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인권 지키면 교실이 붕괴된다?

지금 상황 알아보기

지난 10일, 서울시학생인권조례폐지연대가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시민대회를 열었다. 서울시는 2월 14일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조례청구를 수리했다. 지난 6일엔 충남기독교총연합회가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를 충청남도의회에 제출했다. 전북과 경기에서는 조례 축소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왜 폐지하라는 걸까?

알면 좋은 맥락

학생인권조례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도입한 조례를 말한다. 지자체마다 내용이 다르지만, 체벌 금지, 평등권, 용모와 복장의 자유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 도입됐고, 현재 6개 지자체(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가 학생인권조례를 갖고 있다.

주민조례청구

주민들이 직접 조례의 제정, 개정, 폐지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2021년 법이 제정돼 2022년부터 시행됐다. 서울시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조례청구가 이 제도의 첫 사례가 됐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학생인권조례, 왜 폐지하려고 할까?

학생인권조례 폐지 절차가 가장 많이 진행된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조례청구를 낸 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결과 보수 정당 시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게 돼 주민조례청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자체를 불문하고,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공통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차별금지사유에 명시된 “성적 지향, 성적 정체성”이다. 해당 조항은 서울시, 경기도,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에 포함되어 있다. 이 조항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것이 반대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성소수자 혐오적이고 국제 인권 표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유엔은 이러한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동의하는 취지의 답변을 보내며 조례 폐지를 옹호하는 교육부와 서울시의회 등 정부 기관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엔은 지난해 교육부가 확정한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성평등’ 등의 표현이 빠진 것이 국제 인권규범 위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대 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교사가 학생 인권 보호를 이유로 적절한 훈육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학교폭력 등 탈선 문제가 심해졌다는 논리다.

교육계에서는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교권 보호를 위해 학생인권조례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재학생이 교사를 상대로 한 교권 침해 사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한편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 관계로 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어떻게 될까?

인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규정들이 있지만, 보호 대상을 학생으로 특정한 규정은 학생인권조례가 유일하다.

학생인권조례는 체벌, 강제 야간자율학습, 두발•복장 규제 등으로 인해 학생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학생인권조례를 최초 도입한 경기도에서는 체벌을 경험한 학생 비율이 2010년 68.9%에서 2019년 7.9%로 크게 감소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학생 인권 침해 문제에서 개선이 일어났다. 조례가 폐지되면 과거 문제시된 규정들이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례가 폐지되면 이에 따라 운영된 학생인권센터, 학생인권위원회 등의 기구도 없어질 수 있다.

학생인권센터는 학생 인권 침해에 대한 상담 및 구제 신청을 진행한다. 학생인권위원회는 인권 친화적 교육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교육감의 정책과 입법활동에 대해 학생 인권의 관점으로 평가를 진행하기도 한다. 즉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교육정책 기조에서 학생인권 개념이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디터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