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택시 잘 잡힐까?

<아무튼 정치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뉴스를 분류하는 4가지 카테고리는 사실 크게 보면 다 정치로 통한다
일상의 현상들, 요즘 뜨는 이야기, 어쩌다 일어난 것 같은 사건 사고들에서 정치와의 연결고리 찾기

어느 동네든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늦은 밤 도로를 서성이며 택시 어플 화면만 바라보다 결국 24시간 카페에서 첫 차를 기다려본 사람이 적지 않다. 역사 앞 택시 승차장 앞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는 상황이다.

그 많던 택시는 다 어디로 간 걸까. 택시 기사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코로나19다. 거리두기로 승객이 줄어들며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업종으로 이탈하는 택시기사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약 26만명이던 택시기사 수는 2021년 약 24만명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두기가 완화되자 택시 공급은 수요를 따라갈 수 없게 됐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심야 택시 수요는 4배 증가했다.

하지만 한 번 떠난 택시 기사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수요가 높아졌는데도 기사 일을 다시 하지 않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다. 택시 기사는 돈벌이 측면에서 매력적인 직업은 되지 못한다. 한국 택시요금은 OECD 평균의 38%로 매우 싼 편이다. 택시 기사의 연 매출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할 경우 3천만원 선이다.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코로나19 이후 택배·배달 등 수익이 더 높은 운전 직종으로 옮겨간 기사들도 많다.

택시난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정부가 나섰다. 택시 규제에 손을 대고 요금을 조정하는 등 대책들을 내놓았다. 그중 핵심적인 몇 가지가 10월부터 시작돼 11월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러한 개입은 이례적이지 않다. 택시는 여객자동차법택시발전법에 의해 관리돼왔다. 택시를 달리게 하는 것도 결국 정치다.

규제는 정부가 풀게, 택시 기사는 누가 할래?

지난 10월, 국토부는 택시 규제개혁, 모빌리티 혁신을 통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했고 일부는 실행에 옮겼다. 골자는 이렇다.



택시부제 해제

  • 택시부제란 개인택시를 주기적으로 강제 휴무시키는 제도다. 지난 22일부터 전국 70% 지역에서 해지됐다. 기간은 지역마다 상이한데, 서울의 경우 3부제(3일에 한 번 휴무)를 채택하고 있다.
  • 국토부는 최근 3년간 법인 택시 기사가 4분의 1 이상 줄었거나, 택시 운송 수요가 높은 곳, 지속해서 승차난이 제기되는 곳 중 2가지 요건이 해당하는 지역에 택시 부제를 해제했다. 택시 기사들이 규제로 인해 운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아 심야 운행 택시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 택시부제는 1973년 유류비 절약을 위해 도입된 이후 49년 동안 유지돼왔다. 다만 춘천은 지난 4월부터 택시부제를 한시적으로 해제했다. 이후 춘천의 개인택시 심야운행은 약 30% 증가했다.

탄력호출료

  • 심야시간 호출료를 최대 3천원에서 최대 4천원~5천원으로 조정한다.

기사 취업절차 간소화

  • 법인택시의 경우 범죄경력 등 최소한의 조건만 검증되면 즉시 택시운전이 가능하게 임시자격을 부여한다. 정식자격은 3개월 뒤 취득하면 된다.

파트타임 근로 허용

  • 기사가 희망할 경우 파트타임 근로를 허용한다. 택시는 특정 시간대에 수요가 몰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파트타임 근로가 가능해진다면 택시난이 심한 시간대 공급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택시난 해결에 임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태도는 제법 적극적이다. 가장 택시난이 심각한 서울시는 정부 대책과 별개로 내년부터 기본요금을 천 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응은 미묘하다. 기사들은 탄력호출료 등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택시기사 부족 문제의 실질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요금 인상을 인상하고 호출료를 조정하면 서울 법인택시 기준으로 월 89만원 가량 수입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단순 수입 증가만으로는 택시 기사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 현장의 상황은 정부의 분석보다 복잡하다

전지적 기사 시점

택시난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고려해야 하는 조건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법인과 개인이라는 운영방식, 그리고 지역별 특성이라는 두 가지가 크게 작용한다.

1. 법인과 개인

택시는 택시회사에 고용된 법인택시와 개인이 운영하는 개인택시로 나뉜다. 법인이든 개인이든 요금은 같지만, 기사가 수익을 가져가는 방식은 다르다. 개인택시는 기사가 모든 수익을 가져가지만, 법인택시는 소속 택시회사와 수익을 나눠가진다. 따라서 요금을 똑같이 인상해도 법인이냐 개인이냐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법인택시는 2019년까지는 매일 정해진 금액을 회사에 수납했다. 이 금액을 사납금이라 한다. 사납금제는 2019년 폐지됐다. 사납금을 채우기 위한 과로와 난폭운전이 문제시됐기 때문이다. 사납금제 대신 자리잡은 제도는 전액관리제다. 수익 전액을 회사에 내고 정해진 월급을 받는 방식이다. 현재 택시회사의 약 60%가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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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액관리제가 ‘기사가 수익 전액을 회사에 줘야 한다’는 것만 명시하고 회사에서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는 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가 기사와 ‘합의’만 하면 수익의 몇 퍼센트를 가져가든 합법이다. 전액관리제에서 사납금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회사에서 정해 둔 기준금을 맞춰야만 월급을 받을 수 있다. 대다수의 이런 이유로 택시 기사의 64.7%가 전액관리제에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예전 사납금제를 선호하는 추세다.

따라서 법인택시의 경우 요금이 인상돼 수익이 올라도 기사에게 돌아오는 몫이 거의 없다. 호출료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택시 등 호출 플랫폼에서 호출료의 절반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택시회사와 기사가 4:6으로 수익을 나눠 가진다고 할 때, 호출료 3000원에서 기사가 가져가는 것은 900원 뿐이다. 보수체계와 플랫폼 규제의 변화가 없으면 요금과 호출료 인상의 효과를 볼 수 없다. 시민들의 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다.

2. 지역별 특성

지역에 따라 택시의 수요와 공급은 천차만별이다. 인구나 관광객이 많은 서울, 수원, 대전, 하남, 제주 등은 택시난이 심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오히려 택시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인구가 많더라도 지역 택시업계 상황에 따라 공급 과잉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이다.

택시부제 해제와 요금 인상은 지자체가 결정한다.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 규제 완화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대책 중 일부는 전국적으로 도입된다. 이는 택시 공급 과잉 지역의 감차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해

의사가 제대로 진단해야 알맞은 처방전이 나오듯, 효과적인 정책도 정확한 진단에서 나온다. 이번 택시난 대책의 문제점은 부정확한 진단에 있다. 택시업계의 상황과 택시기사라는 직종의 특성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 특히 택시부제 해제 정책이 그렇다.

택시부제 해제는 개인택시를 대상으로 한다. 개인택시 기사의 약 70%는 60대 이상이다. 고령 기사들은 장시간·심야 운전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한 개인택시의 경우 자유로운 시간 운용 때문에 생계 유지보다는 퇴직 후 용돈벌이 목적으로 일하는 기사가 많다. 부제 해제 후 심야 시간대 운행을 감수할 개인택시가 많을지 의문이다. 결국 강화되는 것은 택시기사들 간 경쟁 뿐이다. 부제가 해제돼 운행차량이 늘어나면 운전시간을 늘려야만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기준금 이상을 벌어야 하는 법인택시는 더욱 그렇다.

택시기사들의 부담은 승객들도 나눠 갖는다. 택시부제에는 강제 휴무를 통해 택시기사들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장시간 운전을 막는 기능이 있다. 기사들이 수익을 위해 과로와 난폭운전을 감수하게 되면 승객의 안전도 위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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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부제 해제와 요금인상 모두 상대적으로 개인택시에게 이득을 준다. 정부의 의도가 개인택시 공급을 늘리는 것이라면 효과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택시난의 해법이 개인택시가 아닌 법인택시 확대에 있다고 말한다. 현재 개인택시 수는 법인택시의 약 2배다. 올해 10월 기준 서울시 개인택시 수는 2019년 4월의 95.1%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법인택시 수는 당시의 67.8% 수준이다. 그럼에도 택시난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법인택시 확대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만 택시난이 해결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며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택시 공급 상황을 세심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수치만 파악해서는 근본적 원인을 파고드는 방안을 내놓기 어렵다. 현장과의 거리를 좁히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한 이번 대책에 대해서는 국토부, 법인택시, 개인택시가 모두 의견이 갈렸다.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입장 조율에 나서는 것도 정치의 역할이다. 문제 해결과 갈등 조정의 기능을 모두 발휘해야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과연 정치는 떠나는 택시를 잡을 수 있을까.

글: 에디터 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