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길 트는 정치인' 박지현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2020년 텔레그램 내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이 ‘추적단 불꽃’에 의해 폭로됐다. 두 명의 기자로 이뤄진 불꽃은 잠입 취재와 경찰과의 공조로 사건을 공론화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성공했다. 정치권은 ‘n번방 방지법’을 제정하며 재발 방지 요구에 호응하는 듯 했지만, 현실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고 텔레그램 내 성착취는 반복됐다.

추적단 기자 ‘불’은 이를 두고 볼 수 없어 ‘정치인 박지현’이 되기로 했다. 박지현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지방선거 기간에는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았다. 그를 뒤따른 건 수많은 ‘논란’이었다. 당에 대한 비판과 쓴소리는 ‘내부 총질’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박지현은 이것이 민주당을 위한 길이라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짧고도 길었던 박지현의 정치 경력 1년을 함께 돌아봤다.

박지현이 정치를 보며 느끼는 감정

❤️나는 정치가 한숨을 위로하는 일이라 좋다.

"정치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면 받는 분들을 챙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이 내쉬는 한숨을 위로할 수 있어 좋아요."

💔 나는 정치가 변화의 속도가 느려서 아쉽다.

"가장 시계가 느린 곳이 여의도라고 하죠. 사회에선 이미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속도를 못 내고 있어요. 숙의의 과정을 거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도를 내야할 때도 있어야 해요. 모든 부분을 정쟁화해서 협상해야만 하는 모습이 아쉬워요."

💪 나는 '정치인'이라는 단어의 인식을 바꾸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정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정치인이라고 하면 ‘정치인이야?’라는 부정적인 반응부터 나와요. 정치가 할 일을 마땅히 하는 정치인이 돼서, ‘정치인’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 LOVE

이 질문은 많이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하시면서 정치인이 되시기 전에 정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나요?

추적단불꽃 활동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전까지는 나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한 50대쯤 돼서 나도 정치 한번 해보고 싶다" 정도? 27살이라는 나이에 이렇게 정치 전선에 뛰어들게 될 줄도 몰랐고, 비대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는 건 더더욱 상상 못 했어요. 평범한 20대 대학생답게 내 알바 시급, 수업 듣고 취업하는 게 훨씬 중요했어요. 정치를 시작하고 그게 다 정치와 연관된 일인 걸 알게 됐죠.

기자라는 직업을 준비하신 이유도 정치와는 무관했던 걸까요?

기자는 사회 문제를 발견해 공론화시켜 해결의 첫걸음을 떼는 사람이라고 여겼어요. 그래서 기자가 되고 싶었고요. 근데 정치인은 기자가 발굴한 의제를 제도로 변화시키는 사람이죠. 두 가지 직업 모두 제가 바라는 ‘일의 정체성’과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기자를 꿈꿀 땐 정치부보단 사회부에 관심이 있었고,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매진하고 있었어요. 여기서 정치의 역할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죠.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범죄라는 건 우리 사회에서 합의가 됐어요. 그런데도 계속해서 범죄가 일어나고 이전에 발생했던 피해 영상물도 계속해서 유포되고 있는 거예요. 이 뿌리를 끊어내는 건 결국 정치가 나서야 하는 일이거든요. 지금의 정치권에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솔직히 잘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정치권으로 직접 들어가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할 때 쯤 대선캠프에 함께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고요. 많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어요. 디지털 성범죄는 시간 싸움이에요. 영상이 어떤 플랫폼에 올라갔는지, 그 플랫폼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왔는지에 따라 삽시간에 퍼질 수 있어요. 그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변화의 속도는 너무 느리다는 걸 2년 반 동안 직면했기 때문에, 내가 정치권에 들어가면 더 빨리 무언가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어요.

실제로 정치를 해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되신 것도 있나요?

매일 그랬죠. 내 상상을 뛰어넘는 최악을 본 적도 많아요. 대선에서 이기면 독립몰수제, 온라인 스토킹 처벌법 제정,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 설치 같은 공약들을 이룰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윤석열 후보는 무고죄 처벌 강화나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공약을 냈기 때문에, 그렇게 후퇴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했죠. 근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에 상상보다 더한 후퇴의 발걸음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래서 많이 암담함을 느끼죠.

제가 현재 맡은 자리가 없기 때문에, '정치인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어떤 일을 할 수 있지?'라는 고민을 많이 해요. 그중에서도 텔레그램 제재에 대해 요즘 많이 생각하고, 주변의 이야기도 듣고 있어요. 지난 3월 브라질은 대선 후보의 가짜 뉴스 문제 때문에 대법원에서 텔레그램을 아예 추방하라고 판결했어요. 판결 바로 다음 날 텔레그램에서 시정 조치를 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n번방 같은 사건이 있었는데도 정부가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지 않잖아요. n번방 방지법이 생기긴 했지만, 결국 n번방은 텔레그램에서 만들어졌어요. 그래도 텔레그램에 어떠한 처벌도 못하는 거죠. (텔레그램을 제재하기 위한) 국가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누군가의 표현의 자유, 소통·통신의 자유를 보장하고자 타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소통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할 자유가 상충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문제는 ‘상충되는 것 같다’ 정도의 논의에서 끝나버렸어요.

우리가 아는 모든 온라인 플랫폼은 지금도 범죄의 현장으로 쓰이고 있어요. 플랫폼 소유자들은 자기가 만든 플랫폼을 보다 안전하게, 그 가치를 잃지 않도록 보존할 의무가 있잖아요. (텔레그램은) 그 의무를 사실상 지고 있지 않으니, 의무를 짚어줘야죠. 또 전 세계적인 플랫폼의 문제인 만큼 국제 공조가 절실해요. 이번에 ‘엘’을 체포한 것도 호주와 한국 경찰의 공조로 해냈어요. 국제 공조를 위해선 정치가 나서야 하는 거죠.

사실 활동가 때부터 하던 이야기를 정치인이 되고 나서도 계속하고 계시잖아요. 현재 자리에서 나의 발언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비대위원장이 되고 나서 한 달쯤 지나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 간담회를 연 적이 있어요. 국회의원들, 서지현 검사를 포함해 법무부 디지털성범죄대응 TF나 시민단체 분들도 참석하셨죠. 활동가로 일할 때는 국회의원 한 명을 만나기가 힘들었는데, 위원장이 되고 ‘간담회 열고 싶어요.’ 한마디 하니까 자리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이렇게 권력을 써야 된다는 걸 느꼈죠.

동시에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디지털 성범죄 외의 심각한 사회 문제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는 걸 보게 됐어요. ‘네가 지금 비대위원장인데 디지털 성범죄만 얘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 근데 동시에 다른 문제 이야기를 하면 ‘네가 아는 것만 해라’ 이러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균형을 찾기 바빴죠.

앞으로 정치인 박지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무엇인가요?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권한이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비대위원장이 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요. 그 분들은 현재 자신의 처한 상황의 해결을 바라는 마음으로 정치인을 만나요.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제가 생각해봐도 다 타당한 이야기들이고 정치가 해야하는  일들이죠. 예를 들어 프리랜서 방송노동자의 처우 개선 문제나, 장애인 이동권 문제도 그랬고요. 그런데 제가 약속을 하고 그 일을 하기엔 비대위원장 임기가 너무 짧은 거예요. 하지만 어쨌든 그 자리에 있고, 또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약속했죠. 그런데 비대위원장도 생각보다 더 일찍 관두게 되면서, 그 약속들에 대한 부채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당 대표 출마도 했던 거고요

앞으로 어떤 자리를 맡게 될지는 사실 모르겠어요. 당장 제가 정치를 하면서 느꼈던 건, 나 혼자 해서 될 게 없고 같이 목소리를 내주는 세력,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청년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포럼을 준비하고 있어요. 각자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넓히면서 함께 해결해나가는 주체가 되는 거죠.당장 할 수 있는 일들부터 해보려 합니다.

💔 HATE

‘박지현과 정치’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키워드는 팬덤 정치인데요. 팬덤 정치의 특성은 무엇이고, 왜 문제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착한 팬덤이 있고 나쁜 팬덤이 있다고 생각해요. 착한 팬덤이 비판적 지지자라면, 나쁜 팬덤은 축구의 훌리건 같은 거죠. 나쁜 팬덤은 바이러스 같아요. 좋아하는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넘어서, 그 정치인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것에 더 열과 성을 쏟죠. 바이러스의 목적은 혐오를 확산시켜서 정치인들을 숙주로 만들고 그들이 말을 하지 못 하게 만드는 거예요. 검찰 개혁이 이슈일 때 비공개 의총에서 몇몇 의원들은 "나는 반대하고 싶은데 문자 폭탄 무서워서 말을 어떻게 하겠냐"고 발언하셨어요. 소신 있게 말하지 못 하는 정치인도 문제지만, 조직적으로 문자 폭탄을 보내는 팬덤의 문제도 있죠. 결국 당론 결과는 만장일치로 나왔어요. 누구도 책임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모두를 책임자로 만드는 무책임 정치 시스템을 만들어냈죠. 여기 팬덤도 연관돼있다고 봐요.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신 것에 대해 ‘내부 총질’이라는 표현도 나왔는데요. ‘전략적으로 생각해서 상황에 따라 비판을 자제해야 된다’는 지적도 있었고요. 그동안 여의도의 문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오셨는지 궁금해요.

저한테 비대위원장을 맡긴 건 앞으로 반성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이기겠다는 의도였을 거예요. 지방선거 유세 현장을 다니면서 시민 분들을 만났는데, ’180석을 줬는데 2년 동안 뭐 했냐? 뭘 잘했다고 우리가 또 표를 주냐?’고 많이들 말씀하셨어요. 면목이 없었죠. 제가 생각해도 그동안 180석으로 뭐 했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사과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 약속을 지키고 변화하는 민주당이 되겠다고 말씀드린 거예요. 그런 것들이 결국 다 내부 총질로 비춰졌죠.

당 내에서 세 번의 광역단체장 성범죄 사건이 있었잖아요. 셋 다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 했어요.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선거라는 대의 앞에서 피해자에게 조금 기다리라고 할 수 없나?”라는 분위기가 통용되는 것을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죠. 정치의 본질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 우선이 아닌 ‘당선’이 우선이 돼버린 거예요.

저는 국민의 상식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제 상식이 다 옳다고 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제가 살아왔던 짧은 인생 동안 상식이라 믿어온 것들을 말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통용되지 않는 걸 보면서 답답했죠. 당 내 인물들이나 지지자들에겐 제가 이상한 존재로 느껴진 같아요.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내몰리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드셨을 것 같아요. 이 전 대표도 여의도 문법을 지키지 않다가 결국 완전히 내쳐지는 상황을 겪었잖아요.

저와 이준석 전 대표의 공통점을 굳이 얘기하자면 들이받았다는 것? 그 정도인 것 같은데요. 기존의 청년 정치는 대부분 기득권 정치인들이 청년들을 자기 줄로 삼거나 ‘말 잘 들으면 나중에 내가 한 자리 줄 수도 있고’ 이 정도였던 거예요.

국민들이 원하는 의제에 대해 기성 정치인들이 노력을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청년 정치나 다당제의 필요성도 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얘기했던 거고요. 이준석 전 대표도 새로운 도전들을 많이 했잖아요. 지난 지방선거에 시험을 도입한 것처럼요. 그가 가는 길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도전 정신에 대해서는 높게 사요.

국민들의 여론을 봤을 때 세대 교체의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라도 이준석 전 대표가 재기할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과하는 것만으로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반성이라는 반석을 튼튼하게 한 다음에 비전을 얘기할 수 있어요. 선거에서 비전만 얘기하는 건 이전에도 민주당이 계속해왔던 방식이었거든요. 차별금지법도 사실 15년이 지난 민주당이 지키지 않은 큰 약속이죠. 갑자기 ‘앞으로 뭐 잘하겠습니다’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과연 이 말을 믿으실까 싶어요. 지방선거에서 우리 당의 전략은 쇄신론이 아닌 견제론이었어요. ‘허니문 선거’에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자는 거죠. 저는 견제론보다 쇄신론이 맞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이고 그 점에서 제 생각과 당의 생각이 좀 달랐죠.

지금까지 해주신 얘기를 꿰뚫는 키워드가 있다면 ‘당심과 민심의 괴리’인 것 같아요. 여의도 정치인이나 민주당이 여의도 밖, 민주당 밖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당대표에 출마한다고 하자, 국민 여론조사 지지율이 9% 가까이 나왔어요. 약 10명 중에서 3위였는데, 당원 조사는 거의 꼴찌였죠. 제 지지도 뿐만 아니라, 일명 ‘검수완박’ 강행 당시에도 당원들은 찬성률이 굉장히 높았지만 국민 여론조사는 좋지 않았어요. 검찰 개혁은 우리가 당연히 해결해야 할 아젠다지만, 이 시기에 이렇게 강행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하시는 분들이 더 많았던 거예요. 이 부분에 있어서 분명히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있다고 느꼈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아야 선거에 이길 수 있는데, 민주당 적극 지지자들의 의견만 듣다 보니까 외연을 확장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의도 바깥의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야 된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인데 그게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여의도라는 섬에 갇혀서 그들의 이야기들만, 그들이 대변하고 싶은 사람들만 대변하게 되는 그런 악순환의 구조를 이루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컸어요.

계속 민주당 안에서 이 일을 해나가려고 하시는 이유에 대해 묻고 싶어요. 다른 당으로 갈 수도 있고 창당을 하는 선택지도 생각해보셨을 것 같은데. 앞에서 다당제를 말씀해주셨기도 하고요.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왜 이렇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민주당에 버티고 있냐’고 하시고, 싫어하시는 분들은 ‘그만 내부 총질하고 나가라’ 하시는 거예요. 하지만 민주당은 민주화를 이룬 정당이고, 계속해서 서민과 중산층 옆에서 아픈 목소리를 들어온 정당이에요. 그 당이 지금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보탬이 되고 싶어요. 또 당적을 바꾸기에는 제가 있었던 기간이 너무 짧으니, 일단은 조금 더 있어보겠다는 거죠. 또 결국에 다당제를 이루는 것도 권력이 있는 이 양당 안에 있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민주당 안에서 사람들이랑 어떻게 보면 계속 부딪히고 계신데, 그 사람들을 포섭해서 민주당을 원래 좋은 당으로 이끌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금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당내의 지지도 자연스럽게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늦여름에 남양주에서 지역의 대의원분들을 만났는데, “실제로 와서 대화하다보니 내가 이제껏 봤던 박지현과 너무 다르다. 되게 싫어했었는데 좀 좋네?”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우스갯소리로 “되게 싫어하시기까지 하셨냐”고 그랬는데, 아무튼 그 말씀이 되게 감사하더라고요. “더 많이 만나서 얘기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죠.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도 이재명 대표에 의해서 깜짝 영입이 되셨던 정치인으로서의 한계가 있었던 것도 있는 것 같은데 혹시 그런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그렇죠. 그것도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불꽃 활동을 한 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 같은 경우는 ‘박지현이 누군데? 쟤 뭔데?’라고 생각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앞으로 보여드려야 할 부분인 것이고 이것도  저의 노력과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CLUB

지난 1년이 인생에서 가장 고된 시간이었다고 하셨는데요. 그럼에도 정치를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진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정치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박용진 의원님이 제 6개월 정치 경력은 10년으로 인정해 줘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많은 일들을 스펙타클하게 겪어서인 것 같은데요. 추적단불꽃 활동할 때도 힘들었죠. 그래도 당시에는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라는 동력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정치권에서 더 힘들었던 이유는, 제가 생각했던 정치의 이상이 무너졌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제가 디지털 성범죄자에게 공격을 받는다면 이해가 되겠는데, 우리 당 지지자들한테 공격을 받으니 굉장히 아프더라고요. 가족들을 모욕하고 신상을 터는 것도 힘들었어요.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은 물론이고요.

정치인으로서도 힘든 점이 많겠지만, 지켜보는 저희로서도 피로한데요. 이런 마음을 어떻게 다독여서 정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추적단불꽃 활동 때와도 통하는 것 같은데요. 주저 앉아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넘어졌을 때 함께 연대하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일으켜 세워줄 동지들이 필요해요.

그렇다면 정치인이 아닌 사람은 내가 원하는 정치 혹은 내가 원하는 정치의 변화를 위해서 투표 말고 어떤 걸 좀 해볼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는 게 워낙 많아서요. 정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여의도에서 하는 것만이 정치가 아니잖아요? 우리 삶을 바꾸는 그 모든 역할이 저는 정치라고 봐요. 넓게 보면 제 추적단불꽃 활동도 정치의 일환이었고, 봉사활동이나 심지어 제가 생각하는 의제에 대한 독서 모임을 하는 것, 또 우리가 직접 정당에 가입해서 당원으로 목소리를 내거나,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을 전달한다다거나 하는 일들도 정치의 일환이죠. 더 나아가서는 시민참여조례나 시민자치회 같은 보다 직접적인 활동도 있고요.

연말이니만큼 보다 따뜻한 소식들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이대호 님도 여기 인터뷰 하셨었잖아요? 대호 님이 했던 ‘계단 뿌셔 클럽’ 처럼,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분들을 위해 활동하는 일에 같이 참여를 해주셔도 너무 좋죠. 당장은 작은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일들부터 우리가 짧은 시간, 작은 노력이라도 들여서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삭막해졌을까를 생각을 해보면 각자 자기가 피해자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내 삶이 안녕하지 않은데 내 타인의 안녕을 바라긴 힘들죠. 당장 내 밥벌이가 중요한데, 난민이나 이주 노동자 이야기, 기후위기,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 더 타인을 위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각자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점에서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국가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죠.