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6월 모의평가 후, 교육계 인사들이 연이어 경질됐습니다.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을 없애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정부는 ‘공교육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변별력 있는 수능’을 말하지만, 학교 현장은 ‘쉬운 수능’ 예고로 받아들여 혼란스럽습니다. 수능을 겨우 5개월 앞두고 난이도와 출제 방향 논란이 발생한 겁니다.

‘킬러 문항’ 논란, 왜 지금 등장한 걸까요? 윤석열 정부 입시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수능 ‘킬러 문항’ 논란 정리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킬러 문항이 사교육 부담의 원인이라며 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의 지시대로 킬러 문항을 폐지한 ‘공정한 수능’을 만들겠다며 사과했습니다.

직후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됐습니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감사를 예고했습니다. 이규민 평가원장은 6월 모의평가 출제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했습니다. 21일에는 교육부까지 감사가 확대됐습니다.

6월 모의평가, 도대체 어땠길래?

대통령실은 3월 평가원이 '공교육 내에서 해결 가능한 수능' 출제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6월에 킬러 문항이 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교육부는 출제의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면서도 모의평가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진 않았습니다. 입시 현장에서는 6월 모의평가의 난이도가 평이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6월 1일에 시행된 모의평가 성적표는 오는 28일에 나오기 때문에, 아직은 객관적인 정답률을 근거로 킬러 문항을 판단할 수 없기도 합니다.

킬러 문항 없애면 사교육 없어지는 거 맞아?

정부여당은 킬러 문항이 사교육을 조장하며,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교육 카르텔’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능이 공교육의 범위를 벗어날수록 사교육 업계가 교육 관계자들과 합작해 이득을 본다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사교육 업계가 ‘불공정한 초과 이윤’을 취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는 수능 출제위원 출신이 모의고사를 만들어 학원에 판매하거나, 스타 강사들이 수백억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을 ‘사교육 카르텔’의 예시로 들었습니다. 이에 대응하고자 21일부터 허위·과장 광고 등 학원의 부조리에 대해 2주간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26일에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전격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킬러 문항이 없어져도 사교육이 줄지 않는다고 예측합니다. 수능은 상대평가이므로 고난도 문제로 성적을 가를 수밖에 없습니다. 킬러 문항이 사라지면 ‘준 킬러 문항’이 늘어날 텐데, 사교육계는 벌써 이에 맞춰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수능의 변별력이 없어지면 내신과 면접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는 사교육으로 학생들이 쏠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사교육의 근본 원인은 학교 서열화에 따른 입시 경쟁입니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미시적인 제도 개선은 혼란만 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의 ‘사교육 해결’ 기조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를 발표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정부는 학교 교육을 다양화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학교들은 고등학교 입시부터 사교육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자사고 입학 희망 학생의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일반고 희망 학생의 1.7배입니다

교육 정책, 너무 쉽게 바뀌는 거 아니야?

수능 출제 방식 등의 교육 정책은 정권에 따라 자주 바뀌어왔습니다. 교육 정책이 갑작스레 바뀔 때마다 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사교육 의존도도 높아집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부터 장기적인 교육 정책을 세우는 정부 기구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입니다. 국교위는 2026년부터 10년 단위의 교육 계획을 세우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관련법에 따르면 교육부가 국교위의 결정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국교위 출범 후 반년이 넘도록 윤석열 정부 교육 정책은 교육부에서 주도했습니다.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방향 마련도 국교위의 업무지만, ‘킬러 문항 폐지’에 대한 국교위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교위가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구성인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방식 때문에 정책 방향이 더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전 논의와 여론 수렴을 거치기보단 대통령의 지시에 부처가 급하게 움직이다보니 정책이 모호해진다는 겁니다.

지난해 7월 대통령의 지시로 교육부가 마련한 ‘만 5세 입학’ 개편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갑작스러운 정책 추진에 학부모와 교육계에서 비판이 쏟아졌고,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의 사퇴와 함께 정책은 철회됐습니다. 이번에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해명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에디터 청새🐦

대구퀴어축제, 경찰-공무원 충돌

17일, 대구퀴어축제에서 축제 준비 차량이 들어서는 길을 대구시청 공무원 500여명이 막아섰습니다. 경찰은 축제가 적법하게 신고됐다며 차량 진입을 도왔는데, 이 과정에서 경찰-공무원의 몸싸움이 일어났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에 김수영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고,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홍 시장은 “축제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도로를 허가 없이 무단 점거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경찰청장이 불법을 방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판례를 볼 때 축제 차량의 도로 사용을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대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1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법정에 나가 영장심사를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불체포특권 폐지는 이 대표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불체포특권 포기의 실천 방법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그간 민주당의 반대로 기각된 체포동의안도 국회에서 다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1일엔 국민의힘 의원 67명이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을 진행했습니다. 정의당은 돈봉투 의혹 체포동의안 표결 전 포기 선언이 나왔어야 했다면서도, 선언을 계기로 국회의원 특권이 축소되길 바란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토킹 처벌법 개정안 통과

21일, 스토킹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요구하는 문제를 방지하고자 나온 개정안입니다. 지난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습니다. 필요 시 판결 전 가해자에게 전자팔찌를 부착할 수 있게 하고, 온라인 스토킹 처벌 근거를 만드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개정안을 처음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은 남인순 민주당 의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