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와 민주주의] (2) 나와 닮은 대표 뽑는 법

대표의 특성이 여러 가지라면, 우리나라의 대표자들은 그중 어떤 것을 충족시키고 있을까? 확실한 것은 피대표자와 닮은 대표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표자와 피대표자의 괴리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국회를 가지고 한번 살펴보자. 국회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장치로 여겨진다. 국민이 뽑은 대표들이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해 실질적으로 나라에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 안에서 상충하는 이해와 요구를 조화시켜서 집단적인 의사를 만들어가야 하므로 실재하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그런데 ‘국민 평균’과 국회의원들 간의 거리는 멀어도 한참 멀다. 즉, 앞선 글에서 소개한 용어를 가져오자면 묘사적 대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21대 국회(2020-2024) 국회의원들의 연령, 성별, 학력, 직업을 한번 살펴보자.

21대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4.9세다. 50대가 177명, 60대가 69명으로 5060만 해도 국회의원 정수의 82%에 달한다. 40대는 38명, 30대는 11명, 20대는 2명이다. 2021년 6월 기준 주민등록 인구 평균연령은 43.4세로, 국회의원 평균 나이와 10살 가량 차이가 난다. 2030세대가 전체 국민의 26%를 차지하는 데 반해 국회의원 300명 중 40세 미만 국회의원 비율은 4.3% 불과하다.

여성의원은 총 57명으로 19%를 차지해 전체 국회의원 남녀 성비는 8대 2 수준이다. 여성의원 수는 20대 총선에 비해 6명이 늘었지만 비중은 20% 미만으로 여전히 낮다. 국회의원 학력을 보면 상위권 일부 대학에 쏠려있었다. 서울대 59명, 고려대 28명, 연세대 24명 등 국회의원의 대다수가 명문대 출신이었다.

21대 국회의원의 정치 입문 전 직업을 보면 행정고시 출신은 27명, 변호사와 언론인 출신이 각각 20명, 검사 출신이 15명으로 나타났다. 관료, 법조인, 언론인, 기업인, 의료인 등 전체 유권자들 중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국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깝게 나타났다.

한국 정치에서 피대표자와 대표자의 괴리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배제하고,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낳았다.

'묘사적 대표'가 필요한 이유

국회에서 과소 대표되는 집단 중 하나인 청년을 보자. 21대 국회에서 300명의 국회의원 중 20대는 2명, 전체의 약 0.7%에 불과하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막론하고 선거철 ‘청년 공약’이 쏟아졌던 걸 보면, 청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는 제법 이뤄져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20대 정치인이 없어도 청년을 위한 정치는 잘되고 있는 것일까

21대 국회에서 ‘청년’을 키워드로 나온 의안들을 살펴보자.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21대 국회에서 입안된 의안 15,929개 중 ‘청년’이 들어간 의안은 37개다. 그중에서도 처리된 것은 7개뿐이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기존에 존재하던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의 세부 개정안이다.

최근 청년의 이름을 달고 제정된 주요 법안에는 2016년 발의되어 2020년 의결된 청년기본법이 있다.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위한 최초의 종합적인 법률로, 청년정책 수립과 청년지원의 가장 기본이 된다. 청년기본법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당시 만 33세였던 신보라 전 의원이다. 청년을 위한 최초의 법안을 청년이 발의한 것이다.

결국 국회에서 청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청년 의원이 직접 청년에게 필요한 일을 해낸 거다. 묘사적 대표가 그 집단의 실질적 대표로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선거를 보정하는 방법

우리나라 국회에서 과소 대표되는 집단은 청년 외에도 많다. 여성, 장애인, 노동자... 이처럼 다양한 집단의 묘사적 대표를 늘리기 위해 도입된 선거 제도가 있다. 바로 비례대표제다.

비례대표제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고,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비례해 각 정당에 의석수가 할당되는 제도다. 각 정당은 선거 전 비례대표 후보자의 순번이 적힌 명부를 작성하고, 할당된 의석수에 해당하는 순번의 후보자까지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다. 의석이 10석 있다고 했을 때, 유권자의 70%가 A당, 30%가 B당에 투표했다면 A당이 7석, B당이 3석을 차지하는 식이다. A당은 비례대표 10번까지, B당은 비례대표 3번까지 당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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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제는 다수대표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됐다. 다수대표제는 후보자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당선되는 제도다. 유권자 100명 중 51명은 후보 A, 49명은 후보 B를 뽑았다면 무조건 A가 당선된다. B를 뽑은 유권자가 전체의 49%나 되지만, 이들의 의사는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다수결 제도인 것이다.

다수대표제와 달리 비례대표제는 모든 유권자의 표를 선거 결과에 반영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사표가 적게 발생하고, 정당이 획득한 득표율과 의석 비율 간 격차가 줄어든다.

비례대표제가 다양한 집단의 묘사적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소수당의 의석 확보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작은 정당이 있다고 치자. 다수대표제라면 이 당은 의석을 하나도 차지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제에서는 적은 표를 얻더라도 그에 비례하여 의석을 받을 수 있기에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2) 비례대표 후보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의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는 정당이 원하는 대로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 순번 배치에 특정 집단의 대표성을 높이겠다는 정당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 이때 조직에서 일정 비율을 특정 집단에게 배분하는 할당제를 사용할 수 있다. 청년 비례대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비례대표 앞 번호에 청년을 일정 인원 할당하는 것이다.

우당탕탕 비례대표제

하지만 비례대표제의 실효성을 두고는 논란이 있다.

1) 비례대표제를 통해 묘사적 대표로 뽑힌 인사가 그가 대표하는 집단을 제대로 대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청년 비례대표제를 통해 청년 후보자가 당선되더라도 당에서 결정한 대로 움직일 뿐, 청년을 대표하는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후보자가 안정적인 순번을 얻기 위해선 정당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고, 명부 작성 과정에서 비리 문제가 발생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앞선 글에서 언급됐듯, 묘사적 대표가 되는 것과, 묘사적 대표로서 대변하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정말 활동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2) 비례대표제가 다양성을 보장하는 선거 제도로 자리잡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는 비례대표제와 다수대표제를 결합한 형태다. 전체 300명 중 47명이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되고, 253명은 다수대표제인 지역구 선거로 당선된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정당이 의석을 할당받기 위해선 정당 득표율이 3% 이상이거나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5명 이상이 당선돼야 한다.

이처럼 한국 국회의원 선거는 대표성의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고, 개선책을 도입해왔다. 그러나 선거 제도의 개혁만으로 대표성 확보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진 않았다.

우선 비례대표제가 본래의 목적을 실현시킬 수 있는 형태로 정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에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63년 6대 국회의원 선거다. 그러나 당시 비례대표제는 제1당에 절반 이상의 의석을 보장하는 식으로, 전혀 비례적이지 않은 비례대표제였다. 민주화 이후에 이런 방식은 벗어나게 됐지만, 정당 투표를 따로 진행하지 않고 지역구 선거에서의 표 수를 정당별로 합산해 정당 득표율을 따졌다. 이럴 경우 지역구 후보에 대한 지지와 정당에 대한 지지가 일치하는 경우에만 정당 득표율이 유효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현재 방식으로 정당 투표를 따로 실시해 정당 득표율을 반영한 것은 2002년 제3회 지방선거부터다.

대표의 자격과 역할에 대한 고민 없이 선거의 승패에만 집중하는 정치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2020년 21대 총선이 그 사례다.

21대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첫 선거였다. 연동형·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존의 비례대표제·다수대표제 결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제도다. 기존 제도의 경우 거대정당이 정당 투표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까지 다수를 가져가게 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소수정당에게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주기 위해, 정당 득표율로 받은 의석에서 지역구 의석을 뺀 만큼의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하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정당 A의 정당 득표율은 8%, 지역구 선거 당선인은 10명이라고 하자. 국회 전체 의석 300석을 정당 득표율 8%에 연동하면, 정당 A에는 300 X 0.08 = 24석이 주어진다(300 X 0.08 = 24). 결과적으로 24석에서 지역구 의석 10석을 뺀 14석이 비례대표 의석으로 할당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계산한 비례대표 의석에서 절반만 할당하는 제도다. 정당 득표율을 총 의석수에 50%만 연동하는 것이다. 위의 정당 A의 경우 주어진 24석에서 지역구 의석 10석을 뺀 14석의 절반, 즉 7석이 비례대표 의석으로 할당된다.

21대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의석 47석 가운데 30석에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됐다. 나머지 17석은 기존의 방식대로 비례대표 의석 수에 정당 득표율을 곱한 값만큼 배분된다. 정당 A의 경우 17석 X 0.08 = 1.36석을 배분받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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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따르면 거대정당은 이전보다 불리해진다. 정당 득표율이 높더라도 지역구 의석이 많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을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거대양당들은 총선 전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별개의 당이라고 등록되어 있지만 사실 거대정당에 소속됐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선거용 부캐’인 셈이다.

설명하자면 이렇다. 거대정당인 ‘두부당’에 관련된 사람들이 선거 때 잠깐 ‘순두부당’을 만든다. ‘두부당’ 후보들이 지역구 선거에서 많이 당선됐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순두부당’은 지역구 선거엔 나가지 않고 정당 투표에만 이름을 올린다. 따라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얻은 비례대표 의석에서 지역구 의석을 빼지 않아도 된다. 선거 후에는 ‘두부당’과 ‘순두부당’이 다시 합쳐진다. 그렇게 ‘두부당’은 지역구 의석와 비례대표 의석을 모두 얻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이런 식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이용했기 때문에, 소수정당들은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확보할 수 없었다. 선거 승리를 우선시하는 정치 문화 때문에 대표성의 확보라는 본래 의도는 뒷전이 됐다.

위성정당 사례를 보면 선거 제도의 개선만으로 국민을 대변하는 대표가 뽑힌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대표’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정치인과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대표는 어떤 속성을 가진 대표인지 이야기해봐야 한다는 거다. 선거 제도의 개선은 대표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이 이뤄진 뒤에 나오는 처방전이어야 하지, 문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처방을 내려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다음 총선까지 앞으로 2년이 남았다. 이번에야말로 ‘나를 대표하는 대표’를 찾기 위해 애정클과 함께 고민해보자.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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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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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선거역사관, 유권자의 의사를 정확히 담으려는 노력 - 비례대표제, 2019.09.25., 2022.06.07.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