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신설, 이게 최선일까?
이런 클러버들은 특히 주목!
✔️ ‘경찰국’이라는 생경한 이름의 기관이 새로 생긴다는데, 독재 정권 시기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에 어쩐지 무서워진 사람
✔️ 급히 전개되는 상황과 정보의 범람 속에서 정확한 사실에 기반해 판단하고 싶은 사람
✔️ 이러한 정부의 행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정확히 왜 그런지 알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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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행안부)가 경찰을 지휘·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경찰국(가칭). 경찰제도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경찰국 신설 확정 과정은 꽤나 급박하게 흘러갔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취임 후 두 달 만에 결정된 것이다. 그간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보자.
알면 좋을 맥락
이 시점에서 왜 경찰국 신설일까? 행안부는 경찰 권한이 강화됨에 따라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을 추진했다. 그 결과 검찰이 담당하던 수사가 경찰로 이관되는 변화가 이뤄졌다. 특히 지난 4월 말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검수완박’)으로 검찰은 부패·경제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경찰의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경찰에 대한 견제와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경찰에 대한 제도적 개혁은 정권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여기엔 과거 경찰이 독재 정권 하에서 시민들의 자유를 탄압하는 행보를 보였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경찰의 전신인 치안본부는 내무부(현 행안부)에 소속돼 정권의 직접 지휘를 받으며 정권 비호에 앞장섰다. 경찰이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보다 국민에 대한 감시와 처벌의 수단으로 활용돼온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경찰 조직에 대해서도 민주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1990년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내무부 담당 사무에서 ‘치안’을 삭제하고, 이듬해 경찰청을 외청으로 독립시키는 변화가 이뤄졌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경찰국 신설, 뭐가 문제인데?
- 🤔 경찰도 민주적으로 통제돼야 하는 건 맞지 않나? 견제하는 기구가 필요한 건 확실한데, 왜 경찰국 신설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건가?
일단 새로 생길 경찰국에서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경찰 관련 중요정책·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권,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쉽게 풀어보자면, 경찰국은 경찰의 인사 결정과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찰을 지휘·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경찰국의 최종 결정권자는 행안부 장관이 된다.
그렇다면 역대 정부에서는 경찰에 대한 통제가 없었던 걸까? 아니다. 이전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인사를 통해 경찰을 견제했다. 민정수석실은 인사 검증과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부서로, 경찰 지휘부를 포함한 고위직 공무원의 인사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민정수석실은 반복되는 권한남용을 이유로 폐지됐다. 이에 행안부는 경찰을 감시할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며 경찰국 설치를 들고나왔다.
문제는 경찰국을 통한 행안부의 직접 통제가 경찰 통제의 적절한 방안이냐는 거다.
경찰개혁 관련해서는 이전부터 여러 개선 방안이 논의돼왔다. 대표적인 것이 아래의 두 가지다.
1. 국가경찰위원회(국가경찰위) 실질화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청을 외청으로 분리시키면서 경찰의 중립성 보장과 민주성, 공정성 확보를 위해 설치된 기관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민간인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7명의 위원들이 경찰 정책, 운영방안, 인사를 심의·의결한다. 경찰법상으로는 국가경찰위가 경찰 통제를 수행하게 돼있다. 하지만 법적 지위와 업무범위, 권한행사의 실효성 측면이 제도적으로 확실히 정리되지 않아 그간 형식적인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했다. 이에 국가경찰위의 법적 지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명문화하고 실질적 통제를 할 수 있도록 강화하자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시됐다. 실제로 관련된 경찰법 개정안이 몇 번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행안부의 반대가 거세 계류됐다.
2. 자치경찰제 강화
자치경찰제는 경찰 권력 분산과 지방 자치 실현을 목적으로 2021년부터 전국에 도입된 제도다. 자치경찰제에서 경찰의 업무는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나뉜다. 국가경찰사무는 전국 어디서나 똑같이 적용되며 경찰청장이 총괄한다. 반면 자치경찰사무는 지역에 따라 맞춤형으로 이뤄지고,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관장한다. 이로써 국가경찰에게 집중된 권한이 분산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자치경찰제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자치경찰의 권한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이에 둘을 명확히 분리하고 자치경찰의 역할을 강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돼왔다.
정리하자면 경찰국의 기능이라는 경찰 통제와 권한 분산을 위한 제도가 이미 존재하고, 이를 개선·보완하는 선택지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찰국을 통한 행안부의 직접 통제를 택했다.
이를 두고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위험성이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1) 행안부 장관이 직접 경찰을 지휘하고 수사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행안부 장관의 수사 개입이다. 이상민 장관이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은 직접 수사를 지시하겠다”고 직접 말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경찰법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에겐 수사지휘권이 없지만, 경찰국이 신설되면 장관이 인사권을 무기로 수사에 관여할 여지가 생긴다. 일선에선 장관의 수사 개입이 경찰 권한 통제를 넘어 경찰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2) 행안부에서 인사권을 가져가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개선 방안을 통해 행안부 장관이 인사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경찰 고위직은 700여 명에 달한다. 경찰 측은 이를 두고 승진을 위한 충성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찰은 인사에 특히 민감한 조직이다. 고위직 비율이 낮고, 퇴직 후 진출 가능한 안정적인 직종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안부가 인사권을 쥐게 되면 경찰은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대통령-행안부장관(경찰국)-경찰청의 수직적 구조가 형성돼 정부가 경찰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행정부는 그간 청와대가 비공식적으로 경찰을 통제해온 것이 비민주적이고 경찰법에도 위배됐다며, 경찰국을 통해 투명한 경찰 견제를 가능케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판하는 쪽에서는 오히려 행안부가 정권에 협조해 경찰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 경찰국 얘기가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다음달 초부터 생긴다고 한다. 나라의 중대한 사안을 대통령 마음대로 결정해도 되는 건가.
이번 경찰국 신설이 독단적인 정책 추진이라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제대로 된... 민주적 통제가 지금 이 시점에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 시점에서 언제까지, 뭐 1년을 두고 그것을 여론을 모으고 해야 됩니까?”- 6.27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 입장 브리핑
경찰국 신설은 이상민 장관 취임 이후 자문위원회 발족(5.13)부터 경찰국 신설 공식 발표(7.15)에 이르기까지 불과 두 달여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상민 장관이 취임 후 가장 처음으로 지시한 것도 자문위 구성이었다. 이에 행안부는 당일 자문위 위원을 위촉해 이튿날 첫 회의를 열었다. 자문위는 4차례의 비공개 회의를 거쳐 경찰국 신설안을 발표했다.
이후 행안부는 지난 15일 시행령 입법예고에서 시행 시점을 8월 2일로 못박는 등, 입법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입법예고제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입법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권리·의무나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통상적으로 40일 이상의 예고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안에서 행안부는 입법예고부터 국무회의 의결(7.26)을 10여일 만에 모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국 신설은 이렇게 성급하게 처리하기에는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사안이다. 1991년 경찰법 제정 이후 30년 간 유지되어 온 경찰 조직의 근간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이에 사안의 성격과 중대함에 걸맞은 사회적 논의와 설득이 충분했다고 보긴 힘들다는 비판이 일었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이 정부입법권한의 남용이자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회뿐만 아니라 정부에도 법령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정부가 법률안을 직접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면 해당 법률안은 국회의 심의, 의결을 거치게 된다. 그 외에도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에 대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만들 수 있다. 법률이 상위법으로 골격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해둔다면, 실제 정책 시행 등을 위해 요구되는 세부 사항은 정부입법을 통해 마련하는 것이다. 다만,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면 안 되듯, 시행령도 상위 규범인 법률을 넘어설 수 없다.
이상민 장관은 경찰국 신설을 위해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시행령 개정이 <정부조직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거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은 포함돼있지 않다. 따라서 장관의 경찰 통제를 뒷받침하는 시행령을 만드는 것은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찰국 신설은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통해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행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법률 개정을 우회해가려는 것은 여소야대 상황이라 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렵거나 법률 개정 과정에서 벌어질 사회적 파장이 예상될 때 이를 피하려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한 국회 우회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윤 정부는 법무부 직속 인사정보관리단 설치에 대해 민주당이 법무부 권한 비대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자, 시행령을 개정해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정부입법 행태는 모법(시행령 등의 근거가 되는 법률)을 무력화하며,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해 삼권분립의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오늘 담소 마무리
큰 이변이 없는 이상 경찰국 신설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설치 이후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게 필요하겠다.
지난 4월 민주당이 추진한 검찰 수사권 축소부터 이번 경찰국 신설까지, 형사사법체계가 급박하게 변화하는 모습이 적잖은 불안감을 낳는다. 무엇보다 실제 시민들의 필요와 이익을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치기보다 다른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변화가 진행되는 듯한 상황 자체가 우려스럽다. 당장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방법은 마땅치 않지만, 우선 사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비판적 시선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세 단락 요약
- 행안부가 경찰을 지휘·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조직으로 경찰국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권한이 강화됨에 따라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경찰국은 경찰의 중요정책과 인사권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 경찰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행안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게 되면 1) 장관이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으며, 2)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와 자치경찰제 강화라는 다른 해결책을 두고 직접 통제라는 위험성이 큰 방향을 선택한 것도 문제시됐다.
- 경찰 조직 구조의 변화라는 중대한 사안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처리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행안부는 시행령을 통해 경찰국을 신설하겠다고 했는데, <정부조직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행정부의 독주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