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명일까, 아닐까?

지난 1일,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던 박정훈 대령(전 수사단장)의 구속영장이 군사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박정훈 대령은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어겼다는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군형법상 항명, 상관의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않은 죄와 상관 명예훼손이 적용됐습니다. 박정훈 대령 측은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채 상병 사건 박 대령의 ‘항명’, 두 사건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이뤄져왔을까요? 요즘 들어 자꾸 휘청거리는 국방부는 무슨 일일까요?

채 상병 순직 사건

해병대 제1사단에 속한 채 상병은 7월 경북 예천에서 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습니다.

박정훈 대령이 총괄한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제1사단장에게서 촉발된 지휘관들의 무리한 수색 지시를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이 지목한 임성근 사단장의 혐의

• 안전 대책을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임 사단장은 15일 오전에 실종자 수색 지원을 요청받았지만, 부대가 예천으로 떠나는 17일 당일에 여단장에게 작전 내용을 통보했습니다.
• 예하 지휘관들의 무리한 입수 명령을 부추겼다: 사건 전날 사단장은 ‘빨간색 체육복’의 복장 통일과 채 상병이 속한 포병 부대의 비효율적인 수색을 지적했습니다. 부담을 느낀 포병 대대장은 기존에 하던 하천변 수색 대신, 구명조끼 없이 빨간색 체육복만 입은 상태로 수중 수색을 지시했습니다.
  

박정훈 대령, 수사 보고부터 ‘항명’ 입건까지

작년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범죄 혐의가 있는 군인 사망 사고의 수사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군이 아닌 경찰이 맡게 됩니다.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기록도 경찰에 넘겨야(이첩해야) 하는데, 이첩을 승인했던 국방부는 다음날 돌연 승인을 번복했습니다.

⏰ 타임라인

• 7월 30일: 박정훈 대령이 보고한 수사 결과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결재. 경찰 이첩 승인.
• 7월 31일: 이 장관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박 대령 상관)에게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하고 출장.
• 7월 31일~8월 1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정훈 대령에게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를 한정하라”, “혐의 사실과 혐의 내용을 전부 빼라”고 압박. 박 대령은 사단장의 혐의를 수사 보고서에서 제외하라는 외압으로 인지.
• 8월 2일: 박 대령은 수사 기록을 예정대로 경찰청에 이첩. 당일 항명 혐의로 입건, 보직 해임 통보.

박정훈 대령, 항명한 거 맞아?

박정훈 대령: 이첩 보류 지시를 명시적으로 받은 적이 없으니 항명 아니다

박정훈 대령은 이첩을 보류하라는 공식 명령을 이 장관이나 상관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명시적으로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박 대령에 의하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이 장관의 명령이 아닌 개인 의견에 따른 것이라며 조사 기록을 수정하라고 압박했습니다.

박 대령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이첩 보류 시 우려되는 점을 박 대령에게 보고 받고 이첩 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김 사령관이 갑작스럽게 이첩 중단 지시를 내린 것은 박 대령이 김 사령관에게 이첩 사실을 사전에 알린 뒤 수사 기록을 경찰에 건넨 뒤였습니다.

국방부, 군 검찰: 이첩 보류 지시를 무시했으니 항명이다

국방부는 장관이 구두로 김 사령관에게 이첩 보류를 명령했고, 김 사령관도 박 대령에게 지시를 하달했다고 주장합니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과 나눈 통화 역시 장관 지시 전달이라는 입장입니다.

박정훈 대령: 설령 명령이 있었어도 위법이니 항명 아니다

군형법상 상관의 명령이 위법이라면 불복하더라도 항명이 아닙니다. 박정훈 대령 변호인은 수사 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는 명령이 있었더라도 위법이라고 주장합니다. 현행법상 군에 수사권한이 없는 사건은 “지체 없이” 경찰에 이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어?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인계한 서류를 모두 회수하고, 사건 재검토에 나섰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박 대령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사건 관계자 8명 중 2명에게만 해당 혐의가 인정된다는 보고서를 경찰에 다시 이첩했습니다. 제외된 인물 중에는 임성근 사단장도 있습니다. 그러자 이첩된 관계자 1명이 임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경찰에 개별적으로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사건 초동 수사를 군이 맡고,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는 것 자체가 수사의 투명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군 내 사건·사고에서 상급 지휘관의 책임을 축소하는 군의 부실 수사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작년 7월, 군 내 성추행과 사망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민간 경찰과 법원에 맡기도록 군사법원법이 개정된 것은 군의 사건 축소·은폐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수사권에 관한 법 규정이 모호해 여전히 군이 초동 수사를 맡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갑작스럽게 이첩 보류를 주문하고, 수사 보고서에서 사단장의 혐의를 제외한 것이 대통령실의 외압 때문이라는 의혹도 불거집니다.

박 대령은 당시 수사 결과를 보고 받은 윤 대통령이 사단장에게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관해 이 장관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사실을 김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사령관과 이 장관은 대통령의 외압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통령실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국방부 인사들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 논란 전부터 준비된 인사 교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집회 참여 교사, 징계 안 한다

•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 철회했습니다.
• 추모집회 참여를 위한 교사들의 집단 연가 및 병가 사용, 교장들의 재량휴업일 결정이 잇달자 교육부는 최대 파면·해임까지 고려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었습니다. 합당하지 않은 이유로 수업을 쉬어 학생의 수업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하지만 교육 현장의 거센 반발과 10만명 이상의 집회 규모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김만배 인터뷰 논란

• 지난 3일, 검찰이 지난해 대선 사흘 전 뉴스타파가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의혹’에 대한 김만배의 인터뷰가 허위라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 씨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에게 억대의 돈을 주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윤 대통령의’부산저축은행 의혹’으로 몰아가려 했다는 겁니다.
• 대통령실은 “2022년 대선의 최대 정치공작 사건”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이에 응답하듯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뷰 내용을 인용한 방송사 보도를 긴급 심의하기로 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악의적인 허위 보도가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조치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추진을 발표했습니다.
• 뉴스타파는 지난 5일 사과문을 올렸지만, 보도 내용이 완전히 허위이고 대선 개입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은 부인했습니다.
  

김정은, 곧 러시아 방문?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군사 협력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김 위원장의 출국은 4년 5개월 만입니다.
• 북한은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러시아는 북한에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동안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을 부인해왔는데,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명시적으로 가담하게 됩니다.
•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된만큼 북중러도 직접적인 협력 관계를 맺는 모양새입니다. 조만간 북러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