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일 군사협력의 딜레마

이런 클러버라면 주목

✔️ 미국, 일본, 중국, 북한… 뒤죽박죽 외교 얘기에 머리가 어지러운 클러버

✔️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맥락까지 깔끔하게 훑고 싶은 클러버

✔️ 친일? 종북? 2022년에도 이 얘기가 나와? 지긋지긋한 클러버

지금 상황 알아보기

한미일 연합훈련이 여야 갈등에 또 한 번 불을 지폈다. 지난 30일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일 연합훈련은 2017년 마지막으로 실시된 이후 5년 만이다. 훈련 목적은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공동 대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미일 연합훈련을 강하게 비판했다. 연합훈련이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한반도에 자위대가 개입할 여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강한데도 훈련을 강행하는 모습을 지적하며 ‘친일 국방’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연합훈련이 독도 근처에서 이뤄졌고, 일본 해군이 욱일기를 달고 있었다는 사실도 문제가 됐다.

대통령실은 “위협을 위해 이웃 국가와 힘을 합친다는 건 전혀 이상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러한 조치에 이재명 대표가 ‘친일’ 이미지를 씌우는 것이 불쾌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장이 이재명 대표의 발언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조선은 안에서 썩어 망했으며 일본과 조선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알면 좋은 맥락

5년 만에 열린 일본과의 연합훈련, 왜 문제가 됐을까?

• 이재명 대표의 말에서 ‘일본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한다’는 것은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일본은 평화헌법에 따라 전력(군대)를 보유할 수 없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자유민주당은 개헌을 통해 헌법에 ‘자위대를 보유한다’고 명시하자는 입장이다.
• 이미 존재하는 자위대를 헌법에 명시한다고 달라질 게 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보수세력이 계속해서 자위대의 군대화와 재무장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일본이 이번 개헌을 계기로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나아가려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2014년 자국뿐만 아니라 타국이 공격을 받을 때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했으며, 지난 7월 총선에서는 개헌 세력이 발의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했다.

여당은 효과적인 북한 문제 대응을 위해 한미일 연합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 북한은 최근 몇 주간 잇달아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해 약 4500km 떨어진 지점에 낙하하기도 했다. 2016년 이후 중단됐던 북한의 핵실험 재개가 임박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탄도미사일 위협이 점점 심해지는 만큼, 한미일 삼각공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여당과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특히 이번 훈련은 북한 잠수함 탐지를 위주로 이뤄졌는데, 일본 해상자위대가 강력한 잠수함 대응 전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일본과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건···

한미일 연합훈련, 북한만 생각하면 괜찮은 건가?

• 요즘 북한의 도발이 연달아 몰아치니 불안하긴 하다. 일본의 우려가 이해되기도 하고… 그럼 자위대의 정식 군대 인정 문제만 아니라면 연합훈련 실시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건가?

한미일 연합훈련의 주요 목적은 분명 북한 도발 대응이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한미일 연합훈련과 한일 연합훈련은 모두 북한과의 전투 상황을 가정하고 실시됐다. 그러나 한미일 연합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가 또 있다. 바로 중국이다.

초기 미중갈등 구도는 경제 분야에 한정됐지만, 미국이 중국으로부터의 대만 독립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군사적 갈등도 고조됐다. 그러다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과 유럽, 중국과 러시아라는 세력 구도가 뚜렷해졌다. 세계가 크게 두 세력으로 갈리는, 일명 신냉전이 본격화된 것이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친(親)서방’ 세력과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반(反)서방’ 세력이 경제·안보·이념적으로 경쟁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미중갈등도 심해졌다.

북한은 신냉전 구도에서 ‘반서방’ 세력에 속하고, 한국과 일본은 ‘친서방’ 세력에 속한다. 따라서 한미일 연합훈련은 단순히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한미일 vs 북중러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신냉전 경쟁의 일환이 된다.

미국은 중국 근처에서 중국을 견제할 동맹이 필요하고, 그중 가장 핵심적인 나라가 한국과 일본이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일관계 악화가 달갑지 않다. 한국과 일본이 매번 티격태격하면서도 대놓고 각을 세우진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일 양국에겐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협력이 절실한 가운데, 미국의 긍정적인 반응을 위해선 원만한 한일관계가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 한국의 복잡한 계산

현 정부 들어 한국의 외교는 미국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지만, 쉽사리 중국에 등을 돌릴 수도 없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약 25%에 달하며, 희토류, 철강, 리튬 등 필수 광물자원이나 에너지자원 역시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이 크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중국의 지지가 꼭 필요하다. 올해 5월 북한이 ICBM 발사 등을 재개한 데 대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를 통해 경제 제재를 추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는 함께 미국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 안보를 위한 한미일 삼각공조가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북한-중국-러시아의 유착이 강화된다면, 한반도의 안보 위협이 오히려 커질 위험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늘 담소 마무리

‘친일국방’ 논란은 미국, 중국, 일본, 북한을 두고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하는 한국의 외교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한미일 연합훈련을 둘러싼 ‘발언 논란’은 단순한 정쟁이 아니다. 한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성을 두고 두 가지 입장이 대립하는 것이다. 친일과 반일, 종북과 반공… 이번 논란에 따라붙는 표현들은 피로한 과거의 반복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 있는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쟁의 끝에 의미있는 답이 나오길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