 선발전형’을 따로 주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안, 역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발하며 파업에 나섰고, 일부 의대생이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반대 근거는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와 의료 질의 저하였습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되자, 정부는 한 발 물러섰습니다. 대신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코로나 안정화 이후 의대 정원 확대를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공공의대 설립의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나, 의료 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결책인지는 의문스럽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의사들 반응은 어때?

의사협회(의협)와 보건복지부는 2020년 합의한 대로, 지난 1월부터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해왔습니다. 6월에는 2025년 입시부터 의대 정원 확대를 반영한다는 합의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회의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얘기와, 의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이 거론됐습니다.

그러나 의협은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정부가 구체적인 규모를 의협과 합의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으며, 의대 정원을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여겨선 안된단 이유에서 입니다.

의료계는 필수 의료를 기피하게 되는 의료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의사 부족이 이미 나타난 필수의료과의 공통점은 진료는 어렵고 수입은 적다는 것입니다.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의사의 소득이 필수의료과 의사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 그 원인은 수가입니다. 의료수가란 병원이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에게 받는 금액을 말합니다. 진료 항목마다 수가가 정해져 있는데, 의료계는 한국의 필수의료 수가가 너무 낮다고 주장합니다. 수입이 높은 과는 거의 건강보험 보장을 받지 않는, 즉 수가가 매겨지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하는 곳입니다.
• 필수의료 전공의 근무 여건도 문제적입니다. 이들은 인력 부족과 업무 특성으로 주 80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따라서 필수의료 수가 인상과 의료 수요에 따른 의사 배치 시스템 마련이 의대 정원 확대에 앞서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입니다.

필수의료과가 정상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급여 과의 수입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문제도 함께 지적해야 수가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의사들을 설득하고자 수가 개선과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을 제시했습니다.

정원 늘리면 해결될까?

야당: 뒷받침해줄 제도가 필요해

• 민주당과 정의당은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도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면 필수, 공공, 지역 의사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 국민의힘이 야당과의 대화에 나설지가 관건입니다. 민주당은 여야 간 정책 협의 테이블을 만들자고 요청했습니다.
• 본격적인 정책 협의에 들어가면 입장 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1️⃣ 공공의대를 어느 지역에 설치할지, 2️⃣ 지역의사제를 도입할 것인지가 쟁점입니다. 현 정부는 공공의대에 불공정성 우려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입시 시장: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 입시 시장은 의대 입시 도전자가 확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벌써부터 부산스럽습니다. 특히 재수생과 이공계 대학생들이 의대에 몰릴 것으로 예측됩니다. 학원가는 벌써 의대 준비반을 늘리고 있습니다.
• 이미 의대 진학을 위해 대학을 그만두는 학생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의대 쏠림이 더 심해지면서 이공계 인재가 부족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함께 고려해야 할 쟁점이 많은데도 정부는 구체적 대안 없이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당장 의협의 반발에 부딪히자 처음 발표한 증원 규모를 번복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이번 정책 추진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때문이 아니냔 분석도 나옵니다.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정책을 추진해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2020년과 달리 정책 방향을 옹호하는 보수 언론의 태도가 의문스럽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쇄신 중?

•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 국민의힘이 쇄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16일 주요 당직 인사 교체로 신호탄을 쏘았는데요.
• 김기현 대표와 대통령실의 수직적인 관계가 변하지 않는 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미지 변신을 꾀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이준석 전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에 “이준석을 제명해야 한다”며 관련해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였습니다. 이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당에 악영향을 미칠 거란 이유에서 입니다.

이스라엘-하마스, 바이든의 도박

•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해 주목받았니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 이스라엘의 과도한 보복을 제한하고, 하마스 퇴출을 넘어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해질 공격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18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했습니다. BBC는 이 방문이 이스라엘 지지를 분명히 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앞선 인터뷰 발언처럼 민간인 사상자 문제를 경계하고 분쟁의 확산을 막는 것도 바이든에게 중요한 과제이기에, 이스라엘 방문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KBS 사장은 낙하산?

•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했습니다. KBS 사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 KBS 이사회는 지난 13일 박 후보자를 임명 제청했습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사회의 사장 선임 표결이 야권 이사들이 퇴장한 채로 이뤄졌다며 무효를 주장했습니다.
• 박민 후보자는 1991년부터 지금까지 문화일보에서 근무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만한 사안으로는 군면제 논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